기초과학 · 컴퓨팅 · IT산업 · 인공지능

IT·AI·컴퓨팅 데일리

The Daily Technology Briefing
2026년 8월 13일 목요일 제225호 · Vol. 2026 조간 · 기술정보 종합판
오늘의 헤드라인 · 제225호

지능은 전력을 사고, 과학은 지능을 쓴다

8월 13일의 기술 지형은 인공지능이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생산하는가라는 두 개의 질문으로 정리된다. 소비 쪽의 답은 전력과 자본이다. 엔비디아는 현지시간 8월 10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블랙스톤·블랙록·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골드만삭스·KKR 등 월가 6개 금융사와 각각 독립적인 '컴퓨팅 금융 플랫폼'을 세워 5,000억 달러 이상의 외부 자본을 인공지능 인프라에 투입하기로 하였고,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자금 전액이 제3자 자본으로 조달되며 제안을 받은 여섯 곳 가운데 아무도 거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8월 11일에는 앤스로픽이 비트코인 채굴 기업 라이엇 플랫폼스의 텍사스주 록데일 캠퍼스 191메가와트를 2048년 6월까지 91억 달러에 임차하는 계약을 확정하였다. 5년 연장 선택권 두 번을 모두 행사하면 총액은 약 161억 달러가 된다. 인공지능 조달의 단위가 반도체 개수에서 계통에 연결된 전력 용량과 그 사용 기간으로 옮겨 갔음을 보여 주는 계약이다. 국내에서도 같은 제약이 제도의 형태로 나타났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그 시행령이 8월 11일 시행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도로 등 산업기반시설 조성 비용을 총사업비의 50에서 100퍼센트 범위에서 부담할 수 있게 되었다. 자본이 아니라 그 자본을 놓을 물리적 전제가 병목이라는 판단이 법률로 명문화된 셈이다. 생산 쪽의 답은 과학이다. 앤스로픽은 8월 10일 아직 출시되지 않은 연구용 클로드가 리만 제타 함수의 비자명 영점 가운데 임계선 위에 있음이 증명된 비율의 하한을 41.6퍼센트에서 67.2퍼센트로 끌어올렸다고 공개하였다. 수십 년간 소수점 단위로 개선되어 온 상수가 하루 반 동안 60개 하위 에이전트를 조율한 단일 작업에서 25.6퍼센트포인트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셸 명령 2,400회와 3,100만 출력 토큰이 소모되었으며 핵심 결과는 린(Lean) 형식화 증명으로 공개되었다.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구에서 인공지능이 후보물질과 실험 조건을 제안하면 자동화 실험 플랫폼이 검증하고 그 결과가 다시 모델로 되돌아가는 '랩 인 더 루프' 체계를 갖춘 첫 인공지능·바이오 혁신연구거점을 출범시켰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원재·차미영·오혜연 교수 연구팀은 20년치 뉴스 댓글 1억 1,000만 건에서 외국 연계가 의심되는 계정 2만 3,998개를 판단 근거와 함께 제시하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8월 13일 유즈닉스 시큐리티 심포지엄에서 발표한다. 세 사례는 모두 인공지능을 답을 내놓는 장치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절차의 일부로 배치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셋째 축은 이 순환을 떠받치는 실물 지표다. 관세청이 8월 11일 발표한 8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입 현황에서 반도체 수출은 99억 5,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5.4퍼센트 급증하였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8퍼센트에 달하였다. 넷째 축은 배열이 아니라 '연결'을 다루는 기초과학의 성과들이다. 한국과학기술원 배태현 교수 연구팀은 고분자 그물망에서 가교제 양 끝이 모두 결합해 실제 통로를 이룬 비율을 브리지 연결도라는 지표로 정의해 3옹스트롬 미만 수소 통로를 설계하였고, 서울대학교 박민혁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윤정호 교수 연구팀은 전압을 거두면 스스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반강유전체의 성질을 결함이 아니라 '망각'이라는 연산 기능으로 재정의하였으며, 포항공과대학교 신희득 교수 연구팀은 광자쌍의 파장·시간 상관을 이용해 잡음이 신호보다 1,000배 강한 환경에서 여러 표적을 한 번에 읽어 냈다. 요컨대 오늘의 화두는 '지능을 얼마나 크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그 지능이 무엇을 대가로 치르고 무엇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되돌려 주는가가 판단의 기준이 된 하루'로 요약된다.
01
기초 과학 논문
Basic Sciences
국내·한국 · 양자광학·양자계측 · 포항공과대학교/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스

잡음이 신호보다 1,000배 강해도 읽는다 — 광자쌍 상관으로 여러 표적을 한 번에 보는 양자 라이다

배경광이 표적에서 되돌아오는 신호보다 1,000배 강한 환경에서도 여러 표적의 거리와 방향을 단 한 번의 측정으로 구분해 읽어 내는 양자 라이다 구조가 제시되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총장 김성근) 신희득 교수 연구팀은 이 성과를 국제 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스(Laser & Photonics Reviews)'에 게재하였다고 8월 12일 밝혔다. 라이다(LiDAR)는 빛을 쏘아 되돌아오는 시간을 재어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로, 자율주행과 원격탐사에 널리 쓰이지만 통상 공간을 한 방향씩 훑는 순차 주사(scan) 방식이어서 여러 방향의 표적 정보를 동시에 얻기 어렵다. 또한 저피탐 표적 탐지처럼 빛을 극히 약하게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되돌아오는 신호가 배경광에 파묻혀 표적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연구팀은 양자 광원에서 광자가 반드시 쌍으로 생성된다는 성질에 주목하였다. 광자쌍을 이루는 두 광자는 파장과 생성 시각이 서로 얽혀 있어 한쪽의 파장을 알면 짝의 파장을 알 수 있고, '같은 순간에 함께 만들어졌다'는 시간 정보를 조건으로 걸면 무작위로 도달하는 배경광을 걸러 낼 수 있다. 연구팀은 광자의 무작위적 파장 분포와 광자쌍 상관관계를 결합해 여러 방향의 표적 정보를 병렬로 읽어 내는 구조를 설계하였고, 실험에서 배경 잡음이 표적 신호보다 1,000배 강한 저조도 조건에서도 복수 표적의 거리와 방향을 단일 측정으로 구분해 냈다. 신희득 교수는 "아직 원리 검증 단계이지만 저조도 환경에서 여러 표적 정보를 동시에 읽어 내는 새로운 양자 라이다 구조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으며, 연구팀은 광원과 검출 효율 및 시스템 집적도가 개선되면 양자 계측과 저조도 이미징, 원격탐사로 응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 연구의 핵심은 잡음을 이기는 자원을 신호의 세기가 아니라 상관관계에서 조달하였다는 데 있다. 고전적 라이다에서 신호 대 잡음비를 높이는 방법은 사실상 광량을 늘리는 것 하나였고, 이 전략은 광량을 늘릴 수 없거나 늘려서는 안 되는 영역—저피탐 탐지, 생체 조직 이미징, 광손상이 문제가 되는 관측—에서 곧바로 한계에 부딪힌다. 광자쌍의 파장 대응과 동시 생성이라는 두 겹의 조건을 필터로 삼으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배경광은 검출되더라도 통계적으로 배제되므로 광량을 늘리지 않고도 실효 신호 대 잡음비를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점은 측정 자유도의 차원을 바꾼 데 있다. 순차 주사는 방향의 수만큼 측정 시간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시간 분해능과 공간 분해능이 정면으로 상충한다. 파장이라는 이미 존재하는 자유도에 방향 정보를 대응시키면 여러 방향을 동시에 다중화할 수 있고, 이는 측정 시간을 늘리지 않은 채 화각을 넓히는 경로에 해당한다. 세 번째 요점은 응용의 인접성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늘어날수록 라이다끼리의 상호 간섭과 태양광 배경이 실질적 병목이 되는데, 상관 기반 판별은 '내가 쏜 광자쌍'만을 인정하는 자연스러운 식별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유보 사항이 뚜렷하다. 논문의 정식 제목과 디지털 객체 식별자(DOI), 학술지 기준 온라인 게재일, 전체 저자 명단이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동시에 판독할 수 있는 최대 표적 수, 거리 분해능과 최대 측정 거리, 1회 측정에 소요되는 시간 같은 성능 지표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고, 광원의 구성과 파장대, 단일광자 검출기의 사양, 분산 소자의 제원도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팀 스스로 원리 검증 단계임을 명시하였으며 상용화 일정이나 기술이전 계획은 언급되지 않았다.

국내·한국 · 고분자화학·분리막공학 ·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그물이 얼마나 온전히 이어졌는가 — 3옹스트롬 통로를 지표로 설계한 수소 분리막

고분자 막 안에 옹스트롬(Å, 100억분의 1미터) 규모의 수소 전용 통로를 만들고, 그 성능을 좌우하는 변수를 '네트워크 완결성(network completeness)'이라는 정량 지표로 규정한 연구가 제시되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 생명화학공학과 배태현 교수 연구팀의 성과로, 논문 제목은 "Network completeness enables angstrom-scale transport pathways in polymer membranes"이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2026년 7월 23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디지털 객체 식별자는 10.1038/s41467-026-73860-0이고, 제1저자는 연구 당시 한국과학기술원 소속이었던 이홍주 박사(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제2저자는 최수현 연구원, 교신저자는 배태현 교수다. 국내 공개는 8월 13일 이루어졌다. 종래 기체 분리 소재 연구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나 공유결합 유기 골격체(COF)처럼 기공을 균일하게 설계할 수 있는 결정성 물질에 기대어 왔으나 대면적 무결점 제막이 어려웠고, 반대로 가공이 쉬운 고분자막은 기공 형성을 제어하기 어려워 성능이 정체되어 왔다.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을 가교제로 잇는 모듈형 그물 구조를 설계하면서, 기존 지표인 가교도와 유효가교도가 '실제 분리에 쓸모 있는 통로가 생겼는지'를 판별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 대안으로 가교제 가운데 양쪽 끝이 모두 결합해 완전한 다리를 이룬 비율을 뜻하는 '브리지 연결도(Bridge Connectivity Degree, BCD)'를 제안하였고, 새로 개발한 ms-oDMB-DB50 막에서 BCD 73퍼센트를 달성해 원소재 대비 수소 투과도와 수소·질소 선택도를 함께 끌어올렸다. 분석 결과 이 막에는 이산화탄소가 접근할 수 없는 3옹스트롬 미만의 초미세기공이 다수 존재하였으며, 연구팀은 수소보다 작은 헬륨을 탐침으로 쓰는 밀도-프로브법으로 이를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이 막은 100시간 동안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하였고 인장강도는 기존에 보고된 고성능 고분자막의 약 두 배로 측정되었다.

기술적 의미

이 연구의 첫 번째 기여는 성능을 지배하는 물리량을 특정하고 그것을 측정 가능한 단일 수치로 만든 데 있다. 고분자 분리막 연구는 오랫동안 조성을 바꾸어 만들고 성능을 재는 시행착오 방식에 의존해 왔는데, 이는 가교 반응이 통계적으로 진행되어 어떤 결합이 실제 통로를 형성하는지 사전에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교제의 한쪽 끝만 결합한 '매달린 사슬'은 가교도 계산에는 포함되지만 통로를 만들지 못하며, 오히려 자유부피를 채워 투과를 방해한다. 양 끝이 모두 결합한 비율만을 따로 세는 브리지 연결도는 이 구분을 명시적으로 도입해, 설계의 목표를 조성이 아니라 지표로 옮겨 놓는다. 두 번째 기여는 검증 방법이다. 3옹스트롬 미만이라는 크기는 수소 분자의 동역학적 지름(약 2.9옹스트롬)과 질소·이산화탄소 사이를 가르는 임계 영역이어서, 이 영역에 기공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곧 선택도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 크기의 기공은 통상적인 흡착 등온선 측정으로는 검출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가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을 헬륨으로만 채워 밀도 차이를 읽는 방식은 간접 추정을 실측으로 바꾸는 우회로이며, 이 계열 연구에서 반복 사용될 여지가 있다. 세 번째는 산업적 접점이다. 수소 분리는 개질 수소의 정제, 암모니아 분해 후단의 수소 회수, 천연가스에 혼입한 수소의 분리 등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있으며, 흡착식이나 심냉식 대비 막분리의 강점은 연속 운전과 저에너지다. 인장강도가 두 배라는 결과는 모듈로 감아 사용하는 실제 형태에서의 취급성과 직결된다. 다만 유보 사항이 분명하다. 공개 자료에는 수소 투과도의 절대값(바러 단위)과 수소·질소 선택도의 배수, 로베슨 상한선 대비 위치 같은 정량 성능이 제시되지 않아 기존 최고 성능과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수증기나 불순물을 포함한 실제 혼합가스 조건에서의 시험 여부, 막 두께와 대면적 제막 및 모듈화 실증, 제조 단가도 공개되지 않았다. 100시간이라는 내구 시험 기간은 산업 기준으로는 초기 검증 수준이며, 고온·고압 장기 운전 데이터와 상용화 일정은 언급되지 않았다.

국내·한국 · 소자물리·뉴로모픽 ·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성균관대학교/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잊는 것이 기능이 되다 — 스스로 초기화되는 반강유전체 리저버 소자의 첫 구현

최근에 들어온 정보는 잠시 기억하고 오래된 정보는 스스로 잊는 성질을 연산 기능으로 활용한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가 구현되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박민혁 교수 연구팀은 성균관대학교 윤정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반강유전체(antiferroelectric) 기반 소자를 물리적 리저버 컴퓨팅(Physical Reservoir Computing, PRC) 소자로 활용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다고 8월 11일 발표하였으며,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되었다. 공동 제1저자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권태규·정문식 연구원이고,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이동현 박사가 참여하였다. 반강유전체는 전압을 가하면 상태가 바뀌지만 전압을 거두면 스스로 본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물질로, 정보를 보존해야 하는 메모리 관점에서는 결함으로 취급되어 온 성질이다. 연구팀은 이 휘발성이 시계열 정보 처리에 필요한 '점차 흐려지는 기억(fading memory)'과 정확히 대응한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소자는 산화지르코늄(ZrO₂) 기반 반강유전체 터널접합(AFTJ)과 비정질 인듐·갈륨·아연 산화물(a-IGZO)을 결합한 2단자 구조이며, 산화지르코늄 계열 터널접합을 물리적 리저버 소자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듐·갈륨·아연 산화물의 조성을 조절해 작은 상태 변화도 뚜렷한 전류 차이로 구분하도록 하였고, 최적화된 소자는 온·오프 전류비 약 890을 나타내며 4비트 입력의 16가지 조합을 서로 다른 전류 상태로 분리하였다. 손글씨 숫자 인식 실험에서는 입력 데이터를 75퍼센트 줄이고도 90.4퍼센트의 인식 정확도를 기록하였고, 실측 특성을 반영한 회로 모델은 에농(Hénon) 카오스 신호를 정규화 평균제곱근오차 0.01489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변화를 0.12263으로 예측하였다. 면적 4만 제곱마이크로미터 기준 동작 시간은 약 2마이크로초, 연산당 에너지 소비는 480피코줄 이하였으며, 연구팀은 면적을 100제곱마이크로미터로 줄이면 약 192나노초와 115펨토줄 이하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을 통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기술적 의미

리저버 컴퓨팅은 입력 신호를 고차원 공간으로 비선형 사상한 뒤 마지막 출력층만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순환신경망을 전부 학습시키는 부담을 피하면서 시계열 처리를 수행한다. 이 방식이 성립하려면 리저버가 두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서로 다른 입력을 서로 다른 상태로 구분해야 하고(분리성), 동시에 과거의 영향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야 한다(점차 흐려지는 기억). 두 번째 조건은 물리 소자로 구현할 때 늘 걸림돌이었다. 비휘발성 멤리스터를 쓰면 상태가 남아 다음 입력과 섞이므로 매 입력마다 별도의 초기화 전압을 인가해야 하고, 이 초기화가 회로 면적과 에너지, 지연을 모두 늘린다. 반강유전체가 전압을 거두면 자발적으로 원상태로 복귀한다는 성질은 이 초기화 절차를 물리 현상 자체로 대체한다. 결함으로 분류되던 특성을 회로 오버헤드를 제거하는 기능으로 재정의한 것이 이 연구의 개념적 핵심이다. 두 번째 요점은 소재 선택의 현실성이다. 산화지르코늄과 인듐·갈륨·아연 산화물은 모두 기존 반도체 양산 라인에서 이미 다루는 물질이며, 특히 하프늄·지르코늄 계열 산화물은 고유전율 절연막 공정과 계보를 공유한다. 새로운 물질계를 도입해야 하는 대다수 뉴로모픽 소자 연구와 달리 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공정과의 접점이 처음부터 확보되어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 요점은 평가 설계다. 카오스 신호와 실제 주가지수라는 두 종류의 시계열을 함께 사용한 것은, 결정론적이지만 예측이 어려운 계와 잡음이 섞인 실제 계 양쪽에서 동작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유보 사항이 명확하다. 논문의 정식 제목과 디지털 객체 식별자, 학술지 게재일이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소자의 내구 사이클 수와 망각의 시간 상수 실측값, 소자 간 산포처럼 어레이 구성 가능성을 좌우하는 신뢰성 지표가 제시되지 않았고, 100제곱마이크로미터 축소 시의 성능은 실측이 아니라 전망치다. 주변 회로를 포함한 시스템 수준 전력, 어레이 통합 검증, 양산 공정 호환성 시험 여부도 공개 범위 밖이며 상용화 일정이나 기업 협력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해외·중국 · 합성생물학·대사질환 · 화둥사범대학교 생의학 합성생물학연구센터/네이처

혈당을 읽고 스스로 약을 만든다 — 이식 없이 삼키는 '살아 있는 약'

혈당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필요할 때만 치료 단백질을 분비하는 경구 투여형 프로바이오틱, 이른바 '살아 있는 약(living drug)'이 개발되었다. 중국 화둥사범대학교(華東師範大學, East China Normal University) 상하이 조절생물학 중점실험실 및 생의학 합성생물학 연구센터의 예하이펑(Haifeng Ye) 교수 연구팀이 8월 1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하였으며, 논문 제목은 "Glucose-responsive probiotics for glycaemic modulation in mice and monkeys", 디지털 객체 식별자는 10.1038/s41586-026-10909-6이다. 공동 제1저자는 관닝쯔(Ningzi Guan)·쿵더창(Deqiang Kong)·가오셴윈(Xianyun Gao) 세 사람이다. 종래의 이른바 디자이너 세포 기반 대사질환 치료는 빛이나 소분자 약물 같은 외부 신호로 유전자 회로를 켜고 끄는 방식이거나 포유류 세포에 합성 회로를 넣어 체내에 이식하는 방식이어서, 이식 자체에 따르는 침습성과 면역 반응, 장기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은 포도당 반응성 전사조절인자 HexR와 합성 프로모터를 결합해 포도당 농도를 입력으로 삼는 유전자 회로를 구축하고 이를 프로바이오틱 균주에 탑재하였다. 경구 투여된 균은 장내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면서 혈당이 정상 역치를 넘을 때만 치료용 전이유전자의 발현을 켠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당뇨 생쥐 모델과 비인간 영장류인 원숭이 모델에서 혈당 조절 효능을 확인하였고, 장기 경구 투여 시 지질 대사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며 여러 당뇨 합병증의 진행도 억제된다고 보고하였다. 논문은 이 플랫폼을 이식 없이 실시간 혈당에 반응해 치료 용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경구 감지-반응 대사 치료 플랫폼으로 규정하였다. 같은 날 네이처는 해설 기사 "The probiotic bacteria engineered to treat diabetes"(DOI 10.1038/d41586-026-02521-5)를 함께 게재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 연구를 제어공학의 언어로 옮기면 하나의 세포 안에 센서·제어기·구동기가 모두 유전자 회로로 구현된 폐루프(closed loop)에 해당한다. 현재 1형 당뇨 치료의 최전선인 이른바 인공췌장은 연속혈당측정기가 값을 읽고 알고리즘이 판단하며 펌프가 인슐린을 주입하는 전자적 폐루프이며, 세 부품 각각의 고장과 배터리·통신·착용 부담이 임상적 제약으로 남아 있다. 감지와 판단과 분비를 하나의 미생물이 수행하는 구성은 이 부품 목록을 통째로 생물학적 회로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두 번째 요점은 투여 경로다. 세포 치료의 가장 큰 장벽은 이식이며, 이식을 전제하면 캡슐화 재료와 면역 차단, 회수 가능성이라는 별도의 공학 문제가 줄줄이 따라온다. 경구 투여와 일시적 정착을 설계 전제로 삼으면 이 문제군을 우회할 수 있고, 투여 중단만으로 치료를 되돌릴 수 있어 안전 여유가 커진다. 세 번째는 검증 단계의 무게다. 설치류에서 작동한 유전자 회로가 영장류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는지는 장내 환경과 면역계, 대사 속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명하지 않으며, 원숭이 모델까지 확장한 데이터는 임상 진입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입력 분자를 바꾸는 것만으로 요산 대사 이상이나 페닐케톤뇨증, 염증성 장질환 등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다만 유보 사항이 크다. 사용된 프로바이오틱 균주의 정체와 분비되는 치료 단백질의 종류가 공개된 초록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으며, 영장류 실험의 개체 수와 투여 기간·용량, 혈당 강하 폭의 정량 수치도 확인되지 않는다. 장내 잔류 기간과 배출 동역학, 유전자변형 미생물의 환경 방출과 수평적 유전자 전달을 막기 위한 봉쇄 장치(kill switch)의 설계 유무는 이 계열 치료제의 규제 심사에서 핵심 쟁점이나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면역원성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의 범위, 임상시험 진입 계획과 시점도 언급되지 않았으며, 유전자변형 생균 치료제는 아직 심사 기준 자체가 정립 중인 범주라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해외·오스트리아/영국 · 고기후학·수문학 · 빈공과대학교·리버풀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네이처

1342년의 대홍수는 한 번이 아니었다 — 2년에 걸친 16회 연쇄와 독립성 가정의 붕괴

지난 1,000년간 유럽 최대의 홍수로 알려져 온 1342년 '성 막달레나 홍수(St Mary Magdalene's Flood)'가 단일 사건이 아니라 2년에 걸쳐 이어진 연쇄 홍수의 일부였음이 규명되었다. 오스트리아 빈공과대학교(TU Wien) 연구진이 주도하고 유럽 각국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 결과를 8월 1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하였으며, 논문 제목은 "Cascading continental-scale floods across Europe in 1342–1343", 디지털 객체 식별자는 10.1038/s41586-026-10888-8이다. 영국 리버풀대학교 지리학과 닐 맥도널드(Neil Macdonald)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하였다. 연구팀은 1341년 말부터 1343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모두 16회의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였고, 그중 네 차례는 재현 주기 500년에서 1,000년에 해당하는 극한 사건이었다고 보고하였다. 분석에는 경제·법률 문서를 포함한 각종 사료와 연대기, 그리고 옥스퍼드의 윌리엄 멀(William Merle)이 남긴 기상일지 등을 새로 편찬한 데이터셋이 동원되었으며, 여러 지역에 동시에 영향을 준 현대 홍수 사례와의 비교도 함께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1342년이 최근 700년 가운데 극한 홍수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였고 1343년이 3위권에 든다고 밝혔다. 이 이례적 군집이 우연이 아니라고 보는 근거로는 1340년에서 1341년 사이 아이슬란드 헤클라(Hekla) 화산 분화를 포함한 다발적 화산 활동과 그에 따른 황 함유 에어로졸의 대기 주입 및 냉각, 1330년대에서 1340년대에 걸친 상대적으로 낮은 태양 활동, 북극 해빙의 다년 변동 등이 제시되었다. 사회경제적 피해도 컸다. 홍수 자체와 이후의 기근·질병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주요 하천변의 기반시설과 정주지가 파괴되고 광범위한 농경지 피해가 대규모 기근으로 이어졌다. 프라하에서는 이 홍수로 기존 돌다리가 크게 파손되었고, 이것이 훨씬 큰 유량을 견디도록 설계된 카를교의 건설로 이어졌다. 맥도널드 교수는 "홍수 사건과 그 발생 기제가 항상 서로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홍수 위험 계획은 여러 극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과 그 누적 영향을 점점 더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 연구가 흔드는 것은 특정 사건의 해석이 아니라 홍수 위험을 계산하는 방식의 밑바탕에 놓인 가정이다. 재현 주기 100년 홍수라는 표현은 매년 1퍼센트의 발생 확률을 뜻하며, 이 계산은 각 연도의 사건이 서로 독립이라는 전제 위에서 성립한다. 독립을 가정하면 500년 주기 사건이 2년 안에 네 번 겹칠 확률은 사실상 무시할 수 있는 값이 되고, 제방과 댐의 설계 기준, 재보험의 요율 산정, 재해 준비금의 규모가 모두 그 무시 위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화산 분화나 태양 활동 변동처럼 여러 해에 걸쳐 지속되는 공통 원인이 존재한다면 연도 간 사건은 양의 상관을 가지게 되고, 독립 가정에 기반한 확률은 실제 위험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하게 된다. 이 연구는 그 상관의 존재를 이론이 아니라 사료 실증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복합·연속 극한현상(compound and consecutive extremes) 연구의 대표 사례에 해당한다. 두 번째 요점은 데이터의 확장이다. 계기 관측 기록은 길어야 100년에서 200년에 불과해 500년 주기 사건을 통계적으로 다루기에는 표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경제·법률 문서와 연대기, 개인의 기상일지처럼 정량 관측을 의도하지 않고 작성된 문헌을 재현 주기 산출이 가능한 데이터셋으로 재구성한 작업 자체가 방법론적 기여이며, 이는 대규모 문헌 처리와 정보 추출이라는 계산과학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세 번째는 인프라 입지 판단에 주는 함의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처럼 막대한 용수를 필요로 하여 하천 인접지에 놓이는 시설은 단일 사건에 대한 내수성뿐 아니라 복구 기간 중 재차 피해를 입을 가능성까지 평가해야 한다. 다만 유보 사항이 분명하다. 전체 저자 명단과 빈공과대학교 측 교신저자의 성명이 확인되지 않으며, 분석에 사용된 사료의 건수와 대상 하천·유역의 수, 지리적 포괄 범위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재현 주기 500년에서 1,000년이라는 산출에 사용된 통계 방법과 불확실성 구간, 정량적 유량이나 수위 복원 추정치도 제시되지 않았다. 화산 분화와 태양 활동, 북극 해빙은 가능한 기여 요인으로 제시된 가설이며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현재의 온난화 조건에서 유사한 연쇄가 재현될 확률에 대한 정량 예측도 공개 범위 밖이다.

02
컴퓨팅 · 반도체
Computing & Semiconductors
국내·한국 · 무역통계·메모리 시황 · 관세청

열흘에 100억 달러 — 반도체가 수출의 46.8%를 차지한 8월 초순

관세청은 8월 11일 '2026년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입 현황(잠정치)'을 발표하였다. 해당 기간 총수출액은 21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3퍼센트 증가하여 역대 8월 초순 기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조업일수가 7.0일로 전년과 같아 일평균 수출액 역시 30억 4,000만 달러로 동일한 45.3퍼센트 증가율을 나타냈다. 증가를 견인한 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액은 99억 5,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5.4퍼센트 급증하며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경신하였고, 이로써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6.8퍼센트로 전년 동기보다 20.1퍼센트포인트 상승하였다. 관세청과 관련 보도는 이 급증을 인공지능 산업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수요 증가와 D램·낸드플래시 단가 상승이 겹친 결과로 분석하였다. 반도체 외에는 석유제품이 65.3퍼센트, 컴퓨터 주변기기가 139.5퍼센트, 철강제품이 4.3퍼센트 늘었고, 승용차는 1억 8,200만 달러로 80.9퍼센트 급감하였는데 이는 완성차 업계의 하계 휴가에 따른 일시적 조업 공백으로 설명되었다. 선박은 58.2퍼센트, 무선통신기기는 9.1퍼센트 감소하였다. 국가별로는 홍콩이 259.4퍼센트, 중국이 134.8퍼센트, 유럽연합이 57.2퍼센트, 베트남이 45.4퍼센트 늘어난 반면 미국은 0.2퍼센트, 대만은 4.4퍼센트 줄었다. 수입은 195억 달러로 23.1퍼센트 늘었는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입이 90.8퍼센트,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이 77.3퍼센트, 기계류가 25.4퍼센트 증가한 반면 에너지 수입은 원유 16.9퍼센트 감소와 가스 10.0퍼센트 감소에 힘입어 전체 13.8퍼센트 줄었다. 무역수지는 18억 달러 흑자였다.

기술적 의미

이 통계에서 가장 무거운 숫자는 155.4퍼센트라는 증가율이 아니라 46.8퍼센트라는 비중이다. 단일 품목이 국가 수출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은 호황의 크기인 동시에 하강 국면에서 감내해야 할 진폭의 크기이기도 하다. 메모리 반도체는 설비투자의 선행 기간이 길고 감산이 어려워 가격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큰 산업이며, 지금의 상승분 가운데 어디까지가 물량이고 어디까지가 단가인지가 향후 조정 폭을 좌우한다. 관세청 발표문에는 이 분해가 제시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읽어야 할 지표는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의 77.3퍼센트 증가다. 장비 수입은 팹 증설이 계획 단계를 지나 실제 발주와 반입 단계에 들어갔음을 보여 주는 실물 지표이며, 통상 장비 반입에서 양산까지 여러 분기가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7년 이후 공급 능력의 선행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후행 수주 확대 근거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지역 구성이다. 대미 수출이 0.2퍼센트 감소로 사실상 정체한 반면 홍콩이 259.4퍼센트, 중국이 134.8퍼센트 급증한 구성은 메모리 물량의 상당 부분이 중화권 유통 경로를 통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홍콩향 수출은 전통적으로 중계무역 성격이 강해 최종 수요처를 통계만으로 특정하기 어렵고, 이 구조는 대중 반도체 통제가 강화될 경우 노출 지점이 될 수 있다. 유보 사항은 분명하다. 이 수치는 잠정치이며 월말 확정 통계에서 조정될 수 있다. 155.4퍼센트라는 증가율에는 전년 동기의 낮은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고, 고대역폭 메모리 단독 수출액이나 D램·낸드 품목별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중국향 급증분의 최종 수요처가 현지 데이터센터인지 재수출인지에 대한 구성 정보도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한국 · 반도체 정책·법제 · 산업통상부·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력과 용수를 국고로 옮기다 — 반도체특별법 8월 11일 시행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그 시행령이 8월 1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2026년 2월 공포·제정되었고 산업통상부가 8월 4일 시행령을 의결하면서 발효 요건을 갖추었다. 법의 골자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정과 지원, 전력·용수·도로 등 산업기반시설 확충, 예비타당성조사 특례,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 설치, 전문인력 양성,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안정화 등 여섯 가지다. 핵심 조항은 비용 부담 구조에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산업기반시설의 조성과 운영 비용을 총사업비의 50에서 100퍼센트 범위에서 부담할 수 있으며, 이중화 시설이나 공급망 안정 및 산업 안전에 기여하는 시설에는 전액 지원도 가능하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다. 정부는 이 지원을 전제로 용인 클러스터의 완공 목표를 크게 앞당겼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일반산업단지는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국가산업단지는 2047년에서 2039년으로 8년 단축이다. 호남권에서는 삼성전자가 425조 원, SK하이닉스가 470조 원을 투입해 각각 메모리 팹과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제시되어 있으며, 정부는 연내 사업시행자 선정과 클러스터 지정을 마치고 2028년 팹 착공, 2029년 1차 완공, 2030년 1단계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특별법 시행을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구축과 후속 지원 정책이 신속하고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논평하였고, 김용석 가천대학교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이미 투자가 진행 중인 용인 클러스터를 가속하는 것"이라며 지원의 집중을 주문하였다. 한편 반도체공학회는 법 제정 과정에서 삭제된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연내 제정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메가특구특별법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기술적 의미

이 법의 실질적 기능은 보조금이 아니라 시차의 해소에 있다. 최첨단 팹은 수백 메가와트급의 무중단 전력과 대량의 초순수를 요구하며, 건물이 완공되어도 송전망과 취수·정수 설비가 준비되지 않으면 가동할 수 없다. 문제는 이 기반시설의 건설 주기가 팹 건설보다 길고, 사업 주체가 서로 다르며,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가 그동안 사안별 협상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총사업비의 50에서 100퍼센트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다고 법률에 규정하면 이 협상 자체가 사라지고, 예비타당성조사 특례는 착수 시점을 앞당긴다. 용인 완공 목표를 8년에서 12년 앞당긴다는 수치는 이 두 장치가 정상 작동한다는 가정 위에서 산출된 값이다. 두 번째 요점은 이 법이 국제 경쟁의 문법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유럽연합의 반도체법, 일본의 대규모 보조금은 모두 직접 보조에 무게를 두었으나, 최근의 병목은 자금보다 계통 연계 전력과 인허가 소요 기간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인프라 비용을 국고로 흡수하는 방식은 이 병목에 직접 대응한다. 세 번째는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안정화 조항이다. 클러스터 조성 시 국내 장비·소재 기업이 후속 수주에서 갖는 위치가 제도적 근거를 얻는다는 뜻이며, 앞서 확인된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 77.3퍼센트 증가와 대비해 국산화의 여지를 어디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다만 유보 사항이 뚜렷하다. 용인 완공 목표의 단축 폭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이며 인프라 지원과 예타 특례가 계획대로 집행되어야 성립하는 조건부 수치이고 기업의 공식 확약이 아니다. 특별회계의 연도별 재원 규모, 클러스터 지정의 시점과 대상, 50퍼센트와 100퍼센트 지원을 가르는 구체적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호남권의 삼성전자 425조 원과 SK하이닉스 470조 원은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발표 기준 계획액으로 기업 이사회의 최종 투자 결정이 완료된 확정 금액이 아니며, 사업시행자 선정과 산업단지 지정의 연내 완료 역시 정부 목표이지 확정 일정이 아니다.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를 메가특구특별법에 반영할지 여부도 미정이다.

국내·한국/미국 · 첨단 패키징·HBM · SK하이닉스·미국 상무부

웨스트라피엣의 첫 삽 — SK하이닉스 미국 첨단 패키징 팹 8월 27일 착공식

8월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에 건설 중인 첫 미국 내 첨단 반도체 패키징·연구개발 생산기지의 공식 착공식을 현지시간 8월 27일 개최하기로 확정하고 주요 고객사와 협력사에 초청장 발송을 시작하였다. 총 투자액은 38억 7,000만 달러, 원화로 약 5조 5,000억 원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현장 타설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착공식을 계기로 골조 공사에 본격 진입한다. 이 시설은 인공지능 가속기용 고대역폭 메모리의 첨단 패키징을 주력으로 하며 2028년 하반기부터 고대역폭 메모리를 비롯한 인공지능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따라 최대 4억 5,0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5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행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나란히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고대역폭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 공급을 축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 왔고,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여러 차례 회동하였다. 최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예탁증서 상장 이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전력과 용수, 인력, 공급망 조건이 갖추어지면 미국에 메모리 생산공장을 건설할 가능성도 열어 둔 바 있다.

기술적 의미

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의 승부처가 전공정의 미세화에서 후공정 패키징으로 옮겨 갔다는 점이 이 투자의 배경이다. 적층 단수가 12단을 넘어 16단으로 향하면서 스택의 총 두께가 규격 상한에 근접하고, 그에 따라 개별 다이의 박막화와 접합 방식, 열 방출 경로, 휨(warpage) 제어가 수율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하였다. 이 공정들은 대만 파운드리의 첨단 패키징 라인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고, 그 결과 메모리 기업의 출하 일정이 외부 라인의 가용 용량에 종속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 내 자체 패키징 거점을 확보한다는 것은 이 종속을 줄이면서 동시에 고객사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공동 개발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며, 2028년 하반기라는 양산 목표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세대의 도입 시점과 맞물린다. 두 번째 요점은 정책 환경이다. 미국 정부가 메모리 기업에 현지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국면에서 이번 착공식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며, 반도체·과학법 보조금의 실제 집행 마일스톤이 어떻게 설정되었는지가 후속 투자 규모를 좌우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상징성이다.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한 자리에 설 경우 이는 개별 시설의 착공을 넘어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 동맹의 장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유보 사항이 분명하다. 착공식 일정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이며 SK하이닉스의 공식 보도자료로 확인된 사항이 아니다. 최 회장과 황 최고경영자의 참석은 확정되지 않았고 참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수준이다. 최 회장이 언급한 미국 내 메모리 전공정 팹 건설은 조건이 갖추어지면이라는 전제가 붙은 가능성 언급이며 부지와 시점, 규모가 모두 미정이다.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4억 5,000만 달러와 대출 5억 달러는 최대 한도이며 실제 집행액과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고, 2028년 하반기 양산은 회사 목표치로 공정 지연 위험이 남아 있다.

해외·일본/대만 · 이미지센서·파운드리 ·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즈·TSMC

파운드리가 센서 안으로 — 소니와 TSMC, 7,470억 엔 구마모토 합작사 최종 계약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즈(Sony Semiconductor Solutions Corporation)와 대만 TSMC는 8월 11일 일본 구마모토현 고시시(Koshi City)에 'Advanced Visio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rporation'이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최종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공동 발표하였다. 이 합작법인은 첨단 제조 공정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양산에 필요한 개발과 제조 활동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며 양산 개시는 2029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출자 구조는 소니가 약 4,650억 엔, TSMC가 약 2,820억 엔 현금 출자로 합계 약 7,470억 엔이다. 소니의 출자에는 현금과 함께 회사분할을 통한 자산 이전, 곧 소니가 이미 투자해 고시시에 신축한 팹의 이전이 포함된다. 출자는 시장 수요와 사업 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집행된다. 소니가 단독 지배주주가 되어 합작법인은 소니그룹의 연결 자회사로 운영되고 대표이사도 소니가 선임한다. 역할 분담은 소니가 핵심 이미지센서 기술의 개발과 제품 기획·설계를 주도하고, 합작법인이 TSMC의 첨단 공정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활용해 양산 개발과 제조를 담당하는 구조다. 양사는 계획된 생산능력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투자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검토 중이라고 명시하였다. 이번 최종 계약은 2026년 5월 8일 발표된 예비 합의의 후속이며, 합작법인 설립과 거래 완결은 필요한 규제 승인과 통상적인 선행 조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한다.

기술적 의미

이 거래의 특이점은 TSMC가 로직 파운드리의 영역을 벗어나 이미지센서라는 특수 공정 분야에 소수 지분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데 있다. 배경에는 이미지센서의 구조 변화가 있다. 오늘날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는 광전 변환을 담당하는 화소층과 신호를 처리하는 로직층을 따로 만들어 접합하는 적층 구조가 표준이 되었고, 화소가 미세해질수록 로직층이 담당하는 잡음 제거와 고속 판독, 온칩 처리의 비중이 커진다. 그 결과 이미지센서 제조의 난도가 화소 공정이 아니라 로직 공정의 세대에 좌우되는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센서 전업 기업이 단독으로 최선단 로직 공정을 확보하는 것은 투자 규모 면에서 현실적이지 않게 되었다. 소니가 설계와 화소 기술을 쥐고 TSMC가 공정과 제조를 대는 분업은 이 현실을 정면으로 반영한 구조다. 두 번째 요점은 지배 구조의 설계다. 소니가 단독 지배주주 지위와 대표이사 선임권을 확보하고 합작법인을 연결 자회사로 유지한 것은, 이미지센서의 핵심 지식재산이 외부로 이전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제조 역량만 도입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TSMC 입장에서는 구마모토의 기존 합작 팹에 이은 두 번째 일본 거점을 확보하고 일본의 반도체 지원 체계에 더 깊이 편입되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는 국내 산업에 대한 함의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이미지센서 사업은 이제 세계 1위 센서 기업과 세계 1위 파운드리의 결합을 상대해야 하며, 이는 화소 수 경쟁이 아니라 공정 세대 접근성의 경쟁으로 축이 이동한다는 뜻이다. 다만 유보 사항이 뚜렷하다. 공식 보도자료는 소니가 단독 지배주주라고만 표현하였을 뿐 지분율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일부 보도에 나타난 60 대 40이라는 비율은 출자액 비율에서 도출된 추정치다. 총 투자 규모도 매체별로 크게 엇갈려 약 1조 엔이나 63억 달러로 보도된 사례가 있으나 확정된 출자액은 7,470억 엔이며 그 이상의 수치는 향후 증설까지 포함한 추정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보조금 규모와 승인 여부는 아직 전제 단계이고, 경쟁당국 승인 절차가 남아 거래 완결 시점이 미정이며, 적용 공정 노드와 월 웨이퍼 투입량 등 생산능력, 고객사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해외 · 양자컴퓨팅 정책·상용 배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퀀티넘·오라클

2029년 100큐비트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간 양자컴퓨터 — 같은 주에 나온 두 개의 시간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12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미래성장동력 7대 SEED(Strategic Emerging Engines for Disruptive innovation) 보고회'를 열고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7대 SEED는 미래 청정에너지(소형모듈원자로·핵융합·한계돌파형 재생에너지), 차세대 프론티어(양자·우주항공·첨단바이오), 첨단 공급망(핵심광물 및 소재·부품·장비) 세 분야로 구성된다. 컴퓨팅과 직결되는 핵심은 양자 분야로, 정부는 2029년까지 오류정정이 가능한 100큐비트급 양자프로세서(QPU) 확보를 목표로 하고 이어 반도체 파운드리 대기업 중심의 특수목적법인 '케이-퀀텀 파운드리'를 통해 10년 내 양자칩 제조역량 세계 1위를 노린다고 밝혔다. 공급망 분야에서는 10대 핵심광물 재자원화율을 2030년까지 20퍼센트로 확대하고,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품목의 비축 품목을 24종에서 29종으로, 비축 물량을 최대 180일에서 365일로 늘리며, 역량 강화가 필요한 품목에 5년간 10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 위기론에 시달리던 반도체 산업이 구조적인 초호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인공지능 시대 다음 먹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하루 앞선 8월 11일 해외에서는 양자 상용화의 다른 형태가 발표되었다. 퀀티넘(Quantinuum)과 오라클은 다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퀀티넘의 최신 양자컴퓨터 '헬리오스(Helios)'를 미국 내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안에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배치해 하이브리드 양자·인공지능 작업 부하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기로 하였다. 헬리오스는 2025년 11월 상용 출시된 3세대 트랩드이온 시스템으로 98개 물리 큐비트와 48개 논리 큐비트 시연 실적, 2큐비트 게이트 평균 충실도 99.921퍼센트를 갖추었으며, 공조를 제외한 전력 소모는 약 60킬로와트로 선도 슈퍼컴퓨터의 1퍼센트 미만이다. 라지브 하즈라(Rajeeb Hazra) 퀀티넘 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차세대 기업 컴퓨팅은 양자와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의 결합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고, 마헤시 티아가라잔(Mahesh Thiagarajan)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총괄 부사장은 개발자에게 실용적이고 안전한 양자 탐색 경로를 제공하겠다고 말하였다.

기술적 의미

같은 주에 나온 두 발표를 겹쳐 보면 양자 컴퓨팅의 경쟁 축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가 드러난다. 정부 발표의 핵심 표현은 100큐비트가 아니라 그 앞에 붙은 '오류정정이 가능한'이라는 수식어다. 물리 큐비트의 수는 이미 수백에서 수천 단위가 보고되고 있으나 각 큐비트의 오류율이 높아 긴 연산을 수행할 수 없으며, 여러 물리 큐비트를 묶어 오류를 검출·교정하는 논리 큐비트를 몇 개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가 실질적 성능 지표가 되었다. 퀀티넘이 98개 물리 큐비트로 48개 논리 큐비트를 시연하였다는 수치가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요점은 케이-퀀텀 파운드리라는 구상이 겨냥하는 지점이다. 양자컴퓨터 개발은 지금까지 소수의 전문 기업이 소자를 직접 만들어 온 수공업에 가까웠는데, 초전도나 반도체 스핀 방식의 큐비트는 기존 반도체 공정 장비로 제작할 수 있어 파운드리 모델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 반도체 제조 역량을 양자칩 제조로 전용하겠다는 발상은 한국이 상대적 강점을 지닌 자산을 새 영역에 투입하는 전략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오라클·퀀티넘 사례가 보여 주는 배치 방식의 변화다. 양자컴퓨터는 그동안 원격 클라우드 접속으로만 제공되어 왔으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내부에 직접 놓이면 고전 가속기와 양자 프로세서 사이의 왕복 지연이 줄어든다. 실제 유용한 양자 알고리즘의 다수는 양자 회로를 반복 실행하면서 고전 최적화를 끼워 넣는 혼합 구조여서, 이 왕복 지연이 전체 실행 시간을 지배한다. 약 60킬로와트라는 소비전력은 전력이 병목이 된 데이터센터에 양자 장비를 들여놓는 데 실질적인 근거가 된다. 다만 유보 사항이 크다. 케이-퀀텀 파운드리에 참여할 파운드리 대기업이 특정되지 않았고 기업의 참여 확약도 확인되지 않으며 출자 규모와 설립 시점이 미정이다. 2035년 양자칩 제조 1위는 목표 선언이며 산출 근거가 공개되지 않았고, 7대 SEED 전체의 연도별 예산 총액도 발표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오라클의 양자 서비스는 향후 수개월 내 프리뷰라는 표현만 있을 뿐 정식 출시일과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고 계약 금액과 기간도 비공개이며, 퀀티넘 측이 내세운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상용 양자컴퓨터'라는 표현은 2큐비트 게이트 충실도라는 자사 선정 단일 지표에 근거한다.

03
IT 산업
Technology Industry
국내·한국 · 통신·인공지능 전환 전략 · KT

자사주 1조 원과 1기가와트 — KT가 제시한 2028년 인공지능 전환 시간표

KT는 8월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 KT 코퍼레이트 데이'를 개최하고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였다. 박윤영 KT 대표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직접 발표와 질의응답에 나섰다. 핵심 목표는 2028년까지 연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 9에서 10퍼센트 달성, 인공지능 전환(AX) 매출을 2025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 연결 영업이익률 9퍼센트 달성, 그리고 누적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다. 성장 축으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와 인공지능 에지, 해저케이블, 위성 등을 묶은 이른바 인공지능 전환 인프라를 제시하고, 2031년까지 데이터센터 용량 1기가와트와 해저케이블 용량 90테라비트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으로는 토큰팩토리와 스테이블코인 영역을 거론하였다. 같은 날 오전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연결 매출 6조 6,799억 원, 영업이익 6,483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1퍼센트 감소하였는데 이는 전년 동기의 일회성 분양이익에 따른 기저효과이며 시장 전망치보다는 500억 원가량 높았다. 별도 기준은 매출 4조 5,235억 원, 영업이익 3,890억 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개인정보 침해사고 과징금 반영으로 감소하였다. 인공지능 전환 사업 매출은 금융권 도입 확대와 KT클라우드의 두 자릿수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2.3퍼센트 증가하였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2,650억 원으로 19.8퍼센트 늘었다. 2분기 말 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비중은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83.2퍼센트였고, 케이뱅크는 6월 말 기준 수신 26조 6,000억 원, 여신 19조 8,000억 원, 고객 1,645만 명을 기록하였다. 지난 2월 발표한 2,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9월 9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며 2분기 주당 배당금 600원은 8월 13일 지급된다. 민혜병 KT 재무실장은 "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과 수익성 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이익 개선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였다.

기술적 의미

통신 3사가 같은 시기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성장 서사의 중심에 놓으면서, 통신사를 인공지능 인프라 사업자로 재정의하는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2분기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SK텔레콤이 1,362억 원으로 92.5퍼센트, KT가 2,650억 원으로 19.8퍼센트, LG유플러스가 1,241억 원으로 28.9퍼센트 증가해 세 회사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였다. 주목할 지점은 규모가 아니라 재원 조달 방식의 차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설립한 전문 자회사를 통해 2029년까지 5기가와트를 단계적으로 가동하되 2030년까지의 출자는 7,500억 원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를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외부 자금으로 조달한다. KT는 향후 5년간 약 5조 원을 투입해 1기가와트를 구축하되 자체 자금과 외부 투자를 병행한다. LG유플러스는 파주 200메가와트를 2028년까지 순차 가동하고 지방 거점에 약 2조 원을 추가 투입하되 외부 차입 없이 상각전영업이익 범위 내에서 집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데이터센터는 초기 투자가 크고 회수가 긴 자산이므로, 이 조달 구조의 차이가 향후 재무 여력과 확장 속도의 차이로 곧장 이어진다. 두 번째 요점은 KT가 제시한 조합의 성격이다. 5년간 5조 원의 설비투자와 누적 1조 원의 자사주 매입을 동시에 약속한다는 것은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이라는 상충하는 두 요구를 함께 충족하겠다는 선언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변수는 비핵심 자산의 유동화 속도와 인공지능 전환 매출의 실제 성장률이다. 세 번째는 지표의 선택이다. 매출 성장률이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통신 본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자본 효율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방어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유보 사항이 여럿이다. 누적 1조 원 자사주 매입의 연도별 집행 일정과 2월 발표분 2,500억 원의 포함 여부가 공개되지 않았고, 인공지능 전환 매출 두 배의 기준이 되는 2025년 절대 금액이 공표되지 않아 목표를 절대치로 환산할 수 없다. 2028년 영업이익률 9퍼센트와 자기자본이익률 9에서 10퍼센트는 모두 목표치이며 확정 전망이 아니고, 유동화 대상 자산의 구체적 목록과 예상 매각 대금, 토큰팩토리와 스테이블코인의 투자 규모 및 출시 시점도 제시되지 않았다. 순이익 감소 요인인 개인정보 침해사고 과징금의 반영 금액도 명시되지 않았다.

국내·한국 · 플랫폼 규제·앱마켓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구글·애플

세계 최초 법의 5년 만의 집행 — 방미통위, 인앱결제 제재 의견 청취 종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8월 12일 제27차 전체회의를 열어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처분 필요성 논의를 시작하였다. 사무처가 사실조사 경과를 보고한 뒤 구글과 애플 본사 임원을 상대로 한 의견 청취가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으며, 구글이 약 2시간, 애플이 약 1시간 30분 등 모두 4시간가량 최종 의견을 제시하였다. 사무처는 양사가 자사 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앱 심사를 지연한 행위가 관련 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였으며, 애플에는 부당한 수수료 차별 행위가 추가 위반 사항으로 지목되었다. 김미정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시장조사심의관 직무대리는 "위법행위라고 판단하였던 주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방어권을 보장하였다"며 "오늘 의견 청취로 위원 간 숙의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의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신환 위원은 소속 법무법인이 이 사건 관련 소송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며 회피를 신청하고 안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경과를 보면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담은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시행되었고,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10월 구글 475억 원과 애플 205억 원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는 시정조치안을 통보하였으나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 파행과 기관 개편 및 인선 지연으로 실제 제재가 수년간 미루어졌다. 이후 매출액 재산정을 거쳐 구글 420억 원과 애플 210억 원으로 조정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편 구글은 구글플레이 신규 앱 설치자에 대한 인앱결제 수수료를 최대 30퍼센트에서 서비스 수수료 20퍼센트에 내부 결제 시 결제 수수료 5퍼센트를 더하는 이중 구조로 개편해 한국에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적용할 예정인데, 국내 플랫폼과 게임 업계는 실질 인하 폭이 5퍼센트포인트에 불과하다며 반발해 왔다.

기술적 의미

이 사안의 핵심 쟁점은 과징금의 액수가 아니라 규제의 실효성 자체다. 한국은 앱마켓의 결제 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었으나, 법 시행 이후 5년 동안 실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규제 기관의 조직 개편과 인선 지연이라는 절차적 요인이 작용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선도적 입법이 집행 지연으로 무력화되는 사례로 국제적으로 인용되어 왔다. 이번 의결이 어떤 형태로 나오는가는 유럽연합 디지털시장법과 미국·영국의 앱마켓 소송이 진행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규제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두 번째 쟁점은 우회 행위의 규율이다. 결제 방식을 형식적으로 개방하면서 외부 결제에 사실상 동등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앱 심사를 지연하는 방식은 여러 관할권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었고, 법 문언이 금지하는 강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형식이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사무처가 결제 방식 강제와 함께 앱 심사 지연을 위반 사항으로 함께 지목한 것은 이 판단 기준을 채택하였음을 시사한다. 세 번째는 병행 절차의 압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별도로 앱마켓 관련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구글은 두 규제 기관의 절차를 동시에 받는 구도에 놓인다. 다만 유보 사항이 분명하다. 최종 과징금 액수와 의결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고 조속한 시일 내라는 표현만 있을 뿐 구체적 날짜가 없다. 2023년 예고액과 재산정액 가운데 어느 쪽이 기준이 될지, 감경이 이루어질지도 미정이다. 구글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과징금 산정에 반영될지에 대해 규제 기관은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으며, 게임사와 소비자에 대한 수수료 환급 여부와 방식은 확정된 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건에서 거론되는 금액은 업계와 언론의 추산치이며 확정 부과액이 아니고, 애플의 부당한 수수료 차별 행위의 구체적 내용도 공개 자료에 상세히 적시되지 않았다.

국내·한국 · 데이터센터 냉각·설비 투자 · 삼성전자·플랙트그룹

가속기가 아니라 열을 판다 — 삼성전자, 광주에 데이터센터 냉각장비 공장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냉난방공조 기업 플랙트그룹(FläktGroup)의 해외 생산 물량 일부를 이르면 2027년부터 광주로 전환한다고 전자신문이 8월 12일 보도하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건축허가를 신청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상수도·배수설비, 차량 진출입로 설치 등 실무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8월 중 건축허가를 받고 9월에 착공식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차량 진출입시설의 도로점용과 배수설비 설치를 위한 도로굴착을 허가하였고 상수도 분야 검토와 건축허가 재협의도 마쳤으며, 공장 증축에 따른 교통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신공장은 광주첨단과학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그린시티 3캠퍼스에 들어서며, 기존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동시에 캠퍼스 내 유휴부지에 별도 공장동을 세우는 증축 방식으로 추진된다. 투자 규모는 약 2,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광주 공장은 국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중앙공조와 정밀냉각 장비를 주로 생산하며, 그동안 플랙트그룹의 유럽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던 물량 일부를 대체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를 비롯한 국내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의 공조 수요를 공략하고, 수요처와의 지리적 인접성을 활용해 납기 준수와 고객별 맞춤형 설계 요구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플랙트그룹은 6월부터 인도 푸네에서 연간 6,500대 규모 생산을 목표로 투자를 진행해 왔으며, 8월 13일에는 인도 공장 준공 소식이 전해졌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미국 현지 공장 신축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술적 의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병목이 가속기 확보에서 전력과 냉각으로 옮겨 갔다는 진단은 이제 널리 공유되지만, 그 진단을 사업 기회로 전환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랙당 소비전력이 수십 킬로와트를 넘어서면 종래의 공랭 방식으로는 열을 뽑아낼 수 없어 후면 도어 열교환기나 직접 액랭 방식으로 넘어가야 하고, 이 전환은 서버 자체보다 건물의 공조 설계와 배관, 열원 설비를 먼저 바꿀 것을 요구한다. 삼성전자가 가전 부문의 부진 속에서 냉난방공조를 성장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전략이 부지와 인허가라는 실물 단계로 진입하였다는 점이 이번 보도의 핵심이다. 두 번째 요점은 국산화와 납기다. 대형 공조 설비는 부피가 크고 운송 비용과 리드타임이 길며 현장 조건에 맞춘 설계 변경이 잦아, 생산 거점과 수요처의 거리가 프로젝트 일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 해외 생산분을 국내로 전환하면 납기 단축과 유지보수 대응, 공급망 안정 측면의 이점이 함께 발생한다. 세 번째는 정책 접점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를 비롯한 공공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국산 설비 채택의 유인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세제와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의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선정과 관련해 정부가 기업에 부지를 먼저 제안하였다는 8월 13일 산업통상부 장관의 국회 발언과 겹쳐 보면, 호남권 첨단산업 클러스터 형성이라는 정책 흐름의 한 조각으로도 읽힌다. 다만 유보 사항이 여럿이다. 투자 규모 약 2,000억 원은 알려졌다는 표현으로 보도된 비공식 수치이며 회사의 공식 발표가 아니다. 건축허가 취득 시점과 9월 착공식 개최 여부 및 날짜는 모두 협의 중인 미확정 사항이고, 착공식과 실제 공사 개시 사이에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명시되어 있다. 신공장 예정 부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이주 완료보고와 환경당국 현장 확인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7년부터 해외 물량을 전환한다는 것은 목표 시점이며 전환 물량의 규모와 품목별 비중, 광주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도 제시되지 않았고, 북미 현지 공장 신축은 가능성이 거론되는 단계로 확정 계획이 아니다.

해외·미국 · 스마트폰·온디바이스 인공지능 · 구글(알파벳)

899달러가 된 기본형 — 메모리 값이 밀어 올린 픽셀11과 운영체제로 들어간 제미나이

구글은 현지시간 8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메이드 바이 구글 2026' 행사를 열고 픽셀11 시리즈 4종과 픽셀 워치 5, 그리고 분실물 추적기 '픽셀 태그'를 공개하였다. 라인업은 픽셀11, 픽셀11 프로, 픽셀11 프로 XL, 픽셀11 프로 폴드로 구성된다. 기본형 픽셀11은 128기가바이트 옵션을 없애고 256기가바이트부터 판매하며 가격은 899달러로 전작 대비 100달러 올랐는데, 업계 전반의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인상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후면 카메라 바는 전작 대비 40퍼센트 이상 얇아진 일체형 유리 소재로 바뀌었고, 4,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에 새 1/1.56인치 센서를 적용해 빛 수용량을 56퍼센트 늘렸다. 픽셀11 프로와 프로 XL은 256기가바이트와 12기가바이트 메모리 기본 구성에 1,099달러부터이며 512기가바이트 또는 1테라바이트 선택 시 16기가바이트 메모리를 제공하고, 최대 밝기는 3,600니트로 전작보다 300니트 높아졌다. 프로 모델에는 5,000만 화소 메인 센서와 1/1.95인치 4,800만 화소 망원, 최대 120배 줌, 전작 대비 두 배 이상의 내스크래치 코팅이 적용되었다. 픽셀11 프로 폴드는 16기가바이트 메모리와 256기가바이트 저장장치 기본 구성에 1,899달러부터이며, 전작보다 약 10퍼센트 가볍고 1밀리미터 가까이 얇아졌으며 유리섬유 복합 후면과 재설계 힌지로 내구성을 세 배 높였다고 회사는 설명하였다. 신형 텐서 G6 칩은 전작 대비 최대 20퍼센트 높은 전력 효율과 30시간 이상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한다. 픽셀 태그는 29달러이며 네 개 묶음은 99달러로, 안드로이드 파인드 허브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인공지능 측면에서는 '제미나이 인텔리전스'가 메시지와 캘린더, 지도 등 구글 서비스의 정보를 연결해 예약 실행 같은 실제 작업까지 수행하며, 음성 입력 기능과 미국 수어를 카메라로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능, 픽셀 카메라에서 바로 접근하는 서클 투 서치가 함께 공개되었다. 국내 매체는 신제품 판매 시작일을 8월 20일로 전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발표에서 가장 널리 인용될 대목은 카메라 사양이 아니라 가격 인상의 사유다. 기본형이 100달러 오른 배경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목되었다는 것은, 인공지능 서버 수요가 끌어올린 메모리 단가가 완제품 원가를 거쳐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는 경로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앞서 확인한 8월 초순 반도체 수출 155.4퍼센트 증가의 이면에 있는 단가 상승이 어디까지 파급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이며, 이 전이가 계속되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수요가 조정되는 되먹임이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 요점은 인공지능 통합의 위치다. 별도의 대화형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대신 운영체제 층위에서 에이전트가 메시지와 일정, 지도를 가로질러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는, 인공지능의 접점이 앱이 아니라 플랫폼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전제가 관철되면 개별 앱의 사용자 접점이 약화되고 운영체제 사업자의 지위가 강화되므로, 앞서 다룬 앱마켓 규제 논의와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경쟁 정책 쟁점이 재생산된다. 세 번째는 추적기 시장 진입이다. 29달러라는 가격으로 애플이 사실상 독점해 온 분실물 추적기 범주에 진입하면서, 경쟁력의 관건은 기기 사양이 아니라 신호를 중계해 줄 안드로이드 기기 망의 밀도가 된다. 폴더블에서는 내구성 세 배와 두께 축소를 앞세워 선발 주자를 추격하는 구도이며, 이는 국내 제조사의 하반기 전략과 직접 맞물린다. 다만 유보 사항이 분명하다. 픽셀11 시리즈의 한국 정식 출시 여부와 시점, 가격은 확인되지 않으며 구글은 그동안 한국에 픽셀 스마트폰을 공식 출시하지 않아 왔다. 8월 20일 판매 시작은 국내 매체 보도 기준이며 국가별 출시 일정의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판매 목표량과 출하 전망, 시장점유율 목표는 발표되지 않았고, 제미나이 인텔리전스의 지원 언어와 국가별 기능 제한 범위도 공개되지 않았다. 수어 인식은 현재 미국 수어를 기준으로 하며 다른 수어로의 확대 계획은 미공개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가격 인상에 미친 기여도는 해석 수준이며 회사의 공식 수치 설명은 없다.

해외·중국 · 분기 실적·인공지능 설비투자 · 텐센트홀딩스

매출은 11%, 설비투자는 176% — 텐센트의 분기 자유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텐센트홀딩스는 8월 12일 홍콩에서 2026년 2분기 미감사 연결 실적을 발표하였다. 총매출은 2,047억 8,5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퍼센트 증가하였고 매출총이익은 1,184억 3,300만 위안으로 13퍼센트 늘어 총이익률이 57퍼센트에서 58퍼센트로 개선되었다. 비국제회계기준 영업이익은 756억 3,600만 위안으로 9퍼센트 증가하였으나 영업이익률은 38퍼센트에서 37퍼센트로 하락하였다. 다만 신규 인공지능 제품 부문을 제외한 비국제회계기준 영업이익은 861억 위안으로 19퍼센트 늘고 이익률은 39퍼센트에서 42퍼센트로 올라, 인공지능 투자가 단기 수익성을 잠식하고 있음을 수치로 드러냈다. 비국제회계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684억 1,500만 위안으로 9퍼센트, 국제회계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560억 2,200만 위안으로 0.7퍼센트 증가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설비투자다. 2분기 자본적 지출은 527억 8,4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191억 700만 위안 대비 176퍼센트 급증하였고, 그 결과 2분기 자유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38억 위안을 기록하였다. 영업활동 현금 527억 위안이 설비투자 지급 593억 위안과 미디어 콘텐츠 50억 위안, 리스부채 22억 위안에 상쇄된 결과이며, 컴퓨트 조달 선급금을 제외하면 자유현금흐름은 플러스 376억 위안이었다. 사업부별로는 부가서비스가 984억 1,400만 위안으로 8퍼센트 증가하였고 이 가운데 국내 게임이 473억 위안으로 17퍼센트 늘었으며 해외 게임은 186억 위안으로 환율 영향에 따라 0.8퍼센트 감소하였다. 마케팅 서비스는 435억 6,500만 위안으로 22퍼센트 급증하였고 핀테크·기업서비스는 602억 8,600만 위안으로 9퍼센트 늘었다. 운영지표는 웨이신·위챗 합산 월간 활성 사용자 14억 3,900만 명으로 2퍼센트 증가, QQ 모바일 월간 활성 사용자 5억 2,000만 명으로 2퍼센트 감소였다. 마화텅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지능과 응용, 인프라 세 층위에서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새로운 텐센트를 만드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밝혔다.

기술적 의미

이 실적에서 읽어야 할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부호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설비투자가 176퍼센트 늘면서 분기 자유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겪고 있는 인공지능 투자와 현금 창출 사이의 긴장이 중국 진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컴퓨트 조달 선급금이라는 항목이 별도로 언급된 대목이 주목된다.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금을 미리 지급하는 관행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면에서 나타나며, 이는 회계상 현금흐름을 앞당겨 악화시키는 대신 물량을 선점하는 거래에 해당한다. 두 번째 요점은 공시 방식이다. 회사가 신규 인공지능 제품을 제외한 이익률을 별도로 제시한 것 자체가, 투자자에게 본업의 수익성은 훼손되지 않았으며 이익률 하락은 의도된 투자의 결과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소통 전략으로 읽힌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이 이미 매출에 기여하는 영역의 식별이다. 마케팅 서비스가 22퍼센트 성장한 것은 광고 추천 모델의 개선과 자동화 캠페인 도구, 폐쇄형 생태계 내 전환 측정의 결합에 따른 것으로 설명되며, 대화형 제품이 아직 비용 항목에 머무는 동안 추천·광고 계열이 인공지능 투자의 회수 경로 노릇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내 게임의 17퍼센트 성장은 중국 게임 시장의 회복세를 시사하는 지표로 국내 게임사의 진출 환경 판단에 참고가 된다. 다만 유보 사항이 여럿이다. 2026년 연간 설비투자 안내가 이 발표에 명시되지 않았고, 컴퓨트 조달 선급금의 규모가 별도 금액으로 공시되지 않아 역산해야 한다. 신규 인공지능 제품 부문의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고 영업손실 기여분만 간접 추정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오피스·코딩 도구의 사용자 수와 유료 전환율, 매출 기여도는 숫자로 제시되지 않았다. 미감사 실적이며 비국제회계기준 지표는 회사 자체 정의에 따른 것으로 타사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본 항목은 투자 판단의 근거가 아니다.

04
인공지능 · 머신러닝
AI & Machine Learning
해외·미국 · 인공지능 수학·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 앤스로픽

하루 반 만에 25.6퍼센트포인트 — 미출시 클로드가 밀어 올린 리만 제타 함수의 하한

앤스로픽은 현지시간 8월 10일 리서치 문서 'Learning more about Claude's mathematical capabilities'를 공개하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연구용 클로드가 리만 제타 함수의 비자명 영점 가운데 리만 가설이 요구하는 임계선 위에 있음이 증명된 비율의 하한을 기존 41.6퍼센트에서 67.2퍼센트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리만 가설은 1859년 베른하르트 리만이 제시하였고 클레이수학연구소가 밀레니엄 난제로 지정해 상금 100만 달러를 걸어 둔 문제이며, 이번 결과는 가설 자체의 증명이 아니라 그 하한값의 개선이다. 연구는 앤스로픽 직원이자 수학자가 아닌 재러드 섬너(Jarred Sumner)가 리만 가설에 진지하게 도전해 보라는 프롬프트를 넣으면서 시작되었다. 클로드는 처음 650개의 아이디어를 시도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고, 두 번째 시도에서 약 하루 반 동안 60개의 하위 에이전트를 조율하며 셸 명령 2,400회와 파이썬 스크립트 수백 개를 실행하였다. 전체 작업은 클로드 코드상의 두 세션에서 총 3,100만 출력 토큰을 소모하였다. 60개 하위 에이전트의 역할은 핵심 수학 아이디어 개발 2개, 아이디어 공급 13개, 실패로 끝난 새 접근법 시도 30개, 논증 검증 13개, 초안 작성 2개로 분업되었다. 수학적 핵심은 2000년 봄비에리(Bombieri)의 논문과, 몽고메리(Montgomery)의 1973년 쌍상관 기법을 리만 가설을 가정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최근 연구를 결합한 데 있다. 검증은 앤스로픽 소속 수학자 레번트 알포게(Levent Alpöge)와 랠프 퍼먼(Ralph Furman)이 수행하였고, 해당 분야 외부 전문가인 브라이언 콘리(Brian Conrey)와 댄 골드스턴(Dan Goldston)이 촉박한 일정 속에 논문을 검토하였다. 별도로 린(Lean) 형식화 증명을 작성해 깃허브 저장소 anthropics/zeta-23-lean에 공개하였으며 표준 검증 도구를 통과하였다. 클로드는 스스로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겠다고 자원하였고 인간 정수론자의 검증을 권고하였으며, arXiv 논문 54편을 내려받아 선행 연구와의 중복 여부를 확인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 결과의 무게는 개선 폭 자체보다 개선의 성격에 있다. 임계선 위 영점의 비율을 아래에서 조이는 연구는 1974년 레빈슨이 3분의 1을 얻은 이래 콘리와 후속 연구자들이 40퍼센트대까지 밀어 올리는 데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썼고, 최근 수십 년간은 소수점 단위의 개선이 개별 논문의 성과로 인정되어 왔다. 25.6퍼센트포인트라는 이동은 그 기준에서 이례적이다. 두 번째 요점은 방법론이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의 수학 성과는 대체로 이미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를 푸는 형태, 곧 경시대회 문제나 벤치마크 문제집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번 작업은 서로 다른 미완결 연구 흐름을 조합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며, 무엇보다 단일 모델의 추론이 아니라 60개 하위 에이전트가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서로의 논증을 심사하며 반례를 탐색하는 분업 구조로 수행되었다. 실패한 시도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이 구조가 탐색과 기각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되었음을 보여 준다. 세 번째 요점은 검증 경로다. 자연어로 쓰인 수학 논증은 사람이 읽어야 검증되지만, 린 같은 증명 보조 시스템으로 형식화하면 기계가 기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를 인공지능 아닌 도구로 검증하는 이 조합은, 생성 속도가 검증 속도를 앞지를 때 발생하는 신뢰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응책이다. 다만 유보 사항이 크다. 사용된 모델의 정식 명칭과 매개변수 규모, 아키텍처, 컨텍스트 길이가 일체 공개되지 않았고 미출시 연구 버전이라는 표현 외의 사양이 없다. 동료심사 학술지 게재가 아니라 회사 자체 공개이며, 1차 검증을 수행한 두 사람이 모두 앤스로픽 소속이어서 완전한 독립 검증으로 보기 어렵다. 외부 전문가 두 사람의 검토도 회사 표현대로 촉박한 통보 속에 이루어졌고 정식 심사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소요된 연산 비용과 가속기 시간도 미공개이며, 형식화 증명의 적용 범위가 논문 전체인지 핵심 결과에 한정되는지도 원문 표현만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앤스로픽 스스로 이 기법이 리만 가설의 증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해외·미국 · 인공지능 인프라 금융·전력 조달 · 앤스로픽·라이엇 플랫폼스·엔비디아·월가 6개사

20년치 전기를 먼저 산다 — 91억 달러 전력계약과 5,000억 달러 컴퓨트 금융 플랫폼

8월 11일 라이엇 플랫폼스(Riot Platforms)는 앤스로픽과 91억 달러 규모, 20년 만기의 컴퓨팅 용량 임대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확인하였다. 대상은 미국 텍사스주 록데일(Rockdale) 캠퍼스의 191메가와트 용량이며 계약 기간은 2048년 6월까지, 여기에 5년 연장 선택권 두 번이 붙어 있어 모두 행사될 경우 총 계약 규모는 약 161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 첫 96메가와트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한다. 라이엇은 같은 캠퍼스에서 이미 AMD와 계약을 맺고 있어, 컴퍼스포인트 애널리스트 마이클 도노반은 두 개 임차인 캠퍼스로 계약된 데이터센터 매출이 98억 달러라고 평가하며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29달러를 유지하였다. 발표 직후 라이엇 주가는 시간외에서 25퍼센트 급등해 24.40달러까지 올랐다가 정규장에서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하였다. 이 계약은 앤스로픽의 연쇄적 컴퓨트 조달의 연장선으로, 회사는 앞서 신생 인프라 기업 볼타 인프라 홀딩스와 100억 달러 규모 계약을, 2026년 5월에는 xAI로부터 약 450억 달러어치의 컴퓨팅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루 앞선 8월 10일 엔비디아는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블랙록, 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 골드만삭스, KKR 등 월가 6개 금융사와 컴퓨팅 금융 플랫폼 구축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밝혔다. 참여사들은 향후 수년간 5,000억 달러 이상의 외부 자본을 인공지능 인프라에 투입한다는 목표이며, 하나의 대형 펀드를 공동 조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6개사가 각각 독립적인 금융 플랫폼을 세워 엔비디아 기반 데이터센터에 자금을 공급하는 형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자금 전액이 제3자 자본으로 조달될 것이며 여섯 곳에만 제안하였고 아무도 거절하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는 향후 거래가 높은 신용도를 갖출 것이며 주식에 과도하게 투자된 투자자들에게 부채 투자로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한편 채권 가격정보업체 솔브에 따르면 6월 이후 엔비디아 관련 채권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은 두 배로 높아져 동일 만기 미국 국채 대비 약 0.40퍼센트포인트 수준이다.

기술적 의미

두 거래를 나란히 놓으면 인공지능 인프라의 거래 단위가 무엇으로 바뀌었는지가 드러난다. 앤스로픽이 산 것은 가속기가 아니라 텍사스 계통에 연결된 191메가와트라는 전력 용량과 2048년까지라는 시간이다. 텍사스 전력계통 운영기관이 신규 대규모 부하의 연계 심사를 강화하면서 이미 허가를 받아 놓은 용량이 희소해졌고, 그 결과 전력 접속권 자체가 거래 가능한 자산이 되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임대업으로 재평가되는 흐름도 여기서 나온다. 채굴은 채산성이 전력 단가와 코인 가격에 좌우되어 변동성이 크지만, 20년 고정 임대는 같은 자산을 안정적 현금흐름으로 바꾼다. 엔비디아 측 거래의 성격은 다르다. 그동안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지분이나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은 매출과 투자가 순환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는데, 제3자 자본이 각각 독립적인 플랫폼을 세워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는 이 순환의 외관을 해체하면서 동시에 자사 대차대조표 부담을 외부화한다. 컴퓨트를 담보로 특수목적법인이 자금을 조달한다는 구성은 항공기 금융이나 인프라 금융의 문법을 가속기에 적용한 것에 해당하며, 실현될 경우 가속기가 감가상각 자산에서 담보 자산으로 격상된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이 자금이 실제 집행되면 데이터센터 신설이 가속되고 그 안에 들어갈 고대역폭 메모리와 서버 D램, 기업용 저장장치 수요가 2027년에서 2028년까지 구조적으로 뒷받침된다. 반대편의 위험은 신용 사이클이다. 엔비디아 관련 채권의 가산금리가 6월 이후 두 배로 벌어졌다는 사실은 시장이 인공지능 인프라 부채의 집중도를 이미 경계하기 시작하였음을 보여 주며, 조달 비용이 오르면 프로젝트 지연을 거쳐 메모리 발주 조정으로 역류할 수 있다. 유보 사항이 크다. 앤스로픽 측의 공식 보도자료는 확인되지 않으며 계약 확인은 라이엇 측 발표와 언론 취재에 근거한다. 91억 달러가 순수 임대료인지 전력·운영비를 포함한 총액인지 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았고, 배치될 가속기의 종류와 랙 밀도, 냉각 방식 같은 기술 사양은 전무하다. 161억 달러는 연장 선택권을 모두 행사하였을 때의 이론상 최대치이며, 2027년 말 96메가와트 가동은 인허가와 전력 공급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엔비디아 측 거래도 금융사별 개별 약정 규모와 구체적 조건, 5,000억 달러의 집행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고 일부 국내 보도는 이를 양해각서 단계로 전하였다. 앤스로픽은 올가을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어서 2048년 만기의 고정 비용 약정이 상장 심사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도 변수로 남는다.

해외·미국 ·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조직 개편 · 구글·구글 딥마인드

월 10억 명, 그러나 구독자 수는 빠졌다 — 제미나이의 지표와 딥마인드의 새 지휘부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알파벳·구글 최고경영자는 현지시간 8월 11일 제미나이 앱의 월간 사용자가 10억 명을 넘어섰다고 X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발표하였다. 구글은 이를 회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제품으로 규정하였으며, 검색과 지메일, 안드로이드, 지도, 크롬, 플레이, 유튜브 등에 이어 10억 사용자를 돌파한 14번째 제품이 되었다. 성장 궤적은 2025년 5월 월간 활성 사용자 4억 명, 2026년 5월경 9억 명, 7월 22일 제출된 2026년 2분기 실적 기준 9억 5,000만 명이었고 실적 공시 이후 3주 만에 약 5,000만 명이 추가되었다. 구글 랩스와 제미나이 앱, AI 스튜디오를 총괄하는 조시 우드워드(Josh Woodward) 부사장은 세부 지표를 함께 공개하였다. iOS 이용자가 1억 명 이상이고 macOS 앱의 주요 이용자는 다른 접점 대비 약 두 배 자주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60개 이상의 지역 방언이 곧 추가된다. 이용자의 63퍼센트가 음성으로 직접 대화하고 음성 전용 이용자가 늘고 있으며, 제미나이 라이브에서는 상호작용 다섯 건 가운데 한 건이 음성을 넘어 실시간 카메라나 화면 공유를 활용한다. 제미나이는 하루 1억 5,0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고 안드로이드에서는 40개 앱에 걸친 작업 자동화가 제공된다. 이번 발표는 8월 5일 단행된 구글 딥마인드 수뇌부 개편 직후에 나왔다.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는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 구글 딥마인드 회장 겸 알파벳 최고과학자로 이동하였고, 코라이 카북추오글루(Koray Kavukcuoglu) 최고기술책임자가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해 피차이에게 직접 보고하며 제미나이와 프런티어 연구, 제품·개발자 조직의 일상 운영을 총괄하게 되었다. 카북추오글루는 딥마인드에서 13년간 재직하며 딥러닝 팀을 시작하였고 웨이브넷과 심층 Q 네트워크 연구를 주도한 인물이다. 같은 시기 제프 딘(Jeff Dean)은 27년 근속 후 퇴사해 공익법인 디스커버리 루프(Discovery Loop)를 공동 창업한다고 밝혔다.

기술적 의미

10억이라는 숫자를 해석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분모가 아니라 분자의 정의다. 오픈AI가 2026년 6월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 10억 명 돌파를 밝힌 바 있으므로 표면적으로는 같은 수치이나, 이번 발표는 월간 기준이어서 단순 비교가 성립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드로이드와 검색, 워크스페이스에 사전 통합된 접점을 통한 접촉과 자발적 사용을 구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유료 전환의 모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며,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 유료 구독자 수와 전환율이 완전히 빠졌다는 점을 복수 매체가 지적하였다. 두 번째로 읽을 만한 지표는 사용 형태다. 이용자의 63퍼센트가 음성으로 대화하고 라이브 상호작용의 20퍼센트가 카메라나 화면 공유를 동반한다는 수치는, 텍스트 대화창이라는 형태가 이미 지배적 인터페이스가 아니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앞서 다룬 픽셀11의 운영체제 통합 전략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며, 사용자 지표 발표와 하드웨어 행사를 이틀 간격으로 배치한 구성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세 번째는 조직 개편이 갖는 의미다. 딥마인드는 2026년 들어 주요 모델의 출시 지연과 성능 논란을 겪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번 개편으로 연구 조직의 운영이 제품 조직과 같은 보고선 아래로 통합되었다. 연구 자율성과 출시 속도 사이의 균형을 후자 쪽으로 옮기는 결정으로 읽히며, 새 체제의 첫 시험대는 차기 주력 모델이 될 전망이다. 유보 사항이 여럿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의 산정 기준, 곧 중복 제거 방식과 어떤 접촉을 사용으로 계산하는지가 공개되지 않았고 국가·지역별 분포와 유지율, 세션 길이 같은 질적 지표도 미공개다. 우드워드가 밝힌 세부 수치는 모두 구글 자체 집계이며 제3자 검증이 없다. 차기 모델의 출시 시점과 사양은 공식 확인된 바 없으며, 개편의 배경에 관한 일부 보도는 익명 취재원에 기반하고 있어 확정 사실로 다루기 어렵다.

국내·한국 · 인공지능 신약개발 정책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북대학교·케이메디허브·유니바

모델이 제안하고 실험실이 답한다 — 대구에 문 연 첫 '랩 인 더 루프' 신약개발 거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는 8월 12일 대구에서 '합성신약 분야 AIx바이오 혁신연구거점 조성 시범사업단 출범식'을 열고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혁신거점의 출범을 알렸다. 이 사업은 정부 케이-문샷 프로젝트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 주요 사업으로, 대구가 첫 번째 시범 거점이자 합성신약 분야의 첫 거점이 된다. 사업의 핵심은 인공지능 모델과 실험실이 함께 학습하는 '랩 인 더 루프(Lab-in-the-Loop)' 연구체계다. 인공지능 모델이 바이오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후보물질과 실험 조건을 제안하면 자동화 기반 실험 플랫폼이 이를 신속히 검증하고, 검증 결과가 다시 모델 고도화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 컨소시엄은 경북대학교와 경북대학교병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 유니바, 대구광역시로 구성된다. 경북대학교가 총괄주관기관으로 합성신약 랩 인 더 루프 연구체계의 운영과 사업 총괄을 맡고 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 조성과 융합인재 양성도 함께 추진한다. 경북대학교병원은 데이터 중점 주관기관으로 약 200만 명 규모의 환자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데이터 활용 체계를 구축한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HLB생명과학과 아론티어, 몰큐브, 에이블랩스 등 기업과 협력해 고속검증 인프라 조성과 산학협력 체계 강화를 주도하고, 유니바는 신약개발 과정에 활용 가능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중점 수행한다. 참여기관 보도자료를 인용한 일부 매체는 사업 규모를 491억 원으로 전하였다. 오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미래 신약개발 경쟁력은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를 실제 실험 환경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 사업의 설계는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지난 몇 년간 겪은 좌절의 원인을 겨냥한다. 구조 예측과 결합 친화도 예측 모델은 눈에 띄게 발전하였으나 실제 임상 성공률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였고,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데이터에 있었다. 공개 데이터베이스는 성공한 실험 결과에 편중되어 있고, 실패 조건과 음성 결과는 기록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실험실의 데이터는 조건이 표준화되지 않아 결합하기 어렵다. 모델이 제안한 후보를 동일 조건의 자동화 플랫폼에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성공과 실패 모두 다시 학습에 투입하는 구조는, 모델을 개선하기 위한 데이터를 스스로 생산하는 폐루프를 만든다는 뜻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변수는 회전 주기다. 제안에서 검증까지 걸리는 시간이 몇 주 단위면 모델은 사실상 정적이지만, 며칠 단위로 줄면 능동학습이 성립한다. 두 번째 요점은 전날 출범한 자율실험실 산·학·연 협의체와의 관계다. 자율실험실이 실험 자동화라는 공통 인프라의 층이라면 이번 거점은 특정 분야에 적용해 성과를 검증하는 층에 해당하며, 이틀 사이에 두 층이 연달아 출범하였다는 사실은 정부의 인공지능 과학기술 정책이 선언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내려왔음을 보여 준다. 세 번째는 데이터 자산의 성격이다. 경북대학교병원이 보유한 약 200만 명 규모의 환자 데이터가 실제로 결합되면 국내에서 드문 규모의 임상 데이터와 실험 데이터의 연계가 성립하며, 이는 후보물질 탐색보다 적응증 선택과 환자군 층화에서 더 큰 가치를 갖는다. 다만 유보 사항이 여럿이다. 총사업비와 사업 기간이 정부 공식 발표문에서 확인되지 않으며, 491억 원은 참여기관 보도자료를 인용한 수치로 정부 확정 예산인지 컨소시엄 총 사업비인지 불분명하다. 개발할 파운데이션 모델의 매개변수 규모와 아키텍처, 학습 데이터, 공개 여부가 일체 미공개이고, 자동화 실험 플랫폼의 처리량과 목표 성과지표, 개발 기간 및 비용 절감 목표치도 제시되지 않았다. 환자 데이터의 비식별화 방식과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절차, 실제 활용 가능 범위가 공개되지 않았으며, 합성신약 외 후속 분야의 거점 선정 일정과 개수, 참여 기업의 역할 분담과 투자 규모도 미확정이다.

국내·한국/독일 · 설명가능 인공지능·정보보안 · 한국과학기술원·막스플랑크연구소/유즈닉스 시큐리티 2026

왜 의심하는지까지 말한다 — 20년치 댓글 1억 1,000만 건에서 찾은 의심 계정 2만 3,998개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은 8월 12일, 온라인 뉴스 댓글에서 외국 연계 영향력 활동으로 의심되는 패턴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판단 근거까지 함께 제시하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밝혔다. 연구는 이원재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와 차미영 전산학부 교수(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단장 겸임), 오혜연 전산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토르스텐 홀츠(Thorsten Holz) 막스플랑크 정보보안·프라이버시연구소 교수와 함께 수행한 국제 공동연구다. 연구팀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앞서 식별한 외국 연계 계정 70개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들과 연관되거나 같은 기사에 반복적으로 댓글을 작성한 계정을 추적하였다. 분석 대상은 2006년부터 2025년까지 20년간 작성된 약 1억 1,000만 건의 뉴스 댓글이다. 개발된 인공지능은 댓글을 3단계로 분석한다. 먼저 작성자가 외국과 연계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표현과 맥락을 살피고, 다음으로 도덕적 비난이나 맹목적 찬양처럼 사회적 양극화를 키울 수 있는 감정이 나타나는지를 분석하며, 마지막으로 그 감정이 어느 국가나 대상을 향하는지 파악한다. 여기에 계정의 활동 빈도와 기간, 다른 의심 계정과의 활동 연관성 등 행동 패턴을 결합하였다. 그 결과 이용자 약 400만 명 가운데 외국 연계 영향력 활동이 의심되는 계정 2만 3,998개를 식별하였다. 이들 계정은 특정 정치 진영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기보다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는 방향의 메시지가 두드러졌으며, 상위 10개 표적 가운데 7개가 국내 유명 정치인이었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전·현직 대통령과 대선 후보, 정당이 폭넓게 대상이 되었다. 공동 제1저자는 김재홍 박사과정생과 김현승 석사과정생이며, 연구는 정보보안 분야 최고 학회 가운데 하나인 유즈닉스 시큐리티 심포지엄 2026(USENIX Security Symposium 2026)에서 8월 13일 발표될 예정이다.

기술적 의미

이 연구가 다루는 문제는 탐지 성능이 아니라 탐지 결과의 사용 가능성이다. 여론 조작 계정을 분류하는 모델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계정 하나를 의심 대상으로 지목하는 판정은 그 자체로 강한 사회적 효과를 낳는다. 오탐이 발생하면 정상 이용자의 표현이 부당하게 낙인찍히고, 판정 근거가 제시되지 않으면 이의를 제기할 방법도 없다. 근거가 된 댓글의 표현과 행동 패턴을 함께 제시하는 설계는 이 위험에 대한 응답이며, 인공지능이 1차 선별을 수행하고 사람이 근거를 검토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운영 모델을 전제로 한다. 이는 인공지능을 판정자가 아니라 조사 보조 도구로 규정하는 접근이고, 국내 인공지능 관련 법제와 유럽연합 인공지능법이 요구하는 설명 가능성 요건과도 맞닿는다. 두 번째 요점은 발견의 내용이다. 의심 계정들이 특정 진영을 지지하기보다 기존 갈등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결과는, 영향력 공작의 목표가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 자체를 낮추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이 차이는 대응 정책의 설계를 바꾼다. 편향 교정이 아니라 담론의 건강성 지표를 관측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재정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규모다. 20년, 1억 1,000만 건, 이용자 400만 명이라는 종단 분석은 국내 관련 연구로는 이례적이며, 선거 주기와 같은 장기 패턴을 관측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유보 사항이 명확하다. 외국 연계는 어디까지나 의심 단계이며 실제 배후 국가나 조직, 자금원이 확정된 것이 아니고 연구팀도 의심 계정이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 출발점이 된 70개 계정의 식별 근거는 외부 기관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그 판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이 초기 표본의 편향이 확산 탐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할 수 없다. 2만 3,998개라는 수치의 정밀도와 재현율, 곧 오탐률과 미탐률이 공개 보도에 제시되지 않았고 사용된 모델의 종류와 규모, 학습 데이터 구성도 확인되지 않는다. 분석은 특정 포털의 뉴스 댓글에 한정되어 다른 커뮤니티나 동영상·단문 플랫폼으로의 일반화 가능성은 검증되지 않았으며, 상위 표적의 구체적 명단과 비중도 공개되지 않았다.

종합 평가

20년치 전기와 하루 반의 증명 — 값을 먼저 치르는 쪽과 근거를 남기는 쪽

오늘의 동향을 관통하는 첫 번째 흐름은 인공지능의 거래 단위가 장비에서 전력과 시간으로 이동하였다는 점이다. 8월 11일 라이엇 플랫폼스는 앤스로픽과 텍사스주 록데일 캠퍼스의 191메가와트를 2048년 6월까지 91억 달러에 임대하는 계약을 확인하였고, 5년 연장 선택권 두 번을 모두 행사하면 총액은 약 161억 달러가 되며 첫 96메가와트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한다. 하루 앞선 8월 10일 엔비디아는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 블랙록, 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 골드만삭스, KKR 등 여섯 곳과 각각 독립적인 컴퓨팅 금융 플랫폼을 세워 5,000억 달러 이상의 외부 자본을 인공지능 인프라에 투입하기로 하였으며,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자금 전액이 제3자 자본이고 제안을 받은 여섯 곳 가운데 아무도 거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거래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것은 확보 대상이 반도체 개수가 아니라 계통에 이미 연결된 전력 용량과 그것을 쓸 수 있는 기간이라는 사실이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임대업으로 재평가되는 흐름, 컴퓨트를 담보로 특수목적법인이 자금을 조달하는 구성은 모두 이 인식의 산물이다. 같은 제약이 국내에서는 법률의 형태로 나타났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8월 11일 시행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도로 등 산업기반시설 비용을 총사업비의 50에서 100퍼센트 범위에서 부담할 수 있게 되었고, 이중화 시설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시설에는 전액 지원도 가능해졌다. 정부는 이를 전제로 용인 일반산업단지의 완공 목표를 2045년에서 2033년으로, 국가산업단지를 2047년에서 2039년으로 앞당겼다. 8월 12일 텐센트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이 흐름의 비용을 보여 준다. 매출이 11퍼센트 늘어 2,047억 8,500만 위안을 기록하는 동안 설비투자는 176퍼센트 급증한 527억 8,400만 위안에 달하였고 분기 자유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38억 위안으로 돌아섰으며, 컴퓨트 조달 선급금을 제외해야 플러스 376억 위안이 된다. 다만 시장의 경계도 함께 확인된다. 채권 가격정보업체 솔브에 따르면 6월 이후 엔비디아 관련 채권의 가산금리는 두 배로 벌어져 동일 만기 국채 대비 약 0.40퍼센트포인트 수준이며, 라이엇 주가는 발표 직후 시간외에서 25퍼센트 올랐다가 정규장에서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하였다.

두 번째 흐름은 그렇게 조달된 지능이 무엇을 돌려주는가에 관한 것이며, 오늘의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검증 가능한 형태'라는 답을 내놓았다. 앤스로픽은 8월 10일 미출시 연구용 클로드가 리만 제타 함수의 비자명 영점 가운데 임계선 위에 있음이 증명된 비율의 하한을 41.6퍼센트에서 67.2퍼센트로 끌어올렸다고 공개하였다. 첫 시도에서 650개 아이디어가 모두 실패한 뒤 두 번째 시도에서 60개 하위 에이전트를 하루 반 동안 조율하였고, 그 가운데 30개는 실패로 끝난 새 접근법의 탐색에, 13개는 논증의 검증에 배정되었으며 전체 작업에 셸 명령 2,400회와 3,100만 출력 토큰이 소모되었다. 주목할 대목은 결과물의 형식이다. 핵심 결과가 린 형식화 증명으로 깃허브에 공개되어 표준 검증 도구를 통과하였고, 클로드 스스로 인간 정수론자의 검증을 권고하였으며, 선행 연구와의 중복을 확인하기 위해 arXiv 논문 54편을 내려받았다. 생성 속도가 검증 속도를 앞지르는 국면에서 기계가 확인할 수 있는 형식을 함께 내놓는 것은 신뢰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다. 같은 문법이 국내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12일 대구에서 인공지능이 후보물질과 실험 조건을 제안하면 자동화 플랫폼이 검증하고 그 결과가 다시 모델로 되돌아가는 랩 인 더 루프 체계를 갖춘 첫 인공지능·바이오 혁신연구거점을 출범시켰으며, 경북대학교병원의 약 200만 명 규모 환자 데이터가 결합된다. 전날 출범한 자율실험실 협의체가 인프라 층이라면 이번 거점은 적용 층에 해당한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원재·차미영·오혜연 교수 연구팀이 20년치 댓글 1억 1,000만 건에서 외국 연계 의심 계정 2만 3,998개를 판단 근거와 함께 제시하도록 설계한 연구도 같은 계열이다. 판정 자체보다 판정의 근거를 남기는 설계, 인공지능을 판정자가 아니라 조사 보조 도구로 규정하는 운영 모델은 탐지 성능이 아니라 결과의 사용 가능성을 문제로 삼는다. 세 사례 모두 인공지능의 출력이 최종 답이 아니라 검증 절차의 입력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세 번째 흐름은 실물 지표와 기초과학이 각각 다른 층위에서 같은 문제를 제기하였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8월 11일 발표한 8월 초순 수출입 현황에서 반도체 수출은 99억 5,200만 달러로 155.4퍼센트 급증해 전체 수출의 46.8퍼센트를 차지하였고,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은 77.3퍼센트 늘어 증설이 발주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 주었다. 구글이 8월 12일 공개한 픽셀11의 기본형 가격이 899달러로 100달러 오른 배경에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목되었다는 사실은 이 단가 상승이 완제품까지 전이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SK하이닉스가 8월 27일 미국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팹의 착공식을 열기로 한 것,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즈와 TSMC가 8월 11일 7,470억 엔 규모의 구마모토 이미지센서 합작사 최종 계약을 체결한 것, 삼성전자가 광주에 데이터센터 냉각장비 공장 착공을 추진하는 것은 모두 완제품이 아니라 그 뒤의 공정과 설비에 자원이 몰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기초과학에서는 같은 문제의식이 더 순수한 형태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원 배태현 교수 연구팀은 고분자 그물망에서 가교제 양 끝이 모두 결합해 실제 통로를 이룬 비율을 브리지 연결도로 정의해 3옹스트롬 미만 수소 통로를 설계하였고, 서울대학교 박민혁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윤정호 교수 연구팀은 전압을 거두면 스스로 돌아가는 반강유전체의 성질을 결함이 아니라 초기화 회로를 대체하는 기능으로 재정의하였으며, 포항공과대학교 신희득 교수 연구팀은 광량을 늘리는 대신 광자쌍의 상관을 필터로 삼아 잡음이 1,000배 강한 조건에서 여러 표적을 읽어 냈다. 세 연구는 모두 자원을 더 투입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구조나 성질을 다시 정의해 성능을 얻었다는 공통점을 지니며, 이는 전력과 자본을 더 사들이는 방식으로 확장해 온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과 정확히 대조를 이룬다. 종합하면 오늘은 '지능을 얼마나 크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그 지능이 무엇을 대가로 치르고 무엇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되돌려 주는가가 판단의 기준이 된 하루'로 요약된다. 앞으로 주목할 변수는 첫째 앤스로픽이 확보한 2048년 만기의 고정 비용 약정이 올가을로 예고된 기업공개 심사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둘째 반도체특별법의 인프라 지원이 실제 착공 일정으로 이어져 용인의 8년에서 12년 단축이 유지될지, 셋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8월 12일 의견 청취를 마친 인앱결제 사건에서 어떤 액수와 논리로 의결에 이를지, 그리고 넷째 클로드의 리만 제타 하한 개선이 정수론 학계의 정식 심사를 통과해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의 저자성과 검증 절차에 관한 관행이 어떻게 정리될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