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 컴퓨팅 · IT산업 · 인공지능

IT·AI·컴퓨팅 데일리

The Daily Technology Briefing
2026년 7월 24일 금요일 제205호 · Vol. 2026 조간 · 기술정보 종합판
오늘의 헤드라인 · 제205호

메모리 벽을 우회하다 — 아키텍처로 갈라진 AI 하드웨어 경쟁과 한국·대만의 자본 공세

7월 24일의 기술 지형은, 전날까지 ‘병목’으로 지목되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의 한계를 두고 산업이 두 갈래의 반격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는 ‘아키텍처(설계 방식)의 다변화’다.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Qualcomm)은 값비싼 HBM 대신 상대적으로 느린 저전력 D램(LPDDR)을 연산 소자 위에 쌓는 ‘고대역폭 컴퓨트(HBC·High Bandwidth Compute)’ 구조의 추론(推論) 전용 가속기 ‘AI200·AI250’으로 이른바 ‘메모리 벽(memory wall)’을 우회하며 엔비디아(NVIDIA)에 도전장을 냈고, 메타(Meta)·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채택을 검토·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Intel)은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 ‘하이(High)-NA 극자외선(EUV)’으로 세계 최초의 고용량 상용 양산(팬서레이크·Panther Lake, 18A 공정)에 성공했고, 서울대·서울시립대 공동연구진은 빛의 속도를 소프트웨어로 실시간 제어하는 프로그래머블 광집적회로(光集積回路)를 선보여 ‘빛 기반 컴퓨팅’의 실용화 가능성을 넓혔다. 양자 분야에서도 퀀티넘(Quantinuum)이 비(非)아벨 애니온(non-Abelian anyon)을 엮고 융합해 ‘위상(位相) 보편 게이트’를 세계 최초로 실증하며 오류에 강한 계산의 새 길을 제시하였다. 둘째는 ‘자본과 제조 능력의 대형화’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외국 기업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성공해 청약에 공모 물량의 약 7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렸고, 대만 TSMC는 2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전년 대비 약 77% 증가)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 투자를 총 2,650억 달러로 늘려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로 키웠으며, 삼성전자는 구글의 메모리 최대 공급사로 평가됐다. 인공지능에서는 오픈AI(OpenAI)가 세 등급(솔·테라·루나) 모델 ‘GPT-5.6’과 업무 수행형 에이전트 ‘ChatGPT Work’를, 구글이 ‘제미나이(Gemini) 3.6 플래시’를, 앤스로픽(Anthropic)이 ‘클로드(Claude) 소네트 5’를 잇달아 내놓으며 ‘모델 물결(model wave)’을 이뤘고,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을 실행형 에이전트로 확장한 ‘AI탭’을 정식 출시하였다. 기초과학에서는 하버드대가 전기와 물, 효소만으로 DNA를 쓰는 실리콘 칩을, 독일 GSI 연구소가 중성자별 병합의 무거운 원소 생성을 빠르게 모사하는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RHINE’을 선보였다. 요컨대 오늘의 화두는 ‘메모리 벽을 아키텍처로 우회하고, 자본으로 제조를 키우며, 모델은 물결처럼 쏟아지고, 과학은 빛·전기·AI로 새 도구를 벼린다’로 요약된다.
01
기초 과학 논문
Basic Sciences
국내 · 광자공학·집적광학 · 서울대·서울시립대

서울대·서울시립대, ‘빛의 속도’ 실시간 제어하는 광집적회로 설계 — 빛 기반 컴퓨팅의 걸림돌 넘본다

빛이 회로를 지나는 속도를 소프트웨어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광집적회로(光集積回路·photonic integrated circuit)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되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남규·유선규 교수 연구팀은 서울시립대 표현지 교수와 공동으로, 칩 위를 흐르는 광신호(光信號)를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 ‘느리게 하거나(slow light)’ 멈추고, 모양을 바꾸며 경로를 다시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광회로 설계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기존에는 지연(遲延)·동기화·버퍼링(임시 저장) 같은 기능마다 서로 다른 고정형 소자를 따로 두어야 했으나, 이번 설계는 그 여러 기능을 하나의 재구성 가능한 플랫폼으로 합쳤다. 연구팀은 이 방식이 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저전력 광(光)컴퓨팅, 차세대 광통신, 그리고 센서 소형화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빛은 전자(電子)보다 빠르고 발열이 적어 차세대 연산·통신의 유력한 매개로 꼽히지만, 신호를 원하는 만큼 지연시키거나 저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실용화의 오랜 걸림돌이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빛의 진행 속도라는 물리적 성질을 고정된 부품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이론·시뮬레이션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전기 신호는 손쉽게 저장·지연시킬 수 있지만 빛은 그렇지 못해, 광컴퓨팅은 연산 사이의 타이밍을 맞추는 ‘버퍼’ 구현에서 늘 벽에 부딪혔다. 하나의 칩이 지연·동기화·버퍼링을 모두 담당하면, 여러 소자를 잇던 복잡성과 전력·비용을 줄여 광 기반 AI 가속기와 광통신 장비의 소형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는 오늘 컴퓨팅·반도체 섹션에서 다룰 ‘메모리 벽 우회’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전기 배선의 발열·대역폭 한계를 빛으로 넘어서려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설계와 전산 모사(模寫) 단계로, 실제 소자로 제작해 손실·집적도·제어 정밀도를 검증하는 후속 과제가 남아 있다.

해외·미국 · 합성생물학·반도체 · 하버드대

하버드, 전기로 DNA를 ‘쓰는’ 실리콘 칩 — 물과 효소로 64개 서열 동시 합성

반도체 칩 위에서 전기와 물, 효소만으로 유전물질(DNA)을 합성하는 기술이 나와, 값싸고 친환경적인 유전자 제조의 길을 열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실리콘 칩 표면에 64개의 DNA 합성 자리를 두고, 각 자리에서 국소적으로 전류를 흘려 효소 반응을 정밀하게 유도함으로써 서로 다른 DNA 서열 64종을 동시에 써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발표하였다. 각 합성 자리는 두 겹의 백금(白金) 고리 전극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안쪽 고리에 전류를 흘리면 DNA 가닥 주변의 산도(酸度·pH)가 낮아지며 효소에 의한 염기(鹽基) 결합이 일어나고, 바깥 고리는 퍼져 나가려는 수소이온(양성자)을 흡수해 반응을 한 자리에 가둔다. 기존의 DNA 화학 합성이 유해한 유기용매를 다량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방식은 수용액(물) 기반이어서 폐기물과 환경 부담이 적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맞춤형 유전자 제작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고, 나아가 휴대형 DNA 합성 장치와 대용량 ‘DNA 데이터 저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반도체 미세 제어 기술과 생체 효소를 결합해 DNA 합성을 ‘전자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정밀·병렬 플랫폼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DNA는 유전자 치료제·백신·진단 시약의 핵심 원료일 뿐 아니라, 극도로 높은 밀도로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차세대 저장 매체로도 주목받는다. 합성을 반도체 공정처럼 자리별로 제어하면 대량·자동화가 쉬워지고, 물 기반 효소 반응은 유독 용매를 줄여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오늘 다룬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물·전력 소비 문제와 견주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정밀하게’ 생명·정보 기술을 다루려는 흐름을 대표한다. 다만 상용화하려면 한 번에 쓸 수 있는 서열의 길이와 정확도를 더 끌어올리고, 대면적으로 확장할 새로운 화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해외·독일/국제 · 천체물리·AI 시뮬레이션 · GSI 헬름홀츠연구소

AI 시뮬레이션 ‘RHINE’, 중성자별 병합의 무거운 원소 생성 규명 가속

우주에서 금(金)·백금 같은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모사하는 시뮬레이션이 개발되었다. 독일 중이온연구소(GSI 헬름홀츠센터)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팀은, 두 개의 중성자별(中性子星)이 충돌·병합할 때 일어나는 복잡한 핵반응을 딥러닝 신경망으로 근사(近似)해, 기존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모델 ‘RHINE’을 선보였다. 무거운 원소 대부분은 ‘빠른 중성자 포획 과정(r-process·r-과정)’을 통해 순식간에 생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열(에너지)을 일일이 계산하려면 방대한 자원이 필요해 그동안 시뮬레이션이 크게 단순화될 수밖에 없었다. RHINE(r-process heating implementation in hydrodynamic simulations with neural networks)은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이 돌아가는 동안 신경망이 핵반응의 발열량을 실시간으로 추정해,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계산 속도를 끌어올린다. 연구팀은 이 도구가 중성자별 병합과 같은 격렬한 천체 현상의 관측을, 지상의 핵물리 실험과 더 정밀하게 연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실험 데이터의 분류를 넘어 ‘물리 법칙에 근거한 대규모 수치 계산의 병목’을 풀어내는 계산과학의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중성자별 병합은 2017년 중력파·전자기파 동시 관측 이후 무거운 원소의 기원을 밝힐 실마리로 주목받았으나, 관측을 이론과 맞추려면 초고난도의 핵반응·유체 시뮬레이션이 필요했다. 신경망이 발열 계산을 대신하면 더 정밀하고 반복적인 모사가 가능해져, 향후 가동될 대형 가속기 시설(FAIR)의 실험 결과와 천문 관측을 잇는 연결 고리가 촘촘해진다. 이는 오늘 기초과학 섹션의 다른 성과들과 마찬가지로, AI가 신소재·생명·우주 등 기초연구 전반의 ‘발견 속도’를 높이는 흐름의 한 사례다. 다만 신경망 근사의 신뢰도는 학습에 쓰인 핵물리 데이터의 품질과 범위에 좌우되므로, 다양한 조건에서의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02
컴퓨팅 · 반도체
Computing & Semiconductors
해외·미국 · AI 가속기·메모리 아키텍처 · 퀄컴

퀄컴, ‘HBM 없는’ AI 가속기로 메모리 벽 우회 — 근접 메모리 ‘HBC’로 추론 시장 정조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병목이 AI 하드웨어 경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퀄컴(Qualcomm)이 ‘HBM을 쓰지 않는’ 정반대의 설계로 승부수를 던졌다. 퀄컴은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AI200’과 후속작 ‘AI250’에, 값비싼 HBM 대신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저렴한 저전력 D램(LPDDR)을 연산 소자 바로 위·아래에 촘촘히 쌓는 ‘고대역폭 컴퓨트(HBC·High Bandwidth Compute)’ 구조를 채택하였다. 연산 소자와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밀착시키는 ‘근접 메모리(near-memory) 컴퓨팅’으로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여, HBM에 의존하지 않고도 전력당 대역폭을 크게 높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카드당 최대 수십 테라바이트(TB) 규모의 LPDDR 용량을 제공하며, 학습(training)보다 실제 서비스 단계인 추론(inference)에 특화해 ‘와트당 성능’과 비용 효율을 앞세운다. 업계에 따르면 메타(Meta)·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도입을 검토·주문한 것으로 전해졌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AI 기업 ‘휴메인(Humain)’은 2026년부터 AI200 기반 200메가와트(㎿) 규모 랙 설치에 나선다.

기술적 의미

이번 전략의 핵심은, AI 하드웨어 경쟁이 ‘더 빠른 HBM 확보’라는 단일 축에서 ‘메모리 병목을 설계로 우회하는’ 다변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어제까지 다룬 것처럼 HBM은 2026년 물량이 사실상 완판돼 가격과 공급이 병목이었는데, 퀄컴은 HBM을 아예 배제하고 값싼 LPDDR을 근접 배치해 이 병목을 비켜 간다. 특히 대규모 학습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돌리는 ‘추론’은 전력 효율과 총소유비용(TCO)이 승부처인데, 여기에 특화하면 엔비디아가 독점해 온 시장의 한 축을 파고들 수 있다. 이는 ‘칩 하나의 성능’보다 ‘메모리를 어떻게 붙이느냐’가 시스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다만 LPDDR 기반 근접 메모리가 실제 대규모 추론에서 HBM 시스템 대비 어느 정도의 성능·효율을 낼지는 상용 배치의 실측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해외·미국 · 노광·첨단공정 · 인텔·ASML

인텔, 세계 첫 ‘하이-NA EUV’ 고용량 양산 — 18A ‘팬서레이크’로 미세공정 주도권 시험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의 핵심 장비인 ‘하이(High)-NA 극자외선(EUV)’ 노광기가 세계 최초로 상용 대량생산에 투입되었다. 네덜란드 ASML은 7월 15일, 인텔(Intel)이 하이-NA EUV로 제조한 고용량(high-volume) 논리(logic) 반도체를 업계 처음으로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발표하였다. 해당 제품은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 ‘코어 울트라 시리즈3’(코드명 팬서레이크·Panther Lake)의 일부로, 인텔의 최선단 공정인 ‘18A’로 미국 오리건주 힐스버러의 D1X 팹에서 생산된다. 하이-NA EUV는 렌즈의 빛 모으는 능력을 나타내는 개구수(NA)를 기존 0.33에서 0.55로 높여, 한 번의 노광으로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장비다. 다만 인텔은 팬서레이크 전체가 아니라 ‘일부 층(layer)’에만 하이-NA를 적용했으며, 해당 층은 기존 EUV(0.33 NA) 장비와도 함께 쓸 수 있도록 ‘이중 인증(dual-qualified)’했다. ASML은 이 성과와 견조한 수주를 근거로 2026년 연간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출하의 핵심은, 한 대에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하이-NA EUV가 ‘실험 단계’를 지나 실제 돈이 되는 대량생산에 처음 진입했으며, 그 첫 주자가 파운드리(위탁생산) 재기를 노리는 인텔이라는 점이다. 미세공정이 원자 수준에 근접하면서, 회로를 더 작게 새기는 노광 기술은 성능·전력·집적도를 좌우하는 최전선 경쟁이 되었다. 새 장비를 전 공정이 아닌 ‘선별된 층’에만 적용하고 기존 장비와 병행 인증하는 방식은, 신기술 도입의 위험을 줄이며 수율(收率)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전형적 전략이다. 이는 오늘 다룬 TSMC의 2나노 양산 가속과 맞물려, 최선단 공정을 둘러싼 인텔·TSMC·삼성의 3파전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다만 하이-NA의 실제 경제성과 수율이 기존 EUV 대비 우위를 보일지는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향후 세대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해외·미국 · 양자컴퓨팅·오류정정 · 퀀티넘

퀀티넘, 비아벨 애니온으로 ‘위상 보편 게이트’ 세계 첫 실증 — 오류에 강한 양자계산 새 길

오류에 근본적으로 강한 ‘위상(位相) 양자컴퓨팅’의 핵심 요소가 실제 하드웨어에서 처음으로 구현되었다. 퀀티넘(Quantinuum)은 미국 시카고대(프리츠커 분자공학대)·하버드대·스토니브룩대 연구진과 함께, 이색 입자인 ‘비(非)아벨 애니온(non-Abelian anyon)’을 이용해 완전한 ‘보편(universal) 양자 게이트’ 집합을 세계 최초로 실증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하였다(7월 15일). 연구팀은 자사의 트랩된 이온(trapped-ion) 방식 프로세서 ‘H2’ 위에, 가장 작은 비아벨 대칭군인 ‘S3’에 기반한 54큐비트(qubit) 바닥상태를 준비하였다. 핵심은 애니온을 서로 꼬는 ‘땋기(braiding)’뿐 아니라, 두 입자를 합치고 소멸시키는 ‘융합(fusion)’을 계산의 한 단계로 활용해 보편 게이트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자원 소모가 큰 ‘마법상태 증류(magic state distillation)’ 없이도 완결적이고 결함허용적(fault-tolerant)인 연산 도구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양자컴퓨터의 최대 난제인 ‘오류’를 소프트웨어적 보정이 아니라 물질의 위상적(topological) 성질로 원천 차단하는 접근을 실험으로 증명했다는 점이다. 큐비트는 미세한 잡음에도 정보가 쉽게 무너져, 실용적 양자컴퓨터를 만들려면 막대한 오류정정 자원이 필요하다. 비아벨 애니온에 정보를 담으면 입자를 엮는 경로 자체가 정보를 보호해, 국소적 잡음에 강한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오랜 이론적 기대였다. 특히 자원 부담이 큰 마법상태 증류 없이 보편 게이트를 구성할 수 있다면, 결함허용 양자계산의 비용을 크게 낮출 잠재력이 있다. 다만 이번 실증은 특정 프로세서에서 원리를 보인 초기 단계로, 큐비트 수 확장과 실제 알고리즘 수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공학적 과제가 남아 있다.

03
IT 산업
IT Industry
국내 · 자본시장·반도체 투자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나스닥 ADR 상장 성공 — 외국 기업 역대 최대, 청약에 공모 7배 몰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미국예탁증서) 형태로 상장하며, 외국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예탁증서는 7월 10일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며,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약(수요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약 7배에 이르는 대규모 수요가 몰려, 신청 금액이 수백조 원대에 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단계 웨이퍼 팹(fab) 건설과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AI 시대의 생산 능력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주식예탁증서(DR)’는 국내 상장 주식을 기초로 해외에서 발행·거래되는 증서로, 기업이 본국 상장을 유지하면서 해외 자본을 조달하는 통로다.

기술적 의미

이번 상장의 핵심은, HBM 초호황을 이끄는 한국 메모리 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 재원을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어제 다룬 것처럼 AI 하드웨어 경쟁의 병목은 결국 HBM과 첨단 패키징의 공급 능력으로 수렴하는데, 그 열쇠를 쥔 SK하이닉스가 용인 클러스터·청주 패키징에 투자를 집중하면 병목 완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은 대규모 자금 조달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과 기업 인지도를 높여 향후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오늘 다룬 TSMC의 애리조나 확장, 삼성전자의 구글 공급과 함께 ‘AI 반도체의 토대가 천문학적 자본과 메모리 제조 능력 위에 서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다만 조달 규모·자금 사용처의 세부와 상장 성과는 보도·공시 기준으로, 향후 실제 투자 집행과 시장 상황에 따라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

해외·대만/미국 · 파운드리·실적·투자 · TSMC

TSMC, 2분기 사상 최대 순익 — 애리조나 투자 2,650억 달러로 확대, 미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AI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TSMC의 2분기 순이익은 신(新)대만달러(NT$) 7,065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7% 급증하며 5개 분기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고, 매출은 NT$1조 2,700억(약 402억 미국 달러)으로 36% 늘어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C.C. 웨이(魏哲家)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미국 애리조나에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총 투자 규모를 2,650억 달러로 늘린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해당한다. 회사는 2026년 설비투자(캐펙스) 전망도 기존 520억~560억 달러에서 600억~640억 달러로 상향했다. 3분기 매출은 446억~458억 달러, 영업이익률은 56~58%로 제시했으며, 2나노미터(㎚) 공정의 가파른 양산 확대가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적 의미

이번 실적의 핵심은, AI 반도체 수요가 특정 기업의 호황을 넘어 파운드리 전반의 구조적 성장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그 과실이 최선단 공정을 장악한 TSMC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엔비디아·AMD·애플 등 주요 설계 기업의 최첨단 칩이 대부분 TSMC에서 생산되는 만큼, 2나노 양산 확대와 사상 최대 캐펙스는 AI 칩 공급 능력의 확충으로 직결된다. 미국 애리조나 투자를 2,650억 달러로 늘린 것은, 미·중 기술 갈등과 공급망 안보 요구 속에 첨단 제조를 지역적으로 분산하려는 압력을 반영한다. 이는 오늘 다룬 인텔의 하이-NA EUV 첫 양산,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과 함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의 확보 경쟁’이 국가·기업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했음을 보여 준다. 다만 대규모 해외 투자는 인력·비용·수율 안정화라는 과제를 동반하며, 실제 성과는 각 팹의 가동 실적으로 검증될 전망이다.

국내 · 메모리·공급망 · 삼성전자(증권가 분석)

“삼성전자, 구글 메모리 공급 1위” — HBM 비중 80% 추산에 목표주가 유지

삼성전자가 미국 빅테크의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위치를 확보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KB증권은 7월 23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를 구글(Google)의 메모리 공급 점유율 1위 업체로 평가하고, 목표주가를 60만 원으로 유지하였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구글향(向) 메모리 공급 비중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준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가속기(텐서처리장치·TPU)와 데이터센터 확장에 대규모 메모리가 필요한 만큼, 삼성전자가 그 수요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앞서 어제 다룬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12단 HBM4 양산 공급과 더불어, 국내 양대 메모리 기업이 각기 다른 빅테크의 AI 인프라에 깊숙이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분석이다. 다만 구체적 공급 비중과 계약 조건은 기업이 공식 확인하지 않은 증권사 추정치다.

기술적 의미

이번 분석의 핵심은,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연산 칩(가속기)뿐 아니라 그 성능을 좌우하는 ‘메모리 공급권’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핵심 공급자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구글·엔비디아·AMD 등 AI 가속기 설계 기업이 아무리 뛰어난 칩을 내놓아도, 이를 뒷받침할 HBM이 없으면 성능을 낼 수 없다. 따라서 특정 빅테크의 메모리 공급 1위 지위는 안정적 매출과 함께 기술 협력·차세대 규격 표준화에서의 발언권으로 이어진다. 이는 오늘 다룬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TSMC의 제조 확장과 함께 ‘AI 밸류체인에서 한국·대만의 제조·메모리 지배력’이라는 큰 흐름을 이룬다. 다만 공급 비중은 증권사 추정으로 확정된 수치가 아니며, 마이크론(Micron) 등 경쟁사의 추격과 빅테크의 공급선 다변화 전략에 따라 판도는 유동적일 수 있다.

04
인공지능 · 머신러닝
AI & Machine Learning
해외·미국 · 프론티어 모델·AI 에이전트 · 오픈AI

오픈AI, 3등급 ‘GPT-5.6’과 업무 에이전트 ‘ChatGPT Work’ 공개 — 코딩·에이전트에 초점

오픈AI(OpenAI)가 차세대 대표 모델군(群)을 공개하며 ‘모델 물결’의 선두에 섰다. 오픈AI는 7월 9일 세 등급으로 구성된 ‘GPT-5.6’을 일반에 공개했는데, 성능 순으로 빠르고 저렴한 ‘루나(Luna)’, 균형형 ‘테라(Terra)’, 최상위 주력 ‘솔(Sol)’로 나뉜다. 솔은 회사가 ‘가장 뛰어난 코딩 모델’이자 복잡한 추론·에이전트 작업에 적합한 ‘핵심 일꾼(workhorse)’으로 소개했으며, 세 모델 모두 100만(1M) 토큰의 문맥 창(context window)을 갖췄다. 요금은 솔이 100만 토큰당 입력 5달러·출력 30달러, 테라가 2.5달러·15달러, 루나가 1달러·6달러로 책정됐다. 오픈AI는 모델과 함께,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업무를 통째로 수행’하도록 설계한 에이전트 ‘ChatGPT Work’를 선보였다. 응답 API에는 프로그래밍 방식의 도구 호출(programmatic tool calling)과 다중 에이전트 조율 등 새 기능이 추가됐다.

기술적 의미

이번 공개의 핵심은, 대형언어모델(LLM) 경쟁의 초점이 ‘대화 성능’에서 ‘실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옮겨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모델을 세 등급으로 나눈 것은, 비용에 민감한 대량 작업부터 고난도 추론까지 용도별로 선택하게 해 실사용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특히 100만 토큰의 긴 문맥과 프로그래밍 방식 도구 호출은, 방대한 문서·코드베이스를 다루고 외부 도구를 자유롭게 연결하는 ‘일하는 AI’의 토대가 된다. 이는 오늘 함께 다룬 구글·앤스로픽의 신모델과 더불어, 2026년 중반 ‘에이전트 경쟁’이 본격화했음을 보여 준다. 다만 성능 지표와 우위 주장은 각사 자체 기준·발표에 근거하므로,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신뢰성·안전성은 독립적 검증과 사용 경험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해외·미국 · 프론티어 모델·경쟁 · 구글/딥마인드

구글, ‘제미나이 3.6 플래시’ 출시 — 3.5 프로 지연 딛고 ‘제미나이 4’ 예고

구글이 어제까지 다룬 대표 모델 ‘제미나이(Gemini) 3.5 프로’의 출시 지연을 딛고, 실속형 신모델을 잇달아 내놓았다. 구글은 7월 21일 ‘제미나이 3.6 플래시(Flash)’를 공개했는데, 100만(1M) 토큰 문맥 창을 갖추고 100만 토큰당 입력 1.5달러·출력 7.5달러로 책정됐으며, AI 스튜디오·제미나이 API·제미나이 앱에서 출시 당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회사는 이 모델을 코딩·지식 노동·멀티모달(다중 형식) 작업을 두루 처리하는 ‘핵심 일꾼(workhorse) 모델’로 소개했다. 직전 3.5 플래시보다 토큰 소모를 약 17% 줄이고, ‘불필요한 코드 수정이 적은 더 높은 정밀도’와 주요 에이전트 지표에서의 우위를 내세웠다. 같은 날 저비용·고속의 ‘3.5 플래시-라이트(Flash-Lite)’와, 정부·검증된 파트너만 접근할 수 있는 보안 특화 모델 ‘3.5 플래시 사이버(Cyber)’도 함께 선보였으며, 차세대 대형 모델 ‘제미나이 4’를 예고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출시의 핵심은, 최상위 플래그십(3.5 프로)의 지연 속에서도 구글이 ‘플래시’ 계열의 실속형 모델로 시장 대응 속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어제 다룬 것처럼 대형 프론티어 모델은 성능 향상의 난도가 높아져 일정을 지키기가 어려워졌는데, 구글은 값싸고 빠른 중간 등급 모델을 촘촘히 출시하는 전략으로 개발자·기업 수요를 붙든다. 토큰 소모 절감과 코드 수정 정밀도 향상은, 대량 호출이 일어나는 실서비스에서 비용과 신뢰성을 동시에 겨냥한 개선이다. 보안 특화 모델을 별도 등급으로 분리한 것은, AI의 사이버 활용을 둘러싼 규범·통제 요구를 반영한다. 이는 오픈AI·앤스로픽과의 ‘등급별 모델·에이전트’ 경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성능 개선 수치는 자체 발표 기준이며, 예고된 ‘제미나이 4’의 사양·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해외·미국 · 프론티어 모델·코딩 · 앤스로픽

앤스로픽 ‘클로드 소네트 5’ — 최상위 오퍼스에 근접한 성능을 절반 비용에

앤스로픽(Anthropic)도 ‘모델 물결’에 가세하며 중간 등급 모델의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다. 앤스로픽은 6월 30일 ‘클로드(Claude) 소네트 5(Sonnet 5)’를 공개했는데, 회사는 이 모델을 ‘가장 유능하고 에이전트 성능이 뛰어난 소네트’로 소개하며 최상위 모델 ‘오퍼스(Opus) 4.8’에 근접하는 성능을 훨씬 낮은 비용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평가하는 ‘SWE-bench 버라이파이드(Verified)’에서 소네트 5는 72.7%를 기록해 직전 소네트 4.6(62.3%)을 크게 앞섰고, 최상위 오퍼스 4.8(79.4%)에 다가섰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 인덱스’ 종합 점수에서는 57점으로 오퍼스 4.8(61점)에 4점 뒤졌으나, 경쟁 모델을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출시 초기 요금은 8월 31일까지 100만 토큰당 입력 2달러·출력 10달러로 책정됐으며, 이후 표준 요금(입력 3달러·출력 15달러)으로 전환된다.

기술적 의미

이번 출시의 핵심은, ‘중간 등급 모델이 이전 세대 최상위급 성능을 저비용에 제공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최상위 모델은 성능이 높지만 값이 비싸 대량 활용이 어려운데, 소네트 5처럼 오퍼스급에 근접한 모델이 절반 안팎의 비용에 나오면 실무 도입의 문턱이 크게 낮아진다. 특히 SWE-bench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 지표에서의 약진은, AI가 코드 작성·수정·검증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코딩 에이전트’ 경쟁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오늘 함께 다룬 오픈AI GPT-5.6·구글 제미나이 3.6과 마찬가지로, 2026년 중반 모델 경쟁이 ‘성능 대비 비용(가성비)’과 ‘에이전트 능력’이라는 두 축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벤치마크 점수는 특정 평가 기준에 근거하며, 실제 업무·안전 성능은 사용 환경과 독립적 검증을 통해 판단될 필요가 있다.

국내 · 생성형 AI·검색 에이전트 · 네이버

네이버, 실행형 ‘AI탭’ 정식 출시 — 검색을 ‘탐색’에서 ‘실행’으로 확장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검색을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확장한 ‘AI탭’을 정식 출시하였다. 업계에 따르면 AI탭은 베타(시험)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사용자 400만 명을 기록하며 정식 서비스로 전환됐다. AI탭은 이용자의 질의에 대해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소 탐색·지도 확인·실시간 예약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검색을 ‘정보 탐색’에서 ‘과업 실행(action)’으로 넓히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또한 7월 21일부터 검색 결과를 AI가 요약해 보여 주는 ‘AI 브리핑’ 지면에 검색광고를 노출하기 시작해, 생성형 AI 서비스의 수익화에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회사는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에 더해 성능이 검증된 외부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병행 전략’으로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정식 출시의 핵심은, 국내 검색 서비스가 ‘질문에 답하는 AI’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예약·주문 같은 실제 행동을 완결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오늘 해외 섹션에서 다룬 오픈AI ‘ChatGPT Work’처럼, 검색·지도·예약을 잇는 실행형 흐름은 이용자를 자사 생태계 안에 머물게 하고, 광고·커머스 수익과 직접 연결된다. 특히 방대한 국내 검색 트래픽과 지도·예약 인프라를 보유한 네이버가 이를 하나의 에이전트로 묶으면, 글로벌 빅테크의 범용 모델과 차별화된 ‘지역 밀착형’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AI 브리핑에 광고를 붙인 것은, 어제 다룬 ‘생성형 AI 수익화’의 구체적 실행이다. 다만 실행형 에이전트의 신뢰성(잘못된 예약·정보 오류 방지)과 광고·검색 결과의 균형, 외부 모델 병행에 따른 비용·종속성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종합 평가

‘메모리 벽을 우회하고, 자본으로 제조를 키우며, 모델은 물결로’ — 병목에 맞선 산업의 반격

오늘의 동향을 관통하는 첫 번째 흐름은 ‘AI 하드웨어 경쟁이 병목(HBM·패키징)에 맞서 아키텍처(설계 방식)로 반격에 나섰다’는 점이다. 어제까지 승부의 병목은 메모리로 수렴한다는 진단이 지배적이었으나, 오늘은 그 병목을 정면 돌파가 아니라 ‘우회’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퀄컴은 값비싼 HBM을 배제하고 저전력 D램(LPDDR)을 연산 소자에 밀착시키는 ‘근접 메모리(HBC)’ 구조로 추론 시장을 겨냥했고, 인텔은 하이-NA EUV 첫 고용량 양산으로 미세공정의 새 도구를 실전에 투입했으며, 서울대·서울시립대는 빛의 속도를 제어하는 광집적회로로 전기 배선의 한계를 넘보았다. 양자 분야의 퀀티넘은 비아벨 애니온으로 오류에 강한 ‘위상 보편 게이트’를 처음 실증했다. 경쟁의 단위가 ‘더 빠른 메모리 확보’에서 ‘메모리·연산·빛·큐비트를 어떻게 배치·결합하느냐’라는 설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두 번째 흐름은 ‘그 경쟁의 토대가 천문학적 자본과 제조 능력이며, 그 무게중심이 한국·대만으로 기운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외국 기업 역대 최대 규모의 나스닥 예탁증서(ADR) 상장에 성공해 청약에 공모의 약 7배 수요가 몰렸고, 조달 자금을 용인 클러스터·청주 패키징에 투입한다. 대만 TSMC는 2분기 사상 최대 순익(약 77% 증가)과 함께 애리조나 투자를 총 2,650억 달러로 늘려 미 역사상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로 키웠으며, 2나노 양산 확대로 최선단 공정 주도권을 굳히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를 구글의 메모리 공급 1위(HBM 비중 약 80% 추산) 업체로 평가했다. 요컨대 AI 가속기 설계 경쟁의 승패는 결국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파운드리 제조 능력에 달려 있으며, 그 핵심 공급자가 한국·대만 기업이라는 구도가 재확인되었다.

세 번째 흐름은 ‘모델은 물결처럼 쏟아지고, 과학은 빛·전기·AI로 새 도구를 벼린다’는 점이다. 오픈AI는 세 등급 ‘GPT-5.6’과 업무 에이전트 ‘ChatGPT Work’를, 구글은 3.5 프로 지연을 딛고 ‘제미나이 3.6 플래시’를, 앤스로픽은 오퍼스급에 근접한 ‘클로드 소네트 5’를 잇달아 내놓으며, 경쟁의 축을 ‘가성비’와 ‘에이전트 능력’으로 재편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을 예약·실행으로 넓힌 ‘AI탭’을 정식 출시해, 범용 모델과 다른 지역 밀착형 에이전트 전략을 폈다. 한편 기초과학은 하버드의 ‘전기로 DNA를 쓰는 실리콘 칩’, GSI의 중성자별 병합 AI 시뮬레이션(RHINE), 서울대의 광집적회로처럼 ‘빛·전기·AI’를 발견의 도구로 벼렸다. 종합하면 오늘은 ‘병목을 아키텍처로 우회하고, 자본으로 제조를 키우며, 모델은 물결로 쏟아지고, 과학은 새 도구로 문턱을 넘는’ 하루로 요약된다. 앞으로 주목할 변수는 첫째 근접 메모리·하이-NA·광컴퓨팅 같은 대안 아키텍처가 실제 성능·경제성으로 입증될지, 둘째 한국·대만의 대규모 투자가 병목 완화와 수율 안정으로 이어질 속도, 셋째 ‘에이전트 경쟁’이 신뢰성·안전성 검증과 함께 갈지, 그리고 넷째 AI가 견인한 기초과학 성과의 재현·확장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