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월 18일의 기술 지형은 ‘가장 화려한 발표’가 아니라 ‘가장 조용한 구조 변화’가 판을 바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날 최대 분수령으로 꼽혔던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3.5 프로(Gemini 3.5 Pro)’는 세 번째 마감마저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빌드를 폐기하고 일부를 재학습했음에도 기업 테스트에서 오픈AI ‘지피티-5.6(GPT-5.6)’ 대비 핵심 지표를 따라잡지 못해, 구글은 완성형 대신 임시(스톱갭) 버전 출시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전선 모델 경쟁이 소음을 내는 사이, 인공지능(AI)의 무게중심은 두 방향으로 옮겨 갔다. 첫째는 ‘국가 인프라’다. 일본은 엔비디아(NVIDIA) ‘베라 루빈(Vera Rubin)’ 그래픽처리장치(GPU) 2만7,500개를 묶은 ‘세계 첫 국가 AI 팩토리’를 세우고, 한국 정부는 전 국민이 무료로 쓰는 국산 챗봇 ‘모두의 AI’와 독자 파운데이션(기반) 모델, 550조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육성을 하반기 업무보고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10년간 1,000조원대 투자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전해졌고, 삼성·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HBM 다음’으로 꼽히는 CXL 메모리로 추론 병목 경쟁에 나섰다. 둘째는 ‘기초과학’이다. 엔비디아는 오픈소스 AI 디코더 ‘아이징(Ising)’으로 양자컴퓨터의 오류율을 최대 347배 낮췄고, 실험실에서는 블랙홀의 에너지 추출이 회전 없이 재현됐으며, 하버드는 실리콘 칩으로 DNA를 ‘쓰는’ 데 성공했고, 유럽 연구진은 뇌종양과 그 ‘공범 면역세포’를 동시에 겨누는 GPNMB 카티(CAR-T) 치료를 제시했다. 여기에 상하이에서는 세계 인공지능 대회(WAIC) 이튿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기조연설과 29개국의 ‘세계AI협력기구(WAICO)’ 서명이, 서구에서는 메타의 첫 유료 개발자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뮤즈 스파크 1.1’, 중국 문샷AI의 세계 첫 3조 파라미터급 오픈모델 ‘Kimi K3’가 잇따랐다. 경쟁은 이제 개별 모델을 넘어 인프라·거버넌스·과학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01
기초 과학 논문
Basic Sciences
해외 · 물리·일반상대성 · CUNY ASRC
블랙홀 ‘에너지 추출’ 실험실서 재현 — 움직이지 않는 고리가 전파를 증폭하다
반세기 넘게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블랙홀의 에너지 추출 원리가 실험실에서 재현되었다. 미국 뉴욕시립대학교(CUNY) 첨단과학연구센터(ASRC) 연구진은, 물리적으로 전혀 회전하지 않는 고정된 전자 공진기(共振器) 고리가 들어오는 라디오파(전파)를 증폭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실증하였다. 연구진은 고리 모양으로 배열한 공진기들의 전기적 성질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빠르게 바꿔, 실제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데도 전자기파가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계(系)’를 지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합성 회전(synthetic rotation)’을 구현하였다. 이는 1969년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가 제안한 개념 — 회전하는 블랙홀의 ‘에르고 영역(ergosphere)’에서 입자가 둘로 갈라지며 한쪽이 원래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갖고 빠져나올 수 있다는 착상 — 과, 이를 파동으로 확장한 야코프 젤도비치(Yakov Zel’dovich)의 예측을 실물 장치로 검증한 것이다. 관련 성과는 2026년 7월 11~12일 사이언스데일리·피즈오알지(Phys.org) 등을 통해 소개되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실제 회전체 없이도 파동이 회전을 ‘인식’하게 만들어 에너지를 증폭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점이다. 펜로즈-젤도비치 과정은 그동안 천체물리의 사고실험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번 실험은 그 물리를 통제된 조건에서 구현해 파동 증폭·신호 처리·센서 설계에 응용할 새로운 원리를 제시하였다. 회전이라는 기계적 운동을 전기적 변조로 대체한 접근은, 향후 미약한 신호를 능동적으로 키우는 소자나 새로운 형태의 발진기·증폭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것이 실제 천체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방법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그 에너지 추출 ‘메커니즘의 물리’를 실험실에서 입증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원리 실증과 실용 소자 사이에는 안정성·효율이라는 공학적 거리가 남아 있다.
반도체 칩으로 DNA를 직접 합성하는 길이 열렸다. 미국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연구진은 유해한 용매 대신 전기와 물 기반 효소만으로 여러 DNA 가닥을 동시에 써 내려가는 실리콘 칩을 개발하였다. 칩에는 256개의 고리형 전극 쌍이 각각 독립된 합성 자리로 배치되어 있는데, 안쪽 전극이 양성자(수소이온)를 만들어 선택된 자리의 산성도(pH)를 낮추면 그 국소 영역에서만 효소에 의한 DNA 신장(伸長) 반응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64개의 서로 다른 DNA 서열을 동시에, 각 가닥을 최대 39개 염기 길이까지, 채널당 분당 100개 이상의 염기 속도로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오늘날 인공 DNA 제조의 표준인 용매 집약적 ‘포스포라미다이트(phosphoramidite)’ 화학을 피한 것으로, 휴대형 DNA 합성 장치나 대용량 DNA 데이터 저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관련 성과는 2026년 7월 초 사이언스데일리 등을 통해 보도되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DNA 합성을 위험한 유기용매 화학에서 ‘전기+효소+물’의 반도체식 병렬 공정으로 옮길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기존 화학 합성은 독성 용매와 폐기물을 수반하고 대규모 병렬화가 어려웠는데, 이 칩은 반도체 미세공정의 정밀 제어를 생명공학에 접목해 여러 서열을 동시에, 프로그램으로 제어하며 만들어 낸다. DNA 합성 비용이 뉴클레오타이드당 약 0.05~0.10달러에 이르는 현실에서, 칩 기반 효소 합성이 이를 실질적으로 낮춘다면 유전자치료·맞춤형 백신 제조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반도체와 바이오의 융합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적이다. 다만 현재는 짧은 길이(최대 39염기)에 그쳐, 실용적 규모로 키우려면 더 긴 가닥을 정확히 합성할 새로운 화학과 오류 제어가 필요하다.
가장 치명적인 뇌종양으로 꼽히는 교모세포종(膠母細胞腫)을 두 갈래로 동시에 공략하는 면역치료 전략이 제시되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연구진은, 다중오믹스(multi-omics) 표적 발굴 플랫폼으로 종양세포와 종양 미세환경의 골수계 면역세포 양쪽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항원 ‘GPNMB’를 찾아내고, 이를 겨누는 카티(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가 강력한 항종양 효과를 낸다는 연구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하였다(DOI: 10.1038/s41586-026-10641-1). 교모세포종은 현재의 복합 치료로도 재발을 좀처럼 막지 못하는데, 그 원인은 종양 내부의 극심한 세포 이질성과, 종양을 키우고 면역을 억제하는 ‘종양연관 대식세포(TAM)’가 지배하는 미세환경에 있다. 연구진은 항-GPNMB 카티 세포가 종양세포와 골수계 세포를 한꺼번에 인식·공격해, 환자 유래 이종이식 및 동종 이식 교모세포종 모델에서 장기적인 질병 억제를 보였다고 밝혔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교모세포종 재발의 두 축인 ‘종양 이질성’과 ‘면역억제 미세환경’을 단일 표적(GPNMB)으로 동시에 겨눴다는 점이다. 기존 카티 치료는 혈액암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표적 항원이 종양 곳곳에 고르지 않고 면역을 억누르는 세포들이 방패 역할을 하는 고형암, 특히 뇌종양에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종양세포와 그 ‘공범’인 대식세포에 공통된 항원을 노림으로써, 종양을 직접 파괴하는 동시에 면역억제 환경 자체를 무너뜨리는 이중 전략을 제시한 것이 이번 진전의 의의다. 이는 카티 치료를 고형암으로 확장하는 유망한 방향을 보여 준다. 다만 현재는 동물·환자유래 이식 모델 수준의 전임상 성과로, 실제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유효성 검증이라는 긴 과정이 남아 있다.
인공지능(AI)이 양자컴퓨터의 고질적 난제인 오류를 크게 줄이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엔비디아(NVIDIA)는 결함허용(fault-tolerant) 양자 오류정정을 돕는 오픈소스 AI 디코더 계열 ‘아이징(Ising)’을 공개하였다. 대표 모델 ‘아이징 디코더 컬러코드 1 패스(Ising Decoder ColorCode 1 Fast)’는 작은 합성곱신경망(CNN)을 ‘사전 디코더(pre-decoder)’로 두어, 오류 신호(신드롬)를 먼저 단순화한 뒤 오픈소스 디코더 ‘크로모비우스(Chromobius)’로 넘기는 방식이다. 코드 거리 31(d=31)의 컬러코드 메모리 배열에 회로 수준 물리 오류율 0.3%를 가정한 벤치마크에서, 이 방식은 기존 최고 수준의 컬러코드 디코더 대비 논리적 오류율(LER)을 최대 347.7배 낮추고 처리 속도를 7.3배 높였다. 엔비디아는 모델 가중치·학습 파이프라인·합성데이터 생성 도구·벤치마크를 함께 오픈소스로 공개해(깃허브 NVIDIA/Ising-Decoding), 각 하드웨어 개발사가 자사 양자 프로세서의 잡음 특성에 맞춘 디코더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였다. 발표는 2026년 7월 중순 이뤄졌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결함허용 양자컴퓨팅의 병목인 ‘실시간 오류 디코딩’을 AI로 가속했다는 점이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잡음에 취약해, 여러 물리 큐비트를 묶어 오류를 검출·정정하는 오류정정 부호가 필수인데, 부호가 커질수록 오류 신호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디코딩)하기가 어려워진다. 신경망을 사전 디코더로 삼아 신드롬을 미리 정리하면 디코딩의 정확도와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고, 코드 거리가 커질수록 그 이점이 확대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특히 가중치와 학습 도구를 공개해 하드웨어별 맞춤 디코더 학습을 가능케 한 것은, 양자 생태계 전반의 발전을 앞당기는 ‘AI×양자’ 교차 가속의 대표 사례다. 다만 수치는 시뮬레이션 기반 벤치마크 조건에서 도출된 것으로, 실제 양자 하드웨어에서의 성능은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HBM 다음은 CXL’ — 삼성 1TB 메모리 풀, SK 256GB 모듈로 추론 병목 겨눠
생성형 AI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옮겨 가며,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잇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가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블랙웰’ GPU와 CXL 스위치, 자사 CXL 메모리 모듈 ‘CMM-D’를 결합해 1테라바이트(TB) 규모의 CXL 메모리 풀을 구성하고, 단일 GPU에서는 D램에 준하는 성능을, 8개 GPU 환경에서도 D램 대비 약 92% 수준의 성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HPE 디스커버 라스베이거스 2026’에서 256기가바이트(GB) 용량의 ‘CMM-DDR5’를 공개하고 CXL 기반 메모리 서버를 공동 전시하며 실제 AI 서버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선보였다. 시장조사기관 욜(Yole)은 CXL 시장이 2022년 1억7,000만 달러에서 2026년 21억 달러, 2028년 약 16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경쟁의 핵심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학습’의 대역폭을 책임졌다면 CXL은 ‘추론’ 시대의 메모리 용량·확장 병목을 푸는 보완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CXL은 여러 장치가 메모리를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용량을 늘리는 ‘메모리 풀링(pooling)’을 가능하게 해, 대형 모델을 추론할 때 부딪히는 용량의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 추론 수요가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는 GPU에 붙은 값비싼 메모리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CXL은 이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경제적 해법으로 주목된다. 한국 두 기업이 HBM에 이어 CXL에서도 표준·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은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AI 메모리 전반의 우위를 이어 가려는 전략이다. 다만 CXL의 실효는 서버·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지원과 실제 채택 속도에 달려 있다.
일본이 국가 차원의 대규모 AI 연산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엔비디아(NVIDIA)는 일본 노에트라(Noetra)와 함께 ‘베라 루빈(Vera Rubin)’ 기반 AI 팩토리를 세운다고 7월 16일 발표하였다. 이 시설은 엔비디아 ‘베라’ CPU 1만3,750개와 ‘루빈’ GPU 2만7,500개를 갖추고, 엔비디아 ‘DSX’ 플랫폼 위에서 14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제공한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지원하는 이 사업은, 제조·물류·의료 등 실물 산업 전반에 ‘피지컬 AI’를 공급하려는 일본의 ‘프론티아(FRONTia) 프로젝트’의 연산 기반이 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베라 루빈 플랫폼은 현재 7종의 신규 칩이 양산에 들어갔으며, 직전 세대 ‘블랙웰(Blackwell)’ 대비 추론 토큰 비용을 최대 10분의 1로 낮추고 전문가혼합(MoE) 모델 학습에 필요한 GPU 수를 4분의 1로 줄인다.
기술적 의미
이번 발표의 핵심은, AI 경쟁의 축이 ‘모델’에서 ‘주권형 연산 인프라(sovereign AI)’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국가가 직접 대규모 GPU 팩토리를 세워 제조·물류·의료 같은 실물 산업에 물리적 AI를 공급하려는 전략은, AI를 소비자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 기간 인프라로 재정의하는 흐름이다. 베라 루빈의 추론 비용·효율 개선은 이런 대규모 배치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요소다. 특히 한국(‘모두의 AI’·550조 AI센터, 3면)과 중국(WAIC, 3면)이 같은 시기 국가 단위 AI 전략을 내놓은 것과 겹치며, ‘국가 AI 인프라 경쟁’이 아시아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다만 140㎿에 이르는 전력 수요와 입지·냉각은 새로운 제약으로, 에너지 확보가 인프라 경쟁의 또 다른 승부처가 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는 하반기 계획을 내놓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우리 AI 모델을 기반으로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범용 챗봇을 무료로 쓸 수 있는 ‘모두의 AI’ 서비스를 하반기 중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11일까지 참여 기업 공모를 받은 뒤 9월 말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출시가 목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리나라도 독자 파운데이션(기반) 모델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며, 우리 AI 모델 기반의 보안 특화 AI 개발·보급도 하반기 중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물리 법칙에 기반한 합성데이터를 대량 생산하는 독자 ‘월드모델’ 개발에 올해 착수해 3년 내 세계 최고 수준의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국산 풀스택을 완성한다는 구상과, 55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등 하반기 기술패권 드라이브도 함께 제시되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업무보고의 핵심은, ‘주권 AI(sovereign AI)’를 국가 전략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해외 상용 모델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과 전용 인프라, 전 국민 접근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도다. ‘모두의 AI’ 무료 개방은 사용자 저변과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통로이자, AI 접근성을 공공재로 보는 정책 방향을 드러낸다. ‘피지컬 AI’ 육성은 제조 강국의 강점을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로 잇겠다는 포석으로, 일본의 국가 AI 팩토리(2면)와 같은 흐름에 놓인다. 이는 개별 기업의 경쟁을 넘어 국가가 모델·데이터·인프라·전력을 아우르는 ‘풀스택’을 직접 설계하려는 시도다. 다만 관건은 모델의 실제 성능과 양질의 데이터, 막대한 전력 조달, 그리고 대규모 재정 투입의 지속 가능성이며, 제시된 계획·수치는 발표 기준이다.
삼성전자가 향후 10년간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포함한 1,000조원대 투자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보도 기준). 이는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국면에서 거둔 이익을 차세대 설비와 AI 인프라로 대규모 재투자하려는 장기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패키징 등 AI 생산능력 확충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한국 메모리 업계 전반이 고대역폭메모리(HBM)·CXL 등 AI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재투자로 연결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전자의 이번 구상은 반도체 제조 역량과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키워 공급 능력과 기술 리더십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이해된다.
기술적 의미
이번 계획의 핵심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이익을 차세대 설비와 AI 인프라로 재투자해 ‘공급 능력’과 ‘기술 우위’를 동시에 굳히려는 장기 전략이라는 점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티에스엠씨(TSMC)가 애리조나에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기로 한 것과 견주면, 이는 한국판 초대형 자본지출(캐펙스)에 해당한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키우는 것은, 칩 생산에서 AI 서비스 인프라까지 가치사슬을 수직으로 넓혀 AI 시대의 수요를 안으로 흡수하려는 포석이다. 이는 정부의 550조원 AI 센터 구상(본면)과 맞물려 ‘민관 동시 증설’의 그림을 그린다. 다만 대규모 투자는 수요의 지속성, 전력·용수 등 인프라, 인력 확보라는 변수에 노출되며, 계획·금액은 보도 기준으로 확정 발표를 통한 재확인이 필요하다.
7월 17일 개막한 ‘2026 세계 인공지능 대회(WAIC)’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8년 행사 출범 이래 처음으로 대면 기조연설을 하였다. 시 주석은 “인공지능은 한 나라의 독주(獨奏)가 아니라 국제 협력의 교향곡이어야 한다”며 ‘사람 중심(people-centred)’의 AI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AI 역량 접근에서 형평성을 보장해 ‘새로운 역사적 불의(不義)’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며, 아프리카·중남미·아시아와 브릭스(BRICS) 등 여러 국제기구와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개막 하루 전에는 29개국이 상하이에 본부를 두는 ‘세계AI협력기구(WAICO)’ 창설에 서명하였다. 대회는 7월 20일까지 이어지며, 140개 이상의 포럼과 1,400여 명의 연사, 1,100여 개 전시 기업으로 구성된다.
기술적 의미
이번 대회의 핵심은, 직전 회차에서 ‘제안’ 단계였던 세계AI협력기구가 ‘29개국 서명’이라는 구체적 진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AI 경쟁이 개별 모델의 성능을 넘어 ‘누가 국제 규범과 표준을 설계하는가’라는 거버넌스 주도권 다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중국은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서고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를 겨냥함으로써, 서방 주도의 AI 안전·규제 논의에 맞선 대안적 협력 질서를 제시하려 한다. 같은 시기 서구에서 벌어지는 모델 경쟁(제미나이 지연·GPT-5.6·메타, 4면)과 대비되며, 이날은 ‘기술 대 거버넌스’라는 이중 구도가 선명히 드러난다. 다만 국제기구의 실효는 서명을 넘어선 다자 참여와 이행에 달려 있으며, 거버넌스 논의가 빠른 기술 발전을 실질적으로 규율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올해 AI 업계 최대 분수령으로 꼽혔던 7월 17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제미나이 3.5 프로(Gemini 3.5 Pro)’ 정식 출시가 세 번째로 예정된 마감마저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7월 16일 보도 기준). 구글은 초기 빌드를 폐기하고 사전학습(프리트레이닝) 일부를 다시 진행하며 완성도를 높이려 했으나, 기업 테스트에서 오픈AI ‘지피티-5.6(GPT-5.6)’ 대비 핵심 벤치마크를 따라잡지 못했고, 잦은 환각(허위 생성)과 실사용 워크플로에서의 불안정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글은 완성형 대신 임시(스톱갭) 버전을 먼저 내놓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예측 시장은 다음 프로 모델의 출시 시점을 8월로 옮겨 잡았다. 앞서 거론된 200만 토큰(처리 단위)의 긴 문맥, 강화된 추론 기능 ‘딥싱크(Deep Think)’, 100만 토큰당 약 15달러(입력)·60달러(출력)의 프리미엄 요금 등은 여전히 비공식이며, 구글은 출시일·사양·가격 어느 것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기술적 의미
이번 지연의 핵심은, ‘가장 늦게 나오는 만큼 확실히 앞서야 한다’던 부담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초기 빌드를 폐기하고 재학습을 감수한 것은 완성도를 우선한 신호였으나, 세 번째 마감 미달은 최전선 대형 모델을 계획대로 끌어올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드러낸다. 완성형과 임시 버전 사이의 선택은 ‘경쟁 대응 속도’와 ‘브랜드 신뢰’ 사이의 딜레마다. 서둘러 스톱갭을 내면 시장 공백을 메우지만 미완성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완성형을 기다리면 경쟁 모델에 공간을 내줄 수 있다. 서방 최전선 3파전(지피티-5.6·그록 4.5·제미나이)의 균형이 흔들리는 사이, 중국의 오픈모델(Kimi K3)과 메타(뮤즈 스파크)가 그 틈을 파고들 여지가 커진다. 다만 출시 시점·사양은 모두 비공식 정보로, 공식 발표와 제3자 평가를 통한 재확인이 필요하다.
메타(Meta)가 자사 최전선 모델을 처음으로 유료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개방하였다. 메타 초지능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s)는 7월 9일 멀티모달 추론·에이전트 특화 모델 ‘뮤즈 스파크 1.1(Muse Spark 1.1)’을 공개하고, 이를 새로운 ‘메타 모델 API’의 퍼블릭 프리뷰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모델은 100만 토큰의 문맥(컨텍스트)을 스스로 관리하며, 도구·컴퓨터 사용과 코딩·멀티모달 이해에서 큰 향상을 보였다. API 가격은 100만 토큰당 입력 1.25달러·출력 4.25달러이며 20달러의 무료 크레딧이 제공되나, 현재는 미국 개발자로 한정된다. 특히 이 API는 오픈AI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와 앤스로픽 ‘메시지(Messages)’ 형식을 모두 지원해, 기존 에이전트를 기본 주소(base URL)와 키 변경만으로 전환할 수 있다. 뮤즈 스파크 1.1은 주(主) 에이전트로서 맥락을 모으고 계획을 세워 병렬 하위 에이전트에 실행을 위임하며, 하위 에이전트로서는 주어진 역할과 도구를 이해하고 필요할 때 상위로 보고한다.
기술적 의미
이번 개방의 핵심은, ‘무료·오픈’ 배포를 고수해 온 메타가 처음으로 최전선 모델을 유료 API로 내놓으며 수익화와 개발자 생태계 진입에 나섰다는 점이다. 경쟁사 SDK 형식을 그대로 지원하는 것은, 전환 비용을 사실상 없애 오픈AI·앤스로픽을 쓰던 개발자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아울러 뮤즈 스파크 1.1이 계획·위임·도구 사용을 강조한 것은, 최전선 모델의 경쟁축이 단일 응답 성능에서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스스로 여러 단계를 조율·수행하는 능력)’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오픈AI·구글의 에이전트 경쟁과 같은 흐름이다. 다만 현재는 미국 한정의 퍼블릭 프리뷰라는 초기 제약이 있어, 가격·호환성이 만들어 낼 시장 파급은 정식 확대 이후에 가늠할 수 있다.
중국 문샷AI(Moonshot AI)가 7월 16일 세계 최초로 3조 파라미터(매개변수)급 개방형(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케이3(Kimi K3)’를 공개하였다. 약 2조8,000억 파라미터의 희소 전문가혼합(MoE) 구조에 네이티브 시각 처리 능력과 100만 토큰 문맥을 갖췄으며, 새로 도입한 ‘키미 델타 어텐션(KDA)’·‘어텐션 레지듀얼(AttnRes)’·‘스테이블 라텐트MoE’로 896개의 전문가 중 16개만 활성화해 100만 토큰 문맥에서 최대 6.3배 빠른 디코딩을 낸다고 밝혔다. 자체 평가에서는 상위권을 기록했으나, 최상위 독점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 5(Claude Fable 5)’와 ‘지피티-5.6 솔(GPT-5.6 Sol)’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API 가격은 100만 토큰당 입력 3달러·출력 15달러이며, ‘키미 K2’ 계열의 개방 전통을 이어 수정 MIT 라이선스로 공개되고 전체 가중치도 곧 배포될 예정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공개의 핵심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컴퓨팅 제약 속에서도 중국이 ‘오픈웨이트 초대형 모델’로 최전선에 근접하려는 전략을 이어 간다는 점이다. 가중치를 공개하면 개발자와 기업이 스스로 미세조정하고 자체 서버(온프레미스)에 배치할 수 있어, 생태계의 저변이 넓어진다. 이는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개방형 소프트웨어 전략, WAIC에서의 개방 기조와 같은 결로, ‘개방을 무기로 삼는’ 중국식 접근을 보여 준다. 새 어텐션 기법으로 긴 문맥의 효율을 끌어올린 점은 실용적 진전이다. 다만 최상위 독점 모델과의 성능 격차가 여전하고, 3조 파라미터급 모델을 실제로 서비스할 때의 막대한 연산·서빙 비용은 과제로 남는다. 성능 수치는 자체 평가 기준이므로 독립적 검증이 필요하다.
한국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도 성과를 냈다. LG AI연구원은 2,360억 개 매개변수 규모의 ‘엑사원(EXAONE)’ 최신 모델이 미국·중국의 대표 오픈 모델을 앞섰다고 밝혔다. AI 성능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순위에서, 이 모델은 오픈AI의 ‘GPT-OSS 120B’와 알리바바의 ‘큐원3(Qwen3) 235B’를 각각 103%·104% 수준의 성능으로 앞선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7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머신러닝 학회 ‘ICML 2026’에 참가해 엑사원의 연구개발 성과와 산업 혁신 사례를 소개하였다. 또한 LG전자는 엑사원을 기반으로 ‘월드모델’을 개발하고, KT는 생성형 AI ‘믿:음(Mi:dm)’과 플랫폼 운영 경험을 로봇 행동모델(RFM)로 연결하는 등, 카이스트(KAIST)·서울대와 함께 3차원 재구성·비디오 생성·제파(JEPA) 등 서로 다른 방식의 월드모델을 병렬로 개발하는 협력도 진행 중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정부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전략(3면)을 뒷받침할 민간의 실체가 오픈 벤치마크에서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정 지표에서 미·중 오픈 모델을 앞섰다는 것은, 한국이 자체 모델로 최전선 경쟁에 참여할 기술적 기반을 갖췄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LG·KT·대학이 ‘월드모델’을 나눠 개발하는 협력은, 정부가 목표로 내건 ‘피지컬 AI’ 풀스택의 산학 기반을 다지는 움직임이다. 물리 세계를 이해·예측하는 월드모델은 로봇·제조·자율 시스템의 핵심으로, 제조 강국의 강점과 직결된다. 다만 벤치마크 우위는 평가 방식·항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최상위 독점 모델과의 격차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순위 수치는 평가기관 기준으로 신중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동향을 관통하는 첫 번째 흐름은 ‘모델 경쟁의 소음과 국가 인프라의 실질’이 대비된다는 점이다. 전날 최대 분수령으로 꼽혔던 구글 제미나이 3.5 프로가 세 번째 마감마저 놓치고 임시(스톱갭) 출시를 저울질하는 사이, 메타는 첫 유료 개발자 API와 ‘뮤즈 스파크 1.1’을, 중국 문샷AI는 세계 첫 3조 파라미터급 오픈모델 ‘Kimi K3’를 내놓으며 최전선의 소음은 계속됐다. 그러나 판을 실제로 옮긴 것은 조용한 인프라 쪽이었다. 일본은 베라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 2만7,500개를 묶은 ‘세계 첫 국가 AI 팩토리’를 세웠고, 한국 정부는 전 국민 무료 ‘모두의 AI’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550조원 AI 센터, 피지컬 AI를 제시했으며, 삼성전자는 10년 1,000조원 투자 밑그림을, 삼성·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HBM 다음’인 CXL 메모리 경쟁을 본격화했다. AI가 소비자 서비스에서 국가 기간 인프라로 재정의되는 흐름이 아시아에서 동시다발로 나타났다.
두 번째 흐름은 ‘경쟁의 규범화와 개방 대 폐쇄’다. 상하이에서는 세계 인공지능 대회(WAIC) 이튿날 시진핑 국가주석이 첫 기조연설로 “AI는 한 나라의 독주가 아닌 국제 협력의 교향곡”이라며 ‘사람 중심’과 개발도상국의 접근 형평을 내세웠고, 개막 하루 전 29개국이 ‘세계AI협력기구(WAICO)’ 창설에 서명하며 규범 주도권 다툼이 구체화됐다. 동시에 노선의 대비도 뚜렷하다. 문샷의 오픈웨이트 모델, 메타의 유료 개방, 화웨이의 어센드 개방 소프트웨어가 ‘개방’ 진영을 넓히는 반면, 구글·오픈AI의 최상위 독점 모델은 ‘폐쇄’의 우위를 지킨다. 미국의 모델 우위, 중국의 개방·거버넌스 공세, 그 사이에서 인프라를 안으로 들이는 한국·일본이라는 삼각 구도가 선명해졌다. LG ‘K-엑사원’이 오픈 벤치마크에서 미·중 모델을 앞섰다는 성과는, 한국의 ‘독자 모델’ 전략이 구호에 그치지 않음을 뒷받침한다.
세 번째 흐름은 ‘AI가 과학의 도구이자 대상이 되는’ 국면이다. 엔비디아 ‘아이징(Ising)’은 인공지능으로 양자컴퓨터의 오류율을 최대 347배 낮춰 결함허용 양자컴퓨팅을 앞당겼고, 실험실에서는 블랙홀의 에너지 추출이 회전 없이 재현됐으며, 하버드는 실리콘 칩으로 DNA를 병렬 합성했고, 유럽 연구진은 GPNMB 카티(CAR-T)로 뇌종양과 그 미세환경을 동시에 겨눴다. 종합하면 오늘은 ‘화려한 모델 발표’보다 ‘조용한 구조 변화’가 판을 바꾼 날로 요약된다. 앞으로 주목할 변수는 첫째 제미나이 3.5 프로가 스톱갭과 완성형 중 무엇으로, 언제 나와 독립 평가에서 실제 우위를 보이는지, 둘째 세계AI협력기구와 각국의 국가 AI 인프라가 서명·발표를 넘어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는지, 셋째 양자·바이오를 아우른 ‘AI×과학’의 실험실 성과가 재현성과 규모화라는 시험대를 넘는지다. 확장의 속도만큼이나, 기술은 이제 곳곳에서 ‘증명’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