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응집물질·소재과학 · Materials Horizons
150년 논쟁에 마침표 — 손에서 녹는 금속 ‘갈륨’, 고온에서 결합이 되살아난다
손바닥의 체온만으로도 녹는 은백색 금속 갈륨(Ga)을 둘러싼 약 150년의 오랜 논쟁이 실험으로 매듭지어졌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연구진은 갈륨이 비금속에서 흔한 ‘공유결합(covalent bond·원자가 전자를 공유하는 결합)’을 일부 지니는데, 이 결합이 녹는점에서 사라졌다가 액체를 더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뜻밖에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규명하여 학술지 ‘머티리얼스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에 발표하였다. 논문 제목은 「Resolving Decades of Debate: The Surprising Role of High-Temperature Covalency in the Structure of Liquid Gallium(수십 년 논쟁의 해결: 액체 갈륨 구조에서 고온 공유결합의 뜻밖의 역할)」이다. 연구진은 결합이 끊길 때 무질서도(엔트로피)가 커지면서 원자들이 자유로워져 오히려 녹기 쉬워진다는 설명으로, 갈륨이 유독 낮은 온도에서 녹는 까닭까지 함께 제시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한 금속으로 여겨져 온 원소에서도 ‘온도에 따라 결합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 액체 금속의 구조 이론을 근본에서 다시 쓰게 하였다는 점이다. 갈륨은 반도체(질화갈륨·비화갈륨), 저온 액체금속 소자, 유연 전자소자, 열 관리 재료 등에 두루 쓰이는 산업 핵심 물질로, 그 액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소재 설계의 출발점이 된다. 특히 고온에서 공유결합이 되살아난다는 발견은, 온도 제어만으로 금속의 점성·전도·젖음성을 조율할 가능성을 시사하여 액체금속 공학과 나노기술에 새로운 설계 변수를 제공한다. 다만 이는 갈륨이라는 특정 원소에서 얻은 결과로, 유사한 저융점 금속으로의 일반화와 소자 응용으로의 연결은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는다.
해외 · 광열물리·메타물질 · Osaka Univ.
열을 ‘프로그래밍’하다 — 오사카대, 키르히호프 법칙 깨고 방향·기억 갖는 열복사 소재 구현
열이 드나드는 방향과 세기를 마음대로 정하고, 전원을 끊어도 그 설정을 ‘기억’하는 소재가 등장하였다. 일본 오사카대학교 연구진은 물질이 흡수하는 열과 내보내는 열이 같은 방식으로 연결된다는 오랜 원리(‘상반성(reciprocity)’, 흔히 키르히호프의 복사 법칙으로 불림)를 깨뜨려, 열복사를 방향에 따라 다르게 제어하고 상태를 바꾸며 유지할 수 있는 소재 구조를 구현하였다. 이 소재는 ‘방향성 열 제어’, ‘필요할 때 켜고 끄는 전환’, ‘전원 없이 상태를 보존하는 비휘발성 기억’이라는 세 기능을 하나의 적층 구조에 담았으며, 실제 열 시스템이 작동하는 수직에 가까운 입사각에서 효율적으로 동작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성과는 스마트 적외선 센서, 고효율 에너지 기술, 그리고 전하 대신 빛과 열로 정보를 담는 광자 메모리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흡수와 방출은 대칭’이라는 열복사의 기본 전제를 깨고, 열을 능동적으로 설계·저장할 수 있는 길을 연 데 있다. 상반성이 성립하는 통상의 소재에서는 열을 특정 방향으로만 내보내거나 흡수를 독립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웠는데, 이를 깨면 복사냉각·열 위장(적외선 스텔스)·폐열 회수·열 기반 센서의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전원 없이 상태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특성은, 열·빛을 정보 담체로 삼는 새로운 저전력 메모리·연산 소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전자(電子)에 의존해 온 정보처리 패러다임에 ‘광자·열’이라는 대안을 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동작 파장대 확장, 응답 속도, 대면적 제조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외 · 양자센서·우주물리 · Nature
두 개의 원자 구름으로 우주를 엿보다 — 임페리얼, 암흑물질·중력파 겨눈 양자센서 문턱 낮춰
우주의 가장 큰 수수께끼인 암흑물질과 중력파를 잡아낼 양자센서 개발에 중요한 진전이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초저온으로 식힌 스트론튬-87 원자 구름 두 덩어리를 약 1밀리미터 간격으로 나란히 두고, 하나의 초정밀 시계 레이저로 동시에 관측하는 탁상형 시제품을 제작하였다. 두 구름의 반응을 서로 비교하면, 개별 측정이 잡음에 완전히 묻힌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 미세한 차이에서 숨은 신호(예컨대 암흑물질 장(場)의 흔적)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착상이다. 연구진은 이 ‘잡음 상쇄’ 기법으로 측정의 근본 한계를 우회하였으며, 이는 앞으로 건설될 대형 검출기에서 벌어질 상황을 축소해 재현한 것이다. 이 연구는 2026년 6월 17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원자시계 기술을 우주론 관측에 접목하여 ‘측정 잡음’이라는 근본 장벽을 실험으로 넘어섰다는 점이다. 암흑물질과 저주파 중력파는 신호가 극히 미약해, 아무리 정밀한 장비도 진동·온도·레이저 요동 등 공통 잡음에 파묻히기 쉽다. 같은 레이저로 두 원자 구름을 동시에 재고 그 차이만 읽으면 공통 잡음이 상쇄되어, 잡음 아래에 숨은 신호를 복원할 수 있다. 이는 기초물리의 미해결 난제를 값비싼 초대형 설비 없이도 탁상 규모에서 검증할 길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으며, 정밀 계측·양자 센서·차세대 원자시계 기술로도 파급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암흑물질·중력파 탐지에 필요한 감도와 규모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어, 원자 수·거리·안정도를 키우는 것이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