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메모리 반도체 · Micron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증거 — 마이크론, 분기 매출 414억 달러 사상 최대
인공지능(AI)이 끌어올린 메모리 수요가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숫자로 확인되었다. 미국 마이크론(Micron)은 2026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이 414.6억 달러(약 57조 원)로, 직전 분기 238.6억 달러와 1년 전 같은 기간 93.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282.4억 달러, 주당순이익은 24.67달러에 달했으며, 특히 데이터센터용 메모리를 다루는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부는 매출 137.7억 달러에 매출총이익률 83%라는 이례적 수익성을 기록하였다. 핵심 성장 동력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로, 1b(1-beta) D램 공정으로 만든 HBM4가 주력 고객 플랫폼에 대량 출하 중이며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용 HBM4 출하는 3월 시작돼 이전 세대의 약 두 배 속도로 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하였다. 마이크론은 앞서 5월 26일 삼성에 이어 메모리 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기술적 의미
이번 실적의 핵심은, AI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메모리 병목(memory wall)’이 곧 메모리 기업의 ‘기록적 수익’으로 환산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는 점이다. 거대언어모델의 매개변수가 폭증하면서, 연산 칩의 속도만으로는 부족하고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공급하느냐’가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가른다. 1년 새 매출이 4배 이상 뛰고 데이터센터 메모리의 마진이 80%를 넘긴 것은, HBM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직전 호에서 다룬 ‘삼성의 HBM4 출하’, 본 호 IT 섹션의 ‘삼성·SK 대규모 투자’와 함께 보면, AI 인프라의 핵심 병목이 ‘연산’에서 ‘메모리·전력·냉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다만 메모리 산업은 역사적으로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큰 만큼, 현재의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해외 · 광컴퓨팅·나노포토닉스 · Nature Photonics
빛으로 만들고 보내고 읽는다 — 모내시대, ‘밸리트로닉스’ 광집적 칩 첫 구현
전기 대신 빛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광(光) 컴퓨팅’이 한 단계 도약하였다. 호주 모내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연구진은 빛에 담긴 정보를 ‘만들고(생성)·길을 내어 보내고(조향)·전기 신호로 읽어내는(검출)’ 세 기능을 하나의 칩 안에 모두 통합한 소자를 처음으로 구현하고, 그 결과를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발표하였다. 이 칩은 ‘밸리트로닉스(valleytronics)’라는 신흥 분야에 속하는데, 빛이 가진 ‘밸리(valley) 자유도’라는 양자적 성질에 정보를 실어 새로운 방식으로 데이터를 부호화한다. 연구진은 원자 몇 개 두께의 초박막 소재를 나노 구조물인 ‘메타표면(metasurface)’ 위에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결합해 그동안 분야의 발목을 잡던 난제를 풀었다. 특히 이 소자는 극저온이 아닌 ‘상온(常溫)’에서 작동하며, 두 장의 이미지를 동시에 부호화·처리하는 시연으로 여러 정보 흐름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음을 보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그동안 ‘생성’과 ‘검출’을 따로따로만 할 수 있었던 밸리트로닉스에서 ‘하나의 칩 위 완결된 시스템’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빛은 전자보다 훨씬 넓은 대역폭과 빠른 전송 속도를 지니면서도 에너지 소모가 적어, AI 연산과 광통신의 차세대 매체로 주목받는다. 무엇보다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값비싼 극저온 장비가 필요한 다른 양자 기술과 달리 실용화 문턱이 낮음을 뜻한다. 본 호 기초과학 섹션의 ‘스트레인지 메탈 양자얽힘’이 ‘새로운 물성의 발견’이라면, 이 연구는 그 물성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소자’로 구현한 사례로, 기초 발견과 실용 기술의 간극을 좁힌다. 다만 집적도·수율·기존 반도체 공정과의 정합성 등 대량생산을 위한 공학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 · AI 데이터센터·냉각 · KAIST
칩 속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물길’ — KAIST, 냉각 효율 10배 높여 AI 발열 병목 해소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발열’을 푸는 초고효율 냉각 기술이 국내에서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성진 교수와 AI·컴퓨팅학과 이익진 교수 공동연구팀은 실리콘 칩 안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냉각 유로(流路)를 직접 새겨, 상온의 물만으로 1㎠당 2킬로와트(㎾)의 열을 식히는 ‘칩 내부 액체냉각’ 기술을 개발하였다(6월 16일 발표). 연구팀은 냉각수를 여러 입구로 나눠 보내고 여러 출구로 모으는 ‘매니폴드 마이크로채널(manifold microchannel)’ 구조를 채택해, 물이 짧은 거리만 흐르게 함으로써 흐름 저항과 펌프 동력을 크게 줄였다. 그 결과 ‘성능계수(COP)’가 10만 6,000에 이르러, 2020년 ‘네이처’에 보고된 종전 세계 최고치(약 1만)의 약 10배를 달성하였다. 같은 열을 식히는 데 펌프 동력이 약 10분의 1만 들고, 상변화나 다이아몬드 같은 값비싼 재료 없이 350℃ 이하의 저온 공정으로 만들어 기존 반도체 생산라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에너지 컨버전 앤드 매니지먼트’에 실렸다.
기술적 의미
이번 기술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의 ‘숨은 전력 소비’인 냉각 비용을 근본적으로 낮춘다는 점이다. AI 연산 자체도 막대한 전기를 쓰지만, 뜨거워진 칩을 식히는 데도 그에 버금가는 에너지가 든다. 칩이 고성능화할수록 발열이 급증해 공랭(空冷)과 외부 구리 방열판은 한계에 다다랐는데, ‘칩 내부에서 직접 식히는’ 방식은 이 한계를 넘는다. 펌프 동력을 10분의 1로 줄이면서 같은 열을 제거한다는 것은, 데이터센터의 전체 전력 효율을 끌어올려 ‘전력이 곧 인프라 제약’이 된 AI 시대의 병목을 완화함을 뜻한다. 본 호 마이크론 실적과 함께 보면, AI 인프라 경쟁의 무게중심이 ‘연산 성능’에서 ‘메모리·전력·열 관리’로 옮겨가고 있음이 확인된다. 다만 칩 내부에 유로를 새기는 공정의 양산 신뢰성·장기 내구성은 상용화 단계에서 추가로 검증되어야 한다.
국내 · 반도체 투자·산업정책 · 매일경제 외
‘초격차’ 메가 투자 — 삼성·SK, 2035년까지 합산 수천조 원 반도체·AI 베팅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장기 투자 계획을 동시에 내놓았다. 6월 29일 열린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보고회’에서 삼성과 SK는 2035년까지의 반도체·AI 투자 구상을 공개하였다고 복수 매체가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충청권 HBM 패키징, 영남권 ‘피지컬 AI(physical AI)’ 등에 약 2,655조 원을, 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약 2,100조 원을 각각 투자하는 안으로, 합산 규모는 4,600조~4,800조 원대로 전해졌다(매체별로 수치에 차이가 있음). 세 ‘메가프로젝트’는 ▲호남권에 6개 이상의 반도체 공장(팹)을 두는 클러스터 ▲충청권 AI 데이터센터 ▲영남권 ‘물리 세계의 AI(로봇·제조 등)’ 투자로 요약된다. 이는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린 ‘장기 구상’의 성격이 강하며, 구체적 집행 일정과 연도별 금액은 후속 발표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발표의 핵심은, AI 시대의 ‘토대 경쟁’이 개별 기업의 설비투자를 넘어 ‘국가 단위의 산업 지도 재편’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호남의 ‘제조(팹)’, 충청의 ‘데이터센터’, 영남의 ‘피지컬 AI’로 권역을 나눈 구상은, 반도체 생산–AI 연산–로봇/제조 응용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을 국내에 두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제시된 금액은 한국 연간 정부 예산의 여러 배에 달하는 ‘장기 목표치’로, 전력·용수·인력 등 인프라 확보와 실제 수요 환류(還流) 여부가 관건이다. 본 호 IT 섹션의 ‘국가AI컴퓨팅센터’, 컴퓨팅 섹션의 ‘마이크론 실적’과 종합하면, ‘메모리·데이터센터·전력’으로 이어지는 AI 인프라에 민·관의 천문학적 자본이 집결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수치의 실현 가능성은 향후 집행 계획으로 검증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