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양자컴퓨팅 · Microsoft
알루미늄을 ‘납’으로 바꾸다 — MS 마요라나 2, 큐비트 수명 20초 돌파(논쟁은 계속)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위상(位相·topological) 양자컴퓨팅의 2세대 칩 ‘마요라나 2(Majorana 2)’의 진전을 발표하였다. 회사는 6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드(Build)’ 콘퍼런스에서, 초전도체 재료를 기존 알루미늄에서 ‘납(lead)’으로 바꾸고 갈륨안티몬(GaSb) 기판과 인듐비소(InAs/InAsSb) 양자우물을 결합함으로써, 양자 상태를 지키는 ‘위상 갭(topological gap)’을 두 배 이상으로 키우고 큐비트(qubit)의 ‘패리티 수명(parity lifetime)’을 종전 약 1~12밀리초(ms)에서 20초 이상(일부 측정 1분)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1세대 ‘마요라나 1’ 대비 안정성이 약 1,000배 향상되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근거로 확장형(scalable) 양자컴퓨터 실현 시점을 2033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겼다고 덧붙였다. 다만 발표 직후 여러 저명한 물리학자들은 ‘과연 위상 큐비트를 실제로 구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현상을 측정한 것인지’라는 근본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발표의 핵심은, 양자컴퓨팅의 화두가 ‘큐비트 개수’에서 ‘큐비트 품질(결함 내성·fault tolerance)’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이다. 위상 큐비트는 외부 잡음에 강한 ‘마요라나 준입자(準粒子)’의 성질을 이용해 오류를 ‘하드웨어 차원’에서 억제하려는 접근으로, 성공한다면 오류정정에 드는 막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초전도체를 ‘납’으로 바꾼 것은, 우주선(宇宙線) 등 외부 교란으로부터 취약한 큐비트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한 재료공학적 선택이다. 그러나 ‘위상 큐비트의 존재 증명’ 자체가 응집물질물리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로 남아 있어, 회사의 측정값이 곧 ‘위상 보호의 입증’으로 직결되는지는 독립적 검증이 필요하다. 본 호의 다른 양자 항목(QCi 인수, 대서양 동맹)과 함께, 양자 산업이 ‘기술 논쟁’과 ‘자본·역량 결집’을 동시에 겪는 과도기에 있음을 드러낸다.
해외 · 양자·반도체 M&A · QCi
양자기업이 ‘반도체 공장’을 사다 — 퀀텀컴퓨팅, 엔핸스드 반도체 인수 완료
양자컴퓨팅 기업이 반도체 ‘제조·패키징’ 역량을 직접 확보하는 수직 통합의 사례가 나왔다. 미국의 양자·광자(光子) 기술기업 퀀텀컴퓨팅(QCi·Quantum Computing Inc.)은 6월 23일 ‘엔핸스드 반도체(NHanced Semiconductors)’의 인수를 완료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인수 대가는 현금과 주식을 합쳐 7,310만 달러이며, 일정 성과 목표를 달성하면 최대 7,200만 달러가 추가된다. 엔핸스드는 반도체 및 ‘나노포토닉스(nanophotonics)’ 소자 제조,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그리고 특화된 엔지니어링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인수로 QCi는 자사 광자 기반 양자·계측 제품의 ‘설계-제조-패키징’을 일관 체제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운영·제조 준비도(readiness)를 강화한다고 설명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인수의 핵심은, 양자·광자 기술의 상용화 병목이 ‘이론’이나 ‘설계’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만들고 패키징하는 제조 역량’에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광자 기반 양자·계측 소자는 미세한 광학 구조를 정밀하게 가공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첨단 패키징’이 성능과 수율(收率)을 좌우한다. 따라서 위탁생산(파운드리)에 의존하지 않고 제조·패키징을 내재화하는 것은, 공급망 위험을 줄이고 신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본 호 마요라나 2 항목이 ‘기술의 검증’을 다룬다면, 이번 사안은 ‘기술의 양산화’라는 다른 축을 보여 준다. 다만 인수 효과는 향후 실제 제품 출하와 수율 개선으로 확인되어야 하며, 성과 연동 대가(어닝아웃) 구조는 통합의 성패가 아직 진행형임을 시사한다.
해외 · 분산 양자컴퓨팅 · 대서양 동맹
양자컴퓨터를 ‘잇다’ — 아톰컴퓨팅·뉴퀀텀, 중성원자 분산 아키텍처 동맹
단일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수를 늘리는 경쟁을 넘어, 여러 양자컴퓨터를 ‘연결’해 규모를 키우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미국의 아톰컴퓨팅(Atom Computing)과 영국의 뉴퀀텀(Nu Quantum)은 6월 17일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협력을 맺고, ‘중성원자(neutral-atom)’ 방식의 양자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는 ‘분산 양자컴퓨팅(distributed quantum computing)’ 아키텍처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하였다. 중성원자 방식은 레이저로 붙잡은 중성 상태의 원자를 큐비트로 쓰는 접근으로, 큐비트를 비교적 촘촘히 배치하고 확장하기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퀀텀은 양자 시스템 사이를 잇는 ‘양자 네트워킹(quantum networking)’ 기술을, 아톰컴퓨팅은 중성원자 양자 하드웨어를 각각 강점으로 가져온다.
기술적 의미
이번 동맹의 핵심은, 양자컴퓨팅의 확장 전략이 ‘하나의 거대한 칩’에서 ‘여러 모듈을 잇는 네트워크’로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고전 컴퓨팅이 단일 프로세서의 한계를 ‘여러 대를 연결한 데이터센터’로 넘어섰듯, 양자컴퓨팅도 단일 장치의 물리적 한계를 ‘양자 인터커넥트(interconnect)’로 극복하려 한다. 모듈 간에 양자 상태(얽힘)를 손실 없이 주고받는 일은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워, ‘양자 네트워킹’은 결함 내성 양자컴퓨터로 가는 핵심 길목으로 꼽힌다. 본 호의 마요라나 2(품질)·QCi 인수(제조)와 더불어, 양자 산업이 ‘품질·제조·연결’의 세 전선에서 동시에 전진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다만 분산 아키텍처의 실효성은 실제 연결 충실도(fidelity)와 지연(latency) 지표로 검증되어야 한다.
국내 · 메모리 반도체 수급
‘옛 메모리’가 품귀다 — AI용 생산 집중에 DDR2·DDR3 가격 급등
인공지능(AI)용 첨단 메모리에 생산 능력이 쏠리면서, 역설적으로 ‘구형(舊型) 메모리’의 품귀와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의 생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낮은 DDR4의 공급 부족이 그 아래 세대인 DDR3·DDR2로까지 번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DDR2의 고정거래가격이 2026년 2분기에 55~60% 상승했고, 3분기에도 35~40% 추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였다(디일렉 등 보도). 구형 메모리는 가전·자동차·산업기기·통신장비 등 ‘레거시(legacy)’ 수요처에 폭넓게 쓰여, 첨단 AI와 무관해 보이는 분야에까지 공급망 충격이 파급되고 있다.
기술적 의미
이번 현상의 핵심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그림자가 첨단 제품을 넘어 산업 전반의 ‘부품 생태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제조사로서는 한정된 생산 능력을 부가가치가 높은 HBM·고용량 D램에 우선 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그 결과 저세대 메모리의 ‘구조적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 이는 단가가 낮아 신규 증설 유인이 적은 제품일수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레거시 수급 역설’로 이어진다. 가전·차량·산업기기 제조사에는 부품 조달 비용 상승과 납기 지연이라는 직접적 부담이 된다. 본 호 ‘직전 호(제179호)’의 삼성 HBM4 호조와 함께 보면, AI 수요가 메모리 산업의 ‘생산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그 파급이 전·후방 산업으로 넓게 전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