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뇌인지 · Nature Communications
산만함을 걸러 내는 ‘오래된 뇌’ — 뇌간 신경세포가 ‘주의의 필터’였다
우리가 수많은 자극 속에서 ‘지금 중요한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까닭이, 대뇌피질이 아니라 진화적으로 훨씬 오래된 ‘뇌간(腦幹·brainstem)’의 작은 신경세포 무리에 있음이 밝혀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Johns Hopkins University)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뇌간에 자리한 소수의 신경세포 집단이 ‘선택적 공간 주의(selective spatial attention)’를 통제하는 ‘필터’로 작동함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진화적으로 오래된 뇌간 신경세포는 선택적 공간 주의의 통제에 필수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연구진이 이 신경세포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꺼’ 두자 생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유사하게 비정상적으로 산만해졌고, 다시 ‘켜’자 정상적인 집중력을 곧바로 회복하였다. 주의(注意)란 한정된 인지 자원을 특정 대상에 배분하는 기능으로, 그동안 주로 고등한 대뇌피질의 역할로 여겨져 왔으나, 이번 연구는 그 ‘스위치’가 뇌의 가장 원시적 영역에 깃들어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집중’이라는 고차원적 인지 기능의 근본 회로가 진화적으로 보존된 ‘오래된 뇌’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인과적으로 입증한 데 있다. 특정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것만으로 산만함과 집중이 즉각 오갔다는 점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주의 조절 장애’의 신경학적 뿌리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는 증상을 행동 차원에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주의의 회로’ 자체를 표적으로 삼는 진단·치료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또한 인간의 주의 기제를 모사하려는 인공지능(AI)의 ‘어텐션(attention)’ 연구에도, 생물학적 주의가 ‘무엇을 무시할지’를 능동적으로 ‘걸러 내는’ 과정임을 환기하는 시사점을 준다. 다만 이번 성과는 생쥐 모델에 기반한 것으로, 인간의 복잡한 주의 기능에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후속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며, 임상 응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천문·외계행성 · James Webb Space Telescope
한 행성의 두 얼굴 — 웹이 본 WASP-121b의 ‘새벽’과 ‘황혼’은 달랐다
지구에서 약 880광년 떨어진 초고온 목성형 외계행성 ‘WASP-121b’의 ‘새벽(아침) 쪽’과 ‘황혼(저녁) 쪽’ 대기가 뚜렷이 다른 모습을 지닌다는 사실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James Webb Space Telescope) 관측으로 드러났다. 천문학자들은 항상 같은 면이 별을 향하는 ‘조석 고정(tidal locking)’ 상태의 이 행성에서, 강한 바람이 영구적 낮 쪽의 열을 실어 나르며 ‘저녁 쪽’을 더 뜨겁고 팽창된 상태로 만든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극단적 온도로 물(H₂O) 분자가 분해되는 정황과, 상대적으로 서늘한 ‘아침 쪽’의 대기를 광물(鑛物) 구름이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도 포착되었다. 행성이 별 앞을 가로지르며 빛을 가리는 ‘통과(transit)’의 시작과 끝 순간을 정밀 분광(分光)으로 비교함으로써, 연구진은 행성을 ‘하나의 점’이 아니라 ‘새벽과 황혼이라는 두 경계 지역’으로 나누어 읽어 내었다. 이는 외계행성의 대기를 ‘평균’이 아닌 ‘지역별’로 해상(解像)하기 시작한 관측 기술의 진전을 보여 준다.
기술적 의미
이번 관측의 핵심은, 외계행성 대기 연구가 ‘행성 전체의 평균 조성’을 추정하던 단계에서 ‘행성 표면의 부위별 차이’를 구분해 읽는 단계로 도약하였다는 점이다. 한 행성의 ‘새벽’과 ‘황혼’이 온도·구름·화학 조성에서 다르다는 사실은, 대기 순환(바람)이 열과 물질을 어떻게 분배하는지를 직접 보여 주는 ‘기상학적 증거’에 해당한다. 이는 외계행성을 단순한 ‘발견 대상’에서 ‘기후를 분석할 수 있는 세계’로 끌어올리며, 향후 생명 거주 가능성을 따질 때 필수적인 ‘대기 역학’ 이해의 토대를 넓힌다. 제임스 웹의 높은 분광 감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로, ‘통과 분광’이라는 간접 기법이 도달할 수 있는 정밀도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다만 WASP-121b는 표면 온도가 수천 도에 이르는 극한 환경의 행성으로, 이번 결과를 지구형 행성의 대기 해석에 곧바로 일반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물리·계측과학 · BESSY II (HZB·NIST)
유럽 첫 ‘초전도 X-선 분광계’ 가동 — 미세 신호를 1,000배 더 또렷이
지금까지 ‘너무 약해서 보이지 않던’ 미세한 X-선 신호를 100~1,000배 높은 효율로 검출하는 초전도(超傳導) 분광계가, 독일의 방사광(放射光) 시설 ‘BESSY II’에서 유럽 최초로 가동에 들어갔다. 독일 헬름홀츠베를린연구소(HZB)와 막스플랑크화학에너지전환연구소(MPI-CEC),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공동 개발한 이 장치는, 248개의 ‘전이단(轉移端) 센서(TES·Transition-Edge Sensor)’ 배열을 이용해 X-선 광자(光子) 하나하나를 종래의 파장분산형 분광계보다 100~1,000배 효율적으로 포착한다. 핵심 원리는 ‘초전도와 상전도의 경계’에 놓인 센서에 광자가 부딪히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올라 초전도 상태가 깨지고, 그에 따른 전기저항의 미세한 변화를 ‘초전도 양자간섭소자(SQUID)’ 회로로 읽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센서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25밀리켈빈(mK) 이하로 냉각되며, 헬륨-3·헬륨-4 희석 냉동기가 동원된다. 연구진은 이 장치로 원자 한두 층 두께의 박막, 나노 구조, 극도로 희박한 원자·분자 시료의 전자 구조를 분석할 계획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가동의 핵심은, ‘무엇을 측정하느냐’만큼이나 ‘얼마나 약한 신호까지 읽어 내느냐’가 과학 발견의 한계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는 데 있다. 검출 효율이 100~1,000배 높아진다는 것은, 종래에는 신호가 묻혀 분석이 불가능하던 ‘극미량 시료’나 ‘원자층 수준의 박막’의 전자 상태까지 관측 범위로 들어옴을 뜻한다. 이는 차세대 배터리·촉매·반도체 소재의 ‘작동 원리’를 원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직접적 도구가 되며, 신소재 개발의 ‘눈’을 한층 예리하게 벼린다. 특히 이 장치가 ‘초전도’ 현상을 검출 원리로 삼는다는 점은, 직전 호(제176호)의 ‘표면 조각 초전도’ 및 본 호 컴퓨팅 섹션의 ‘양자 네트워크’와 더불어, 초전도가 에너지·계측·양자기술을 가로지르는 핵심 기반임을 거듭 확인시킨다. 다만 극저온 냉각이 필수인 만큼, 장치의 운용 비용과 접근성은 보급 확대의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