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 컴퓨팅 · IT산업 · 인공지능

IT·AI·컴퓨팅 데일리

The Daily Technology Briefing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제172호 · Vol. 2026 조간 · 기술정보 종합판
오늘의 헤드라인

정밀해지는 과학, 갈라서는 공급망, 국가가 손대는 인공지능 — ‘더 정확하게, 더 가까이, 그리고 더 통제 속으로’

오늘의 기술 지형은 ‘한계를 다시 재는’ 과학과 ‘경계를 다시 긋는’ 공급망, 그리고 ‘국가의 손이 닿기 시작한’ 인공지능으로 압축된다. 먼저 기초과학은 ‘물질·면역·재생의 한계를 다시 정의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중국·미국·호주 공동 연구진은 세 가지 결정구조가 한 몸으로 얽힌 ‘삼상(三相) 나노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내 압축항복강도 2기가파스칼(GPa)을 넘긴 초고강도 합금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보고했고, 또 다른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에 ‘키메라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다양한 변이를 무력화하는 ‘광범위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설계도’를 찾아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의 오랜 난제에 실마리를 제시했다. 자가(自家) 줄기세포 이식으로 중증 자가면역질환을 15년간 재발 없이 관해(寬解)시킨 장기 추적 결과(네이처)와, 종(種)의 벽을 넘어 세포를 이식해 ‘동물은 어떻게 출현했는가’를 되짚은 연구(네이처)도 함께 주목받았다. 둘째, 연산의 토대에서는 ‘정밀과 재편’이 동시에 진행됐다. 콴티넘(Quantinuum)은 98큐비트(qubit) 트랩이온 양자컴퓨터 ‘헬리오스(Helios)’를 ‘네이처(Nature)’에 게재하며 ‘규모를 키우면서도 정밀도를 지킬 수 있음’을 입증했고, SK하이닉스는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E’ 12단 샘플을 예정보다 앞당겨 출하해 삼성전자와 차세대 경쟁에 들어갔으며, 인텔은 ‘18A-P’ 공정을 리스크 양산에 넣고 대만 UMC와 손잡았고, TSMC의 생산능력 포화로 AMD·구글·테슬라가 삼성 파운드리로 발길을 돌리는 ‘공급망 재편’이 가시화됐다. 셋째, 산업과 인공지능에서는 ‘비용’과 ‘통제’가 전면에 떠올랐다. 애플은 인공지능발(發) 메모리 수요 폭증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빗대며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고, 퀄컴은 인공지능 칩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를 최대 100억 달러에 사들이려 하며, 유럽연합(EU)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의 클라우드를 반독점 잣대로 정조준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상위 모델 ‘미토스(Mythos)·페이블(Fable)’의 해외 접근을 전면 차단하면서, 인공지능이 ‘수출통제’라는 국가 안보의 영역으로 들어섰음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구글 딥마인드의 의료 인공지능 ‘AMIE’는 질병의 ‘진단’을 넘어 ‘관리’에서도 일차진료의에 비열등하다는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해, 인공지능이 전문 영역으로 더 깊이 파고드는 흐름을 이어 갔다.
01
기초 과학 논문
Basic Sciences
재료·소재 · Science

세 결정구조가 한 몸으로 — ‘삼상(三相) 나노구조’ 합금, 압축항복강도 2GPa 돌파

금속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데 ‘나노 단위의 미세 조직’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으나, 이를 큰 덩어리(벌크)로 안정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은 오랜 난제였다. 중국 충칭(重慶)대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호주 모나시대 등 공동 연구진은, 여러 금속을 거의 같은 비율로 섞은 ‘굴절성(고융점) 고엔트로피 합금(refractory high-entropy alloy)’ 안에서 세 가지 흔한 결정구조—면심입방(FCC)·체심입방(BCC)·조밀육방(HCP)—가 완벽히 ‘정합(整合·coherent)’하게 얽힌 ‘삼상(三相) 나노구조’가 스스로 형성되는 현상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보고하였다. ‘고엔트로피 합금’이란 한두 가지 주(主)금속에 소량을 첨가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5종 안팎의 원소를 비슷한 비율로 섞어 만든 신소재를 가리킨다. 연구진은 고체 상태에서 일어나는 ‘상(相) 분리’와 ‘변형(strain)’이 맞물려 이 같은 나노 조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규명하였으며, 이렇게 얻은 합금은 압축항복강도가 2기가파스칼(GPa)을 넘으면서도 열적(熱的) 안정성을 유지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성분이 복잡한 합금에서 변형이 유도하는 상 변태(變態) 경로를 설계’함으로써, 나노 단위의 초강도 구조를 ‘대량·벌크’로 빚어내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결정구조가 ‘완전 정합’으로 결합하면 계면(界面)에서의 결함이 줄어 강도와 안정성이 동시에 높아지는데, 연구진은 이를 큰 원자 크기 차이에도 불구하고 달성하였다. 항공우주·발전 터빈·국방 등 ‘극한 환경’에서 쓰이는 초고강도·고융점 소재의 설계 원리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실험실 합성을 산업적 양산 공정으로 옮기는 데에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의학·면역 · Science

HIV 백신 ‘청사진’ — 키메라 바이러스로 ‘광범위 중화항체’ 유도 단서

변이가 극심해 백신 개발이 가장 어려운 병원체로 꼽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해, 다양한 변이를 한꺼번에 무력화하는 ‘광범위 중화항체(broadly neutralizing antibody)’를 유도하는 ‘설계도(blueprint)’가 제시되었다.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6월 18일 자에 실린 보고에 따르면,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rhesus macaque)에게 인공적으로 조합한 ‘키메라(chimeric)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통해, 면역계가 ‘광범위 중화항체’를 만들어 내도록 이끄는 ‘조건의 조합(recipe)’을 찾아냈다. ‘중화항체’란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무력화하는 항체이며, ‘광범위’란 특정 변이뿐 아니라 여러 변종에 두루 통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일부 감염자에게서 자연적으로 이런 항체가 만들어지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백신·면역 전략으로 ‘재현 가능하게’ 유도하는 방법은 분명치 않았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그동안 ‘우연히’ 관찰되던 광범위 중화항체의 형성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경로’를 동물 실험에서 밝혀, HIV 백신 설계의 ‘방향타’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HIV 백신이 40년 가까이 좌초해 온 가장 큰 이유가 ‘끊임없는 변이’였던 만큼, ‘변하지 않는 공통 표적’을 겨냥하는 항체를 유도할 수 있다면 백신 전략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다만 이는 영장류 실험 단계로, 사람에게서의 안전성·효능·재현성 검증이라는 긴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면역계를 원하는 방향으로 학습시키는’ 원리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본 호 ‘줄기세포 면역 재설정’ 연구와 함께 ‘면역을 다스리는 의학’의 진전을 보여 준다.

의학·면역 · Nature

줄기세포로 중증 자가면역질환 ‘15년 관해’ — 면역계 ‘재부팅’의 장기 효과

스스로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피를 만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한 뒤 15년간 재발 없이 관해(寬解·증상이 사라진 상태)가 유지된 장기 추적 결과가 보고되었다.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6월 19일 전한 내용에 따르면, 중증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autologous HSCT)’을 시행한 일부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10년 이상, 길게는 15년까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치료법은 환자의 줄기세포를 미리 채취해 둔 뒤, 잘못 학습돼 자기 몸을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강한 처치로 ‘초기화’하고, 보관해 둔 줄기세포를 다시 주입해 면역계를 ‘재구성(재부팅)’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단기 효과는 보고됐으나,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지속성이 확인된 것은 이례적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결과의 핵심은, 자가면역질환을 ‘증상 억제’가 아니라 ‘면역계 자체의 재설정’으로 다스릴 수 있으며 그 효과가 ‘오래간다’는 점을 장기 데이터로 입증했다는 데 있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기존 치료와 달리, ‘근본적 관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면역계를 강하게 초기화하는 과정은 감염·부작용 위험을 동반하므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고 ‘누가, 언제’ 이 치료의 이득을 볼지 가려내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본 호 ‘HIV 광범위 중화항체’ 연구와 더불어, ‘면역을 끄고 켜고 다시 학습시키는’ 의학의 흐름을 보여 준다.

진화·발생생물학 · Nature

‘생명의 나무’를 가로지른 세포 이식 — 동물은 어떻게 출현했나

단세포 생물이 어떻게 ‘여러 세포가 협력하는 동물’로 진화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종(種)의 경계를 넘어선 세포 이식 실험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제시되었다.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6월 18일 소개한 바에 따르면, 연구진은 진화적으로 멀리 떨어진 생물들 사이에 세포를 옮겨 심는 ‘이종(異種) 세포 이식’을 통해, 서로 다른 생명체의 세포가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고 조직을 이루는지를 관찰하였다. 이는 약 6억 년 전 ‘다세포 동물(후생동물)’이 출현하던 시점에 어떤 분자적·세포적 조건이 갖춰져야 했는지를 실험적으로 되짚으려는 시도다.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란 모든 생물의 진화적 유연관계를 나뭇가지 모양으로 나타낸 계통도를 가리킨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동물의 기원’이라는 진화의 근본 물음을 ‘화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세포의 실험’으로 탐구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종의 세포가 함께 놓였을 때 ‘협력’이 가능한지를 봄으로써,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최소 조건’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발생생물학·진화생물학뿐 아니라, 인공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내는 ‘합성생물학’과 재생의학에도 기초 통찰을 제공한다. 다만 현대 생물의 세포로 과거를 재현하는 데에는 본질적 한계가 있어, 결과 해석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본 호의 ‘잊힌 능력을 되살리는’ 의학 연구들과 함께, 생명의 근본 원리를 ‘재현’으로 묻는 기초과학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02
컴퓨팅 · 반도체
Computing & Semiconductors
해외 · 양자컴퓨팅 · Nature

콴티넘 ‘헬리오스’ 98큐비트, 네이처 게재 — ‘전(全)연결 + 99.9%대 정밀도’ 입증

양자컴퓨터를 ‘더 크게 키우면서도 정확도를 잃지 않는’ 것이 가능함을 보인 성과가 최고 권위지에 실렸다. 양자컴퓨팅 기업 콴티넘(Quantinuum)은 98큐비트(qubit·양자정보 최소단위) 규모의 트랩이온(trapped-ion·이온 포획) 양자컴퓨터 ‘헬리오스(Helios)’의 성능을 학술지 ‘네이처(Nature)’ 6월 17일 자에 발표하였다. 헬리오스는 이온을 가둬 큐비트로 쓰는 ‘양자전하결합소자(QCCD)’ 구조에 ‘회전형 이온 저장 고리’를 더해 모든 큐비트가 서로 직접 연결되는 ‘전(全)연결(all-to-all)’을 구현하였다. 측정된 오류율은 단일큐비트 연산 99.9975%, 2큐비트 연산 99.921%, 상태준비·측정(SPAM) 99.967%의 충실도(fidelity)에 해당해, 양자 하드웨어로서는 최고 수준이다. 연구진은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Sandia)와 함께 성능을 검증하였으며, 헬리오스가 ‘무작위 회로 표본추출(RCS)’에서 고전 슈퍼컴퓨터로는 사실상 모사(模寫)가 불가능한 영역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기술적 의미

이번 결과의 핵심은, 양자컴퓨팅의 오랜 딜레마인 ‘큐비트 수를 늘리면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벽을, ‘규모를 키우면서도 99.9%대 충실도를 유지’함으로써 넘어섰다는 점이다. ‘전연결’ 구조는 임의의 두 큐비트를 곧바로 얽을 수 있어 알고리즘 구현이 유연해진다. 직전 호에서 다룬 아톰컴퓨팅·뉴퀀텀의 ‘양자컴 네트워킹 동맹’이 ‘여러 대를 잇는’ 확장 전략이었다면, 헬리오스는 ‘한 대의 성능과 정밀도’를 끌어올린 정공법으로, 양자 ‘우위(advantage)’의 실증에 한 발 다가섰다. 다만 98큐비트는 실용적 오류정정에 필요한 규모에는 아직 못 미치며, ‘논리 큐비트’로의 확장과 응용 알고리즘 확보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국내 · 메모리

SK하이닉스, 12단 ‘HBM4E’ 샘플 조기 출하 — 삼성과 7세대 메모리 격돌

인공지능(AI)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6세대 ‘HBM4’를 넘어 7세대 ‘HBM4E’ 샘플 단계로 빠르게 전진했다. SK하이닉스는 6월 18일 차세대 D램인 ‘HBM4E’ 12단 적층(12-high)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밝혔다. 이번 샘플은 핀당 최대 16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기존 대비 20% 이상 향상된 전력효율을 갖추고,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으로 12단에서 48GB 용량을 구현했으며, 발열 저항(방열 성능)도 HBM4 대비 17% 개선됐다. 출하 시점은 회사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하반기’ 일정보다 앞당겨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5월 29일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대역폭 약 3.6TB/s)을 출하하며 선수를 쳤다. HBM4E는 2027년 출시가 예상되는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전망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국면의 핵심은, 직전 호에서 다룬 ‘HBM4 양산’ 경쟁이 곧바로 ‘HBM4E 샘플’ 경쟁으로 이어지며, 메모리 두 강자가 ‘세대 전환의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AI 칩의 성능은 연산장치(GPU)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많이 데이터를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어, HBM은 사실상 AI 가속기의 ‘심장 박동’을 결정한다. 삼성이 ‘업계 최초 샘플’로 기선을 잡았다면, SK하이닉스는 ‘예정보다 빠른 출하’로 추격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차세대 GPU 일정에 맞춰 ‘수율과 신뢰성’을 먼저 안정시키는 쪽이 2027년 시장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본 호 IT산업 섹션의 ‘애플 메모리 가격 인상’과 맞물려, 한국 메모리 산업이 AI 공급망의 ‘길목’이자 ‘가격 변수’의 중심에 있음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해외 · 파운드리

인텔 ‘18A-P’ 리스크 양산 진입 — 대만 UMC와 협력해 TSMC에 도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인텔(Intel)의 행보가 ‘공정 양산’ 단계로 들어섰다. 인텔은 자사 최첨단 공정 ‘18A’의 성능 강화판인 ‘18A-P’를 ‘리스크 양산(risk production·양산 직전 시험생산)’에 넣었다고 밝혔다. 18A-P는 기존 18A와 설계 규칙이 호환되는 ‘드롭인(drop-in)’ 업그레이드로, 같은 전력에서 성능 약 9% 향상 또는 같은 성능에서 전력 약 18% 절감을 제공하고 열저항을 크게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이 공정에 애플·구글 등 잠재 고객의 관심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시에 대만 파운드리 UMC와 12nm 및 3nm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해 시장 1위 TSMC에 도전장을 냈다. ‘리스크 양산’이란 대량 생산에 앞서 수율과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생산하는 단계를 가리킨다.

기술적 의미

이번 행보의 핵심은, 인텔이 ‘자체 칩 제조사’를 넘어 ‘남의 칩을 대신 만들어 주는 파운드리’로서 TSMC·삼성과 정면 경쟁할 채비를 갖췄다는 점이다. 18A-P가 ‘기존 설계를 그대로 쓰면서 성능을 높이는’ 호환형이라는 점은, 고객사가 갈아타는 비용·위험을 낮춰 ‘수주 경쟁력’을 키운다. UMC와의 협력은 인텔이 약점이던 ‘성숙 공정(legacy node)’ 라인업까지 메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본 호 다음 기사(‘TSMC 포화→삼성 반사이익’)와 함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 자체가 국가·기업 경쟁의 핵심 자산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리스크 양산’과 ‘대량 양산·수율 안정’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어, 실제 고객 확보는 검증을 거쳐야 한다.

국내·해외 · 공급망

TSMC 생산능력 포화…AMD·구글·테슬라 ‘삼성 파운드리’로 발길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주요 고객들이 2위 삼성전자로 물량을 분산하는 ‘공급망 재편’이 가시화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TSMC의 3nm·2nm 등 최첨단 라인은 엔비디아·애플·AMD·브로드컴 등의 주문으로 2028년까지 사실상 ‘완전 예약’ 상태이며, 이에 AMD·구글·테슬라·그록(Groq)·BYD 등이 삼성 파운드리와 차세대 칩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 구글은 차세대 ‘액시온(Axion)’ 중앙처리장치(CPU)와 인공지능용 텐서처리장치(TPU) 일부를, AMD는 2028년부터의 CPU를, 테슬라는 차세대 ‘AI6’ 칩을 삼성 텍사스 공장에서 만드는 방안을 검토·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TSMC는 미국 어드밴스드 패키징 업체 앰코(Amkor)와 애리조나에서 10년에 걸친 첨단 패키징 협력을 맺으며 공급망을 강화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재편의 핵심은, ‘첨단 칩 제조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병목’이 현실화하면서, 그동안 수율 열세로 고전하던 삼성 파운드리에 ‘반사이익’이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사들이 한 곳에 의존하기보다 ‘이중 공급망(dual-sourcing)’을 택하는 것은, 공급 안정성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자 삼성에는 점유율 회복의 기회다. 다만 이는 ‘삼성의 기술 추월’이 아니라 ‘TSMC의 포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므로, 삼성이 수율·신뢰성을 끌어올려 ‘지속적 수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본 호 인텔 ‘18A-P’ 기사와 함께, AI 시대의 승부가 설계뿐 아니라 ‘만들 수 있는 능력’에서 갈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03
IT 산업
IT Industry
해외 · 반도체·소비자

애플, 메모리 ‘100년 만의 홍수’에 가격 인상 불가피 — 팀 쿡 “피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發) 메모리 수요 폭증이 마침내 소비자 가격으로 번졌다. 애플(Apple) 최고경영자(CEO) 팀 쿡(Tim Cook)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메모리·저장장치 칩의 가격 급등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피할 수 없다(unavoidable)”고 밝히며, 현 상황을 “1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에 비유하였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300% 넘게 올랐으며, 애플이 현재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오는 9월 공개 예정인 ‘아이폰18 프로’ 가격을 약 270달러 올려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근본 원인은 인공지능 서버 수요다. 전 세계 D램의 약 95%를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마진이 높은 AI 데이터센터용으로 첨단 메모리를 우선 배정하면서, 소비자 기기용 물량이 부족해졌다. 쿡 CEO는 “40여 년간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언급하였으며, 그는 오는 9월 1일 CEO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사안의 핵심은, 직전 호에서 ‘소비자 전자제품 칩 부족’으로 다룬 ‘구축효과(crowding-out)’가 애플이라는 대표 기업의 ‘가격 인상’으로 구체화됐다는 점이다. AI 호황의 비용이 마침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시작했음을 상징한다. 동시에 이는 본 호 컴퓨팅 섹션의 ‘HBM4E 경쟁’과 동전의 양면으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고마진 AI 메모리’로 수혜를 누리는 반면, 같은 자원 배분이 소비자 기기 가격을 끌어올리는 ‘파급’을 낳는다. 메모리 가격은 전형적인 ‘주기(cycle)’ 산업이어서 증설이 수요를 따라잡으면 진정될 수 있으나, AI 수요의 강도가 이례적이어서 ‘부족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 · M&A

퀄컴, AI칩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최대 100억 달러 인수 추진 — RISC-V 승부수

스마트폰 칩 강자 퀄컴(Qualcomm)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위해 대형 인수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6월 16일 AI 칩 설계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를 80억~100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텐스토렌트는 전설적 칩 설계자 짐 켈러(Jim Keller)가 2016년 설립한 회사로, 개방형 명령어집합(ISA)인 ‘RISC-V’ 기반의 효율적인 AI 칩을 설계하며 엔비디아(NVIDIA)에 맞서 왔다. ‘RISC-V’란 사용료(라이선스) 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개방형 프로세서 설계 표준으로,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퀄컴은 최근 자체 AI 데이터센터용 가속기와 서버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스마트폰 너머’의 신성장 동력을 모색해 왔다. 다만 양사는 보도에 공식 확인을 하지 않았으며,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적 의미

이번 인수 추진의 핵심은, 퀄컴이 ‘모바일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라는 고성장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RISC-V’라는 개방형 카드를 택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폐쇄적 생태계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개방형 설계’는 고객이 직접 칩을 맞춤화하려는 빅테크에 매력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짐 켈러라는 ‘설계 거장’의 인력·기술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인재 인수(acqui-hire)’ 성격도 짙다. 본 호 인텔·삼성의 파운드리 경쟁과 함께, AI 칩 시장이 ‘설계(아키텍처)–제조(파운드리)–메모리’ 전 영역에서 합종연횡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대형 인수는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해외 · 규제·클라우드

EU, MS·아마존 클라우드 ‘반독점 정조준’ — 디지털시장법 적용 검토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의 클라우드 지배력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Azure)’와 아마존의 ‘AWS’가 EU의 강력한 디지털 경쟁 규범인 ‘디지털시장법(DMA)’의 규제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6월 중 예비 판단을 내놓을 전망이다. ‘디지털시장법’은 시장 지배적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EU의 핵심 법안이다. 집행위는 AWS·애저에 대한 시장조사를 2026년 11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며, 구글 클라우드는 EU 내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일단 조사 대상에서 비켜난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성장 둔화와 ‘코파일럿(Copilot)’ 채택률에 관해 투자자를 오도했다는 주주들의 집단소송에도 직면한 상태다.

기술적 의미

이번 조사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의 토대인 ‘클라우드 인프라’가 규제의 전면에 올랐다는 점이다. AI 모델의 학습·서비스는 대부분 소수 빅테크의 클라우드 위에서 이뤄지므로, 클라우드 지배력은 곧 ‘AI 생태계의 길목’을 의미한다. EU가 DMA로 ‘게이트키퍼’ 규제를 클라우드에 확대하면, 데이터 이동·상호운용·끼워팔기 등에서 의무가 부과돼 시장 구조가 바뀔 수 있다. 본 호 컴퓨팅·AI 섹션의 ‘미국의 AI 수출통제’와 더불어, 인공지능을 둘러싼 ‘규제 주권’ 경쟁이 미국·유럽·중국에서 동시다발로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규제와 혁신의 균형, 역외(域外) 적용의 실효성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는다.

해외 · 소비자 하드웨어·AI

구글, 99달러 ‘제미나이 홈 스피커’ 공개 — 안드로이드 17·데이터센터 확장도

구글(Google)이 자사 인공지능(AI) ‘제미나이(Gemini)’를 거실로 들이는 보급형 기기를 내놨다. 구글은 6월 17일 ‘제미나이 포 홈(Gemini for Home)’ 음성비서를 위해 설계된 첫 기기 ‘구글 홈 스피커(Google Home Speaker)’를 99.99달러에 공개했으며, 6월 25일부터 한국을 제외한 미국·캐나다·유럽·일본 등에서 판매한다. 새 스피커는 ‘여러 단계의 자연스러운 대화’, ‘한 문장에 담긴 복수 명령 처리’, ‘말하던 도중의 수정’ 등 논리적 추론이 강화된 제미나이를 탑재하고, 360도 균일 음향과 기존 ‘네스트 미니’ 대비 2.5배 강한 저음을 제공한다. 구글은 같은 시기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17(Android 17)’과 ‘6월 픽셀 드롭(신기능 묶음 업데이트)’을 내놓고, 미국 앨라배마주 데이터센터에 1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기술적 의미

이번 출시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스마트폰·검색’을 넘어 ‘집 안의 음성 인터페이스’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 ‘제미나이 전용’ 보급형 스피커를 99달러에 내놓은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일상 기기로 ‘대중화’해 생태계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드웨어(스피커)–운영체제(안드로이드 17)–인프라(데이터센터)를 동시에 강화하는 ‘수직 통합’은, 직전 호에서 다룬 ‘소프트뱅크 데이터센터’와 같은 흐름으로, AI 경쟁이 ‘모델 성능’만이 아니라 ‘기기·생태계·전력’을 아우르는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가정 내 상시 음성 기기의 확산은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활용’이라는 과제를 함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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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 머신러닝
AI & Machine Learning
해외 · AI 거버넌스

美, 앤트로픽 최상위 모델 ‘미토스·페이블’ 수출 차단 — 동맹까지 흔들려

인공지능(AI)이 ‘수출통제’라는 국가 안보의 영역으로 본격 진입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가장 강력한 모델인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대해 자국민이 아닌 모든 ‘외국인(foreign national)’의 접근을 중단하라는 수출통제 명령을 내렸고, 앤트로픽은 6월 중순 두 모델을 비활성화했다. ‘미토스급(Mythos-class)’으로 불리는 이들 모델은 기존 최상위 ‘오퍼스(Opus)급’을 능가하는 성능을 표방하며, 특히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탈옥(jailbreak·안전장치 우회)’ 위험을 표면적 이유로 들었으나, 외신들은 이번 조치의 배경에 앤트로픽이 자사 모델의 ‘완전 자율 무기’ 사용을 거부한 데 따른 갈등이 있다고 전했다. 조치 이후 서비스 중단과 혼선이 빚어졌고, 프랑스·영국 등 동맹국 사이에서도 ‘우려’가 제기돼 주요 7개국(G7) 차원의 파장으로 번졌다.

기술적 의미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인공지능 모델이 ‘반도체’처럼 ‘수출통제 품목’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첨단 모델이 사이버 공격·무기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의 규제로 옮겨진 것으로, ‘소프트웨어인 AI를 어떻게 국경에서 통제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난제를 던진다. 자국민이 아닌 직원·연구자·해외 이용자의 접근까지 차단되면서, 글로벌 협업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직접 타격을 받고, 유럽에서는 ‘주권 AI(sovereign AI)’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본 호 IT산업 섹션의 ‘EU 클라우드 규제’와 함께, 인공지능이 ‘기술’을 넘어 ‘안보·외교’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음을 보여 준다. 다만 ‘소프트웨어 수출통제’의 법적 근거와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외 · 의료 AI · Nature

구글 딥마인드 ‘AMIE’, 질병 ‘관리’까지 — 일차진료의에 비열등(네이처)

인공지능(AI)이 의료에서 ‘진단’을 넘어 ‘지속적 관리’로 역할을 넓혔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구글 리서치 연구진은 대화형 의료 AI ‘AMIE(Articulate Medical Intelligence Explorer)’를 ‘다회 방문(multi-visit) 질병 관리’에 맞춰 고도화한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Nature)’ 6월 17일 자에 발표하였다. AMIE는 거대언어모델 ‘제미나이(Gemini)’의 긴 맥락 처리 능력에, 최신 임상 진료지침과 약물 처방집을 실시간으로 끌어와 추론에 반영하는 구조를 갖췄다. 연구진은 영국 NICE 지침 등을 반영한 100건의 다회 방문 가상 시나리오로 ‘무작위·맹검(blinded)’ 가상 임상시험(OSCE)을 진행해 21명의 일차진료의(PCP)와 비교했고, AMIE가 ‘관리 추론(management reasoning)’에서 일차진료의에 비열등(non-inferior)했으며 치료·검사 계획의 정밀성과 진료지침 부합도에서는 더 우수했다고 밝혔다. 약물 추론을 평가하는 별도 벤치마크 ‘RxQA’도 함께 개발됐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의료 인공지능의 평가 기준이 ‘한 번의 진단 정확도’에서 ‘여러 차례 진료를 이어 가며 환자를 관리하는 능력’으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실제 진료는 ‘진단’보다 ‘경과 추적·약물 조정·부작용 관리’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이 영역에서 ‘일차진료의에 비열등’하다는 결과는 의미가 작지 않다. 진료지침·약물집을 실시간으로 참조해 ‘근거에 기반한’ 답을 내도록 설계한 점은, 거대언어모델의 고질적 약점인 ‘그럴듯한 오답(환각)’을 줄이려는 시도다. 직전 호 ‘ChatGPT 헬스’가 ‘건강 정보 상담’이었다면, AMIE는 ‘임상 의사결정’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다만 이는 ‘가상 임상시험’ 단계로, 실제 진료 현장 적용에는 안전성·책임소재·규제 검증이 필요하다.

해외 · AI 산업·재무

오픈AI, 1분기 대규모 적자·성장 정체 — 국방부 계약 논란까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대중화한 오픈AI(OpenAI)가 ‘성장’과 ‘적자’의 무게를 동시에 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2026년 1분기에 약 5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조정 영업이익률은 −122%로, 1달러를 벌 때마다 1.22달러를 잃은 셈으로 분석됐다. 일부 매체는 회사가 1분기에만 37억 달러를 소진했으며 2026년 연간으로는 140억 달러대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챗GPT(ChatGPT)’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가고 성장세가 정체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오픈AI가 국방부(펜타곤)와 맺은 대규모 계약(군 인력 대상 챗GPT 도입)을 두고 이용자들의 반발(‘#QuitGPT’)이 일며 구독 해지가 잇따랐고, 일부 이용자가 경쟁 서비스로 이동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다만 이는 유출 문서·외부 추정에 근거한 내용으로, 오픈AI의 공식 확인을 거친 수치는 아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사안의 핵심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외형 성장’ 이면에 ‘막대한 비용 구조’가 자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첨단 모델의 학습·운영에는 천문학적 연산·전력 비용이 들어가며, 이는 본 호 컴퓨팅·IT산업 섹션의 ‘HBM4E·데이터센터·메모리 가격’ 기사들과 직접 맞닿는다. 점유율 하락은 디프싱크(DeepSeek) 등 저가 경쟁자의 부상과 앤트로픽 등으로의 이용자 분산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 계약’ 논란은 AI 기업이 ‘안보·국가’와 가까워질수록 마주하는 ‘신뢰의 비용’을 보여 준다. 본 호 ‘앤트로픽 수출 차단’과 함께, 선두 AI 기업들이 ‘수익성·신뢰·규제’라는 현실의 시험대에 동시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해외 · AI 경쟁

xAI ‘그록’, MS 워드·엑셀·파워포인트 침투 — ‘코파일럿’과 정면승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자사 모델 ‘그록(Grok)’을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한복판에 심었다. xAI는 6월 16일 그록을 워드(Word)·엑셀(Excel)·파워포인트(PowerPoint)에 연결하는 추가기능(add-in)을 공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365(M365) 구독자라면 별도 비용 없이 쓸 수 있다. 그록은 워드에서 초안 작성·재작성·요약·어조 조정을, 엑셀에서 데이터 분석·수식 제안·피벗테이블 생성을, 파워포인트에서는 ‘한 줄 지시’로 여러 장의 발표 자료를 통째로 만들어 내는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옛 트위터(X)의 실시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자체 AI 비서 ‘코파일럿(Copilot)’과 같은 사무실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다. 한편 xAI는 그록을 아마존 ‘베드록(Bedrock)’ 등으로도 확대했으며, 머스크가 오픈AI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 소송은 최근 법원에서 기각됐다.

기술적 의미

이번 행보의 핵심은, 인공지능 경쟁의 무대가 ‘별도 챗봇 앱’에서 ‘사람들이 매일 쓰는 업무 소프트웨어 내부’로 옮겨 가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텃밭인 오피스 안에 경쟁사 AI가 ‘무료 추가기능’으로 들어온 것은, 플랫폼 종속을 흔드는 ‘침투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직전 호 ‘네이버 AI 검색’이 ‘검색’이라는 일상에 AI를 결합한 사례였다면, 그록의 오피스 진입은 ‘문서 작업’이라는 또 다른 일상으로의 확장이다. 이용자에게는 ‘코파일럿 대(對) 그록’의 선택지가 생겨 경쟁이 촉진되는 한편, 기업으로서는 ‘데이터가 어느 AI로 흘러가는가’라는 보안·거버넌스 과제가 커진다. AI 보조도구의 ‘기본 탑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종합 평가

정밀해지는 과학, 갈라서는 공급망, 그리고 ‘국가의 손’이 닿은 인공지능

오늘의 동향을 관통하는 첫 번째 흐름은 ‘한계를 다시 재는 과학’이다. 기초과학은 물질·면역·재생의 경계를 한 단계씩 밀어냈다. 세 가지 결정구조가 한 몸으로 얽힌 ‘삼상 나노구조’ 합금은 압축항복강도 2GPa를 넘기며 ‘나노 강도를 벌크로 빚는’ 길을 열었고, 붉은털원숭이 키메라 바이러스 실험은 변이를 가리지 않는 HIV ‘광범위 중화항체’의 설계도를 제시했다. 자가 줄기세포 이식으로 중증 자가면역질환을 15년간 관해시킨 장기 추적과, 종의 벽을 넘은 세포 이식으로 ‘동물의 기원’을 되짚은 연구는, 면역과 발생의 근본 원리를 ‘재현 가능한 지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측정하기 어렵던 것을 정밀하게 재고, 닫혀 있던 가능성을 다시 여는 과학의 진전이 두드러졌다.

두 번째 흐름은 ‘정밀과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연산의 토대’다. 콴티넘 ‘헬리오스’는 98큐비트 규모에서도 99.9%대 정밀도를 지켜 양자컴퓨팅의 오랜 딜레마에 답했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4E’ 샘플로 7세대 메모리의 속도전에 들어갔다. 그 사이 첨단 ‘제조 능력’의 희소성이 공급망을 다시 갈랐다. 인텔은 ‘18A-P’와 UMC 협력으로 파운드리 복귀를 노리고, TSMC의 생산능력 포화는 AMD·구글·테슬라를 삼성 파운드리로 이끌었다. 무엇을 ‘설계’하느냐만큼 ‘누가, 어디서,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가 경쟁의 축으로 떠올랐으며, 그 길목에서 한국의 메모리·파운드리가 다시 중심에 섰다.

세 번째 흐름은 ‘비용과 통제를 마주한 인공지능’이다. 애플은 AI발 메모리 대란을 ‘100년 만의 홍수’로 부르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오픈AI의 대규모 적자는 AI 호황의 ‘청구서’를 드러냈다. 동시에 미국이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미토스·페이블’ 수출을 차단하면서, 인공지능은 반도체처럼 ‘국가가 통제하는 전략 물자’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고, EU의 클라우드 반독점 조사까지 더해 ‘규제 주권’ 경쟁이 전선을 넓혔다. 그럼에도 구글 딥마인드 ‘AMIE’가 질병 ‘관리’에서 일차진료의에 비열등함을 보이고, xAI ‘그록’이 사무용 소프트웨어 안으로 파고든 데서 보듯, 인공지능은 전문 영역과 일상으로 동시에 깊어지고 있다. 향후 주목할 변수는 첫째, ‘통제 대 자급·확산’의 긴장 속에서 한국의 메모리·파운드리가 공급망의 길목을 어떻게 지킬지, 둘째, 양자컴퓨팅과 재생·면역 연구가 실험실을 넘어 ‘검증된 응용’으로 이어질지, 셋째, 의료·업무로 깊어지는 인공지능이 ‘정확성·책임·프라이버시’라는 신뢰의 조건을 충족할지다. 과학이 한계를 다시 재고 산업이 경계를 다시 긋는 사이, ‘얼마나 정밀하고, 얼마나 책임 있게’라는 물음이 모든 영역의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