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 컴퓨팅 · IT산업 · 인공지능

IT·AI·컴퓨팅 데일리

The Daily Technology Briefing
2026년 6월 19일 금요일 제170호 · Vol. 2026 조간 · 기술정보 종합판
오늘의 헤드라인

‘숨은 구조’를 드러내는 과학, ‘연산의 토대’를 다변화하는 기술 — 한국이 쥔 공급망 길목과, 형태·역할을 넓히는 인공지능

오늘의 기술 지형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는’ 과학과 ‘토대를 다변화하는’ 기술, 그리고 ‘형태와 일상으로 영역을 넓히는’ 인공지능으로 요약된다. 먼저 기초과학은 그동안 측정·계산하기 어려웠던 ‘숨은 구조’를 정량화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독일 연구진은 새 떼·세균처럼 ‘뉴턴의 작용·반작용 법칙’을 위배하는 듯 보이는 비(非)상호적 상호작용을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새 이론을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제시했고, 국제 연구진은 지하 균근(菌根) 곰팡이망의 첫 세계 지도를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해 그 총길이를 약 11경(京) km(태양까지 거리의 약 10억 배)로 추산했으며, 덴마크 연구진은 ‘영원한 화학물질’ PFAS를 분해하는 숨은 주역이 ‘수소 라디칼’임을 규명했고,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궁수자리 A*’에서 부는 바람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둘째, 연산의 토대에서는 ‘경쟁·개방·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인텔은 차세대 ‘18A-P’ 공정을 리스크 생산에 투입해 대만 TSMC의 2나노미터(N2)와 정면으로 맞붙고,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구축에 나섰으며, 완전 개방형 ‘RISC-V’ 그래픽처리장치(GPU) ‘볼텍스 3.0’이 공개되고, 초박막 초전도체를 ‘기판 나노공학’으로 끌어올린 연구가 발표됐다. 셋째, 산업과 인공지능은 ‘공급망 장악’과 ‘형태·일상의 확장’으로 무게를 옮겼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4세대 뇌이식칩을 수주하고 구글 텐서처리장치(TPU)·머스크 인공지능(AI) 칩 등 빅테크 위탁생산을 넓혔으며,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8000억 원 규모의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국책사업을 본격화했다. 아울러 구글 딥마인드는 글자를 한 번에 ‘펼쳐내는’ 첫 오픈웨이트 ‘확산형(diffusion) 텍스트 모델’ 디퓨전젬마를 공개했고, 인공지능이 수학·물리 ‘발견’의 방식을 바꾸는 흐름이 ‘네이처’ 특집으로 정리됐으며, 애플은 개발자대회(WWDC)에서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품은 ‘시리 AI’를 전면 개편해, 인공지능이 ‘아키텍처·과학·일상’으로 동시에 번지는 국면을 보여 주었다.
01
기초 과학 논문
Basic Sciences
물리 · Nature Physics

새 떼·세균은 왜 ‘뉴턴 법칙’을 어기나 — 비(非)상호성 계산하는 새 이론

새 떼나 세균 무리, 세포 집단처럼 ‘작용과 반작용이 같다’는 뉴턴의 제3법칙을 위배하는 듯 보이는 자연계의 운동을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새 이론이 제시되었다. 독일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연구소(MPI-PKS)의 로데리히 뫼스너(Roderich Moessner) 교수가 이끄는 드레스덴 연구진은 이러한 ‘비(非)상호적(non-reciprocal)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모사하는 방법을 개발해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발표하였다. 비상호적 상호작용이란, 구성원이 주변의 ‘일부’에만 반응해 힘이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컨대 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도 자기 앞이나 옆의 새에게만 방향을 맞추는데, 이때 ‘내가 상대에게 주는 영향’과 ‘상대가 내게 주는 영향’이 같지 않다. 연구진은 모형에 정교하게 설계한 ‘가상의 동반자(imaginary partners)’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다루기 까다로웠던 이러한 계(系)를 전례 없는 정확도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했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물리학의 표준 도구(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해밀턴 역학’)로는 기술하기 어려웠던 ‘방향성 있는 상호작용’을 정량적 계산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새 떼·군중·세포 이동처럼 ‘능동물질(active matter)’로 불리는 계는 생명현상과 사회현상을 가로지르는 보편적 주제인데, 그 핵심인 비상호성을 효율적으로 모사할 수 있게 되면 인체 내부의 생물학적 과정이나 무리·군집의 동역학을 한층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추상적 관찰에 머물던 집단행동을 ‘재현 가능한 모형’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생물물리·통계물리의 방법론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생물 · Science

발밑의 ‘곰팡이 고속도로’ 첫 세계 지도 — 총길이 약 11경 km

식물 뿌리와 공생하며 땅속을 거미줄처럼 잇는 ‘균근(菌根) 곰팡이망’의 첫 세계 지도가 공개되었다. 지하 네트워크 보호를 위한 국제 비영리 연구조직 ‘SPUN(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Underground Networks)’이 주도한 국제 연구진은, 아버스큘러 균근(AM) 곰팡이망의 분포와 질량을 처음으로 추정해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였다. 추산된 균사망의 총길이는 약 11경(京) km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약 1억5000만 km)의 10억 배에 달한다. 질량은 탄소 환산 약 3억t(300메가톤)으로 전체 인류 질량의 4~6배에 이르며, 흙 한 티스푼에 최대 10m의 균사가 들어 있을 수 있다. AM 곰팡이는 지구 식물의 약 70%와 ‘양분·물’을 ‘탄소’와 맞바꾸는 공생 관계를 맺는다. 연구진은 문헌 검토, 전 세계 토양 시료, 기계학습, 실험실 검증을 결합해 이 거대한 지하 생태계를 지도화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지도의 핵심은, 지구 탄소순환과 식물 생태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던 인프라’의 규모를 처음으로 정량화했다는 점이다. 균근 곰팡이망은 대기 중 탄소를 토양으로 끌어들여 기후를 조절하는 핵심 통로이지만, 그 분포와 질량은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다. 세계 지도가 마련되면, 탄소 저장 능력이 큰 지역을 식별해 보호하고 토양 황폐화·농경의 영향을 평가하는 과학적 근거가 생긴다. 본 호 ‘비상호성 물리’ 연구가 보이지 않던 ‘운동의 구조’를 계산했다면, 이 연구는 보이지 않던 ‘생태의 구조’를 지도화했다는 점에서, ‘숨은 것을 드러내는 측정과학’의 또 다른 사례로 평가된다.

화학·환경 ·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영원한 화학물질’ PFAS 분해의 숨은 주역은 ‘수소 라디칼’

자연에서 좀처럼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깨뜨리는 핵심 주역이 ‘수소 라디칼(hydrogen radical)’이라는 사실이 규명되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쫑수 웨이(Zongsu Wei) 부교수 연구진은, 고에너지 자외선(UV·특히 파장 300나노미터 이하)을 물에 쪼이면 생성되는 수소 라디칼이 PFAS 분자를 공격해 불소(플루오린) 원자를 차례로 떼어내고 분자를 더 작고 덜 끈질긴 화합물로 쪼갠다는 것을 확인하고, 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하였다. ‘라디칼’이란 화학반응성이 매우 큰 불안정한 원자·분자를 뜻한다. PFAS는 탄소-불소 결합이 워낙 강해 좀처럼 분해되지 않고 물·토양·인체에 축적되는데, 그동안 학계는 분해의 주역을 다른 반응종(種)으로 보았다. 이번 연구는 그 통념을 뒤집고 ‘수소 라디칼’을 핵심으로 지목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성과의 핵심은, PFAS를 단지 ‘걸러내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파괴하는’ 기술을 설계할 ‘분자 수준의 지도’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연구를 이끈 웨이 부교수는 “수소 라디칼을 지배적 동인으로 규명함으로써,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분해 기술을 설계할 명확한 방향이 생겼다”고 설명하였다. PFAS 오염은 식수·토양·혈액에서 검출되는 전 지구적 환경·보건 현안인데, 분해 메커니즘의 ‘급소’가 밝혀지면 자외선 기반 정화 공정의 효율을 끌어올려 ‘제거’가 아닌 ‘완전 분해’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실험실 수준의 기전 규명 단계로, 대용량 수처리 공정으로의 확장과 경제성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천문 · 전파천문학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궁수자리 A*’에서 부는 바람 첫 포착

우리 은하 중심에 자리한 거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agittarius A*)’에서 강한 ‘바람(질량 유출)’이 불고 있다는 증거가 처음으로 포착되었다. 연구진은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전파망원경으로 약 5년간 축적한 관측 자료를 정밀 분석해, 블랙홀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이를 변형시키는 양상을 가장 상세하게 그려 냈다. ‘거대질량 블랙홀’은 태양 수백만~수십억 배의 질량이 좁은 영역에 응축된 천체로,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일부를 강력한 ‘바람’이나 제트로 되뿜는다. 우리 은하의 궁수자리 A*는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로 추정되며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워, 블랙홀과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에 유리한 ‘천연 실험실’로 꼽힌다. 연구진은 이 바람이 은하 중심부의 물질 순환과 별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기술적 의미

이번 관측의 핵심은, 블랙홀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구멍’이 아니라 주변 은하 환경을 ‘되먹임(feedback)’으로 조형하는 능동적 엔진으로 실측했다는 점이다. 거대질량 블랙홀의 바람·제트는 은하의 별 생성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며 은하 진화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지목돼 왔으나, 정작 우리 은하 중심에서는 직접적 증거가 부족했다. 5년에 걸친 고감도 전파 관측으로 ‘바람’을 포착함으로써, 블랙홀과 은하가 함께 진화한다는 ‘공진화’ 가설을 검증할 결정적 자료가 마련되었다. 본 호 기초과학의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던 흐름’을 장기간의 정밀 측정으로 드러낸 사례다.

02
컴퓨팅 · 반도체
Computing & Semiconductors
해외 · 미세공정

인텔 ‘18A-P’ 리스크 생산 진입 — TSMC ‘2나노(N2)’와 정면 승부

최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을 둘러싼 인텔과 대만 TSMC의 경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인텔(Intel)은 ‘2026 VLSI 기술·회로 심포지엄’에서 차세대 공정 ‘인텔 18A-P’가 ‘리스크 생산(risk production·양산 직전 시험생산)’ 단계에 공식 진입했다고 밝혔다. ‘18A-P’는 기존 ‘18A’ 공정의 성능 최적화 버전으로, 같은 전력에서 동작 속도(클럭)를 약 9% 높이거나 같은 속도에서 전력 소비를 최대 18% 낮춘다. 인텔은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공정 노드’는 트랜지스터를 얼마나 미세하게 새기는지를 나타내는 세대 구분으로, 미세할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어 성능·효율을 높인다. 한편 TSMC의 2나노미터급 ‘N2’ 공정은 이미 양산에 들어갔으며, 2026년 생산능력은 애플이 절반 이상을 선점한 가운데 퀄컴·미디어텍·AMD·엔비디아 등으로 예약이 가득 찬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 의미

이번 경쟁의 핵심은, 한때 공정 주도권을 TSMC에 내주었던 인텔이 ‘18A→18A-P’로 추격하며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의 구도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인텔이 TSMC의 N2보다 먼저 자사 신공정을 ‘리스크 생산’에 올린 것은, 자체 제품뿐 아니라 외부 고객을 겨냥한 ‘제조 신뢰성’의 회복을 노린 행보다. 인공지능(AI) 가속기·고성능 프로세서 수요가 최첨단 공정으로 몰리는 가운데, ‘누가 더 미세하고 안정적인 공정을 먼저 대량 공급하느냐’가 향후 수년간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좌우한다. 본 호 ‘IT 산업’ 섹션의 삼성 파운드리 행보와 함께, 미세공정을 둘러싼 3강(인텔·TSMC·삼성)의 각축이 한층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내 · AI 인프라

SK텔레콤·엔비디아,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구축 — 2027년 가동

SK텔레콤이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차세대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AI Factory)’를 구축하고, 이를 기가와트(GW)급으로 확대해 아시아 전역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넓힌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반도체(칩)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AI 클라우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첫 ‘AI 팩토리’는 2027년 한국에서 가동을 시작하며, 이후 단계적으로 GW급 인프라로 확장한다. ‘AI 팩토리’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집적해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추론을 ‘공장처럼’ 대량 처리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SK텔레콤은 이번 협력의 목표를 ‘최저 토큰 비용’과 ‘와트당 최고 성능’ 확보로 제시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AI 클라우드 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적 의미

이번 협력의 핵심은, 통신사가 단순한 망(網) 사업자를 넘어 인공지능 연산을 직접 공급하는 ‘AI 인프라 사업자’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큰당 비용’과 ‘와트당 성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인공지능 경쟁의 승부처가 ‘모델’에서 ‘이를 값싸고 효율적으로 돌리는 인프라’로 옮겨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메모리(HBM) 분야의 ‘하드웨어 동맹’을 넘어 데이터센터 설계·운영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 것은, 한국이 ‘AI 연산 주권’을 확보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GW급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냉각 수요를 동반하므로, 전력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효율이 성패의 관건으로 남는다.

해외 · 오픈소스 하드웨어

완전 개방형 RISC-V GPU ‘볼텍스 3.0’ 공개 — 3D 파이프라인·텐서코어 추가

설계도가 모두 공개된 ‘오픈소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한 단계 진화했다. 개방형 명령어집합 ‘RISC-V’ 기반의 GPGPU(범용 그래픽처리장치) 구현체 ‘볼텍스(Vortex) 3.0’이 공개되었다. ‘RISC-V’란 누구나 무료로 쓰고 고칠 수 있는 개방형 프로세서 명령어 표준으로,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폐쇄형 설계(예: x86·Arm)와 대비된다. ‘볼텍스 3.0’은 화면을 그리는 ‘래스터라이저(rasterizer)’와 ‘텍스처 유닛’을 갖춘 고정기능 그래픽 스택을 더해 본격적인 ‘3D 파이프라인’을 구현했고, 인공지능(AI) 연산에 쓰이는 ‘텐서코어’의 구조적 희소성(structured sparsity) 처리와 ‘워프 그룹 단위 행렬곱셈’ 등 신기능을 추가하였다. 그래픽 처리와 인공지능 연산을 모두 겨냥한 개방형 GPU 생태계가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공개의 핵심은, 엔비디아·AMD 등 소수 기업이 독점해 온 GPU 영역에서 ‘완전 개방형’ 대안이 그래픽과 인공지능 연산을 함께 다루는 수준까지 성숙했다는 점이다. 설계가 공개되면 대학·스타트업·연구기관이 자유롭게 분석·수정·검증할 수 있어, 폐쇄형 하드웨어가 안고 있는 ‘공급망 종속’과 ‘투명성 부족’ 문제를 완화한다. 특히 텐서코어 계열 기능의 통합은, 개방형 하드웨어로도 인공지능 가속을 실험할 길을 넓힌다. 상용 GPU와의 성능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개방형 연산 기반’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주권·교육·연구 측면의 의미가 크다.

해외 · 초전도·소재

초박막 초전도, ‘기판 나노공학’으로 끌어올린다 — 초고효율 전자소자 겨냥

초전도체 자체를 바꾸는 대신, 그 ‘아래에 깔리는 기판(基板)’의 표면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어 초전도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제시되었다. 연구진은 원자 수준으로 얇은 초전도 박막(YBa₂Cu₃O₇₋δ·이트륨계 고온 초전도체)을 ‘나노패싯(nanofaceted·미세한 평면 결을 새긴)’ 기판 위에 성장시켜 초전도 특성을 강화했으며,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하였다. ‘초전도’란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으로, 손실 없는 송전과 초강력 자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연구는 재료 조성을 바꾸지 않고도 기판 표면의 ‘결’을 설계함으로써 박막 초전도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였으며, 연구진은 이 전략이 초전도 작동 온도를 더 끌어올려 궁극적으로 상온(常溫)에 근접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초전도 성능을 좌우하는 변수로 ‘재료’뿐 아니라 ‘재료가 놓이는 토대(기판)의 나노 구조’를 새롭게 부각했다는 점이다. 전날 보도된 ‘상압 초전도 최고온도 기록(151K)’이 새로운 물질을 합성한 성과였다면, 이번 연구는 기존 박막 소재를 ‘기판 공학’으로 강화하는 다른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이다. 초박막 초전도는 초고효율 전자소자, 양자컴퓨터의 핵심 부품, 강한 자기장에서 작동하는 장비 등에 응용될 수 있어, 실험실의 현상을 실제 ‘칩’으로 옮기는 집적화에 유리하다. 다만 상온 초전도까지는 거리가 있고, 재현성·대면적 공정화는 과제로 남는다.

03
IT 산업
IT Industry
국내 · 파운드리

삼성 파운드리, 머스크 ‘뉴럴링크’ 4세대 뇌이식칩 개발 — 4나노 채택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업 ‘뉴럴링크(Neuralink)’의 4세대 두뇌 이식용 칩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4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4세대 칩을 개발 중이며, 내년 상반기 시험용 칩 출하에 이어 이르면 내년 말 양산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세대 칩은 뇌 신호를 읽어 기기를 제어하던 기존 방식을 넘어, 기기의 정보를 뇌로 보내는 ‘양방향’ 기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가장 앞선 ‘2나노’ 대신 검증된 ‘4나노’를 택했는데, 뇌에 심는 칩인 만큼 ‘불량 없는 안정적 생산’을 우선했다는 분석이다. 뉴럴링크는 3세대까지 주로 대만 TSMC와 협업한 것으로 추정되며, 4세대부터 삼성을 더해 공급망을 ‘이원화’하게 된다.

기술적 의미

이번 수주의 핵심은, 삼성 파운드리가 ‘최첨단 노드 경쟁’만이 아니라 ‘의료용 이식칩’이라는 고신뢰·고부가 영역으로 고객 기반을 넓혔다는 점이다. 뇌 이식 칩은 인체 안전성과 무결점 생산이 절대적이어서, 화려한 미세화보다 ‘성숙·검증된 공정의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삼성이 2나노 대신 4나노를 택한 것은 이러한 ‘신뢰성 우선’ 전략을 보여 준다. 뉴럴링크로서는 공급망을 TSMC·삼성으로 이원화해 안정적 물량 확보가 가능해진다. 본 호 ‘컴퓨팅’ 섹션의 인텔·TSMC 미세공정 경쟁과 더불어, 파운드리 경쟁이 ‘미세화’와 ‘응용처 다변화’라는 두 축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내·해외 · 빅테크 수주

삼성, 구글 TPU·머스크 AI칩까지 — 빅테크 ‘AI 반도체’ 위탁생산 확대

삼성전자가 뉴럴링크에 이어 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위탁생산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경제는 삼성이 구글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10세대 텐서처리장치(TPU·코드명 아이스피시)’ 생산 과정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xAI의 AI 칩 등으로 ‘머스크 AI 생태계’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TPU(Tensor Processing Unit)’란 구글이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해 설계한 맞춤형 칩으로, 엔비디아 GPU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그동안 첨단 AI 칩 생산은 TSMC에 크게 쏠려 있었는데, 삼성이 구글·테슬라·xAI 등 ‘큰손’ 고객을 추가로 끌어들이면 파운드리 가동률과 협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보도는 엔비디아·구글 등 주요 기업이 삼성의 첨단 패키징·생산 능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적 의미

이번 흐름의 핵심은, 인공지능 가속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TSMC 단독 의존’의 위험을 줄이려는 빅테크들이 ‘제2의 파운드리’로 삼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체 AI 칩(구글 TPU, 테슬라·xAI 칩 등)을 설계하는 기업이 늘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양산할 ‘대체 생산기지’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다. 삼성으로서는 미세공정 경쟁의 열세를 ‘다(多)고객 확보’와 ‘첨단 패키징’으로 만회할 기회다. 다만 검토 단계인 사안이 많아 실제 수주·양산으로 이어질지는 수율(收率)과 신뢰성 검증에 달려 있으며, 본 호 인텔·TSMC 경쟁과 맞물려 파운드리 3강 구도의 재편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내 · 산업정책

산업부,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8000억 국책사업 본격화 — 국산 칩 10종 개발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기기 자체에서 구동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반도체의 국산화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총사업비 8002억 원(정부 지원 약 5111억 원, 2026~2030년) 규모의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을 확정하고 본격 착수했다. ‘온디바이스 AI’란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지 않고 스마트폰·가전·자동차·로봇 등 ‘기기 안’에서 직접 인공지능 연산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응답이 빠르고 통신 비용·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자동차·가전·로봇·국방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수요기업 맞춤형’ 국산 첨단 AI 칩 10종 이상을 개발해, 2028년까지 시제품을, 2030년까지 실제 제품 적용을 목표로 한다. 사업 착수와 함께 설계부터 제조까지 협력하는 ‘M.AX 얼라이언스’ 총회가 열리고 삼성전자·Arm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 제조지원 태스크포스(TF)’도 발족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사업의 핵심은, 거대 클라우드 중심의 인공지능과 별개로 ‘기기 단(端)’에서 작동하는 AI 반도체를 국산 생태계로 키우려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라는 점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자율주행차·로봇·가전 등 ‘실시간·저지연·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한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 영역의 칩을 국산화하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전방 산업과의 동반 성장이 가능해진다. ‘수요기업 맞춤형’ 개발과 ‘설계-제조 협력체(M.AX 얼라이언스)’ 구성은, 칩을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써 주는’ 수요처를 함께 묶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다만 설계·검증 인력과 양산 수율 확보, 글로벌 대비 가격경쟁력은 과제로 남는다.

04
인공지능 · 머신러닝
AI & Machine Learning
해외 · 모델 아키텍처

구글 딥마인드, 첫 오픈웨이트 ‘확산형 텍스트 모델’ 디퓨전젬마 공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글자를 한 단어씩 차례로 쓰는 대신 ‘한꺼번에 펼쳐내는’ 방식의 새 언어모델 ‘디퓨전젬마(DiffusionGemma)’를 6월 10일 공개하였다. 가중치를 개방한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로,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배포된다. 기존 ‘GPT 계열’의 자기회귀(autoregressive) 모델이 토큰(token·단어 조각)을 하나씩 순서대로 생성하는 데 비해, 디퓨전젬마는 영상 생성에 쓰이던 ‘확산(diffusion)’ 기법을 글에 적용해 ‘잡음 상태의 토큰 256개 묶음’을 병렬로 점진적으로 정제(denoise)하며 문장을 완성한다. ‘젬마(Gemma) 4’ 구조를 기반으로 한 260억(26B)급 ‘전문가 혼합(MoE)’ 모델로 총 252억 개 매개변수 중 단계당 약 38억 개만 활성화한다. 엔비디아 H100 한 장에서 초당 1000개 이상의 토큰을 생성해 동급 자기회귀 모델보다 최대 4배 빠르지만, 공개된 모든 벤치마크에서 표준 ‘젬마 4’보다는 점수가 낮다고 회사는 밝혔다.

기술적 의미

이번 공개의 핵심은, 대규모 언어모델의 ‘생성 방식’ 자체에 대한 대안을 ‘오픈웨이트’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주요 언어모델이 토큰을 한 개씩 순차 생성하는 자기회귀 방식을 따르는데, ‘확산형’은 여러 토큰을 병렬로 만들어 속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속도가 4배 빨라지면 같은 하드웨어로 더 많은 사용자를 처리하거나 개인용 기기에서 빠른 추론이 가능해져, 본 호 ‘온디바이스 AI’ 흐름과도 맞닿는다. 다만 품질이 아직 표준 모델보다 낮다는 점은, ‘속도-정확도’의 맞바꿈이라는 한계를 보여 준다. 그럼에도 검증된 대안 아키텍처를 개방함으로써, 언어모델 연구의 방향을 넓혔다는 의의가 있다.

해외 · AI for Science

‘AI가 수학·물리 발견의 방식을 바꾼다’ — 증명 검증·반례 탐색의 자동화

인공지능(AI)이 수학과 물리학에서 ‘발견’이 이뤄지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학술지 ‘네이처(Nature)’ 특집으로 정리되었다. 핵심 논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탐색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소프트웨어는 수학적 증명을 한 줄씩 검증해 과거라면 몇 달이 걸렸을 오류를 잡아내고, 어떤 추측(가설)이 실제로 성립하는지 또는 예기치 않은 경우에서 무너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반례(counterexample)’를 체계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은메달 수준의 성적으로 난제를 풀어내는 등, 수학적 문제해결을 진전시키며 물리·공학 연구의 가속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다만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은 여전히 발견 과정의 핵심으로 남는다고 특집은 강조하였다.

기술적 의미

이번 정리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단순한 ‘계산기’를 넘어 ‘발견을 돕는 협력자’로 자리 잡으면서, 가설 생성·검증·반례 탐색이라는 연구의 핵심 단계를 자동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명을 자동으로 검증하고 방대한 경우의 수를 빠르게 훑는 능력은, 수학·이론물리처럼 ‘탐색 공간이 천문학적으로 넓은’ 분야에서 연구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본 호 컴퓨팅 섹션의 ‘오픈소스 GPU’, 그리고 다음 기사의 ‘전이학습’ 연구와 함께, 인공지능이 과학적 발견의 도구로 빠르게 내재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직관은 인간의 몫’이라는 단서는, 인공지능과 연구자의 ‘역할 분담’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 머신러닝 방법론

AI로 ‘새 물리’ 탐색 가속 — 그러나 ‘익숙한 패턴’ 과의존의 함정

인공지능(AI)이 우주에서 ‘새로운 물리’를 찾는 작업을 크게 앞당길 수 있지만, ‘익숙한 패턴’에 지나치게 기대면 오히려 진짜 새로운 발견을 놓칠 수 있다는 연구가 제시되었다. 연구진은 한 분야에서 학습한 모델을 다른 문제에 재활용하는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 기법을 입자물리 등 데이터 분석에 적용하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시뮬레이션의 필요를 줄여 탐색 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인공지능이 학습 과정에서 익힌 ‘기존 이론의 패턴’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이론의 틀을 벗어나는 ‘진정으로 새로운 신호’를 무심코 지나칠 위험이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되었다. 효율을 높이는 바로 그 ‘사전 지식’이, 예상 밖의 발견 앞에서는 ‘색안경’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이다.

기술적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과학에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의 ‘속도’와 ‘발견의 개방성’ 사이의 긴장 관계를 정량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전이학습은 적은 데이터·연산으로 높은 성능을 내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이미 아는 것’을 잘 맞히도록 최적화된 모델은 ‘아직 모르는 것’에 둔감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새 물리’를 찾는 도구로 쓰일 때 반드시 ‘편향 점검’과 ‘이상 신호 보존’ 장치를 병행해야 함을 시사한다. 앞 기사(‘AI의 과학 발견’)가 인공지능의 ‘약속’을 보여 준다면, 이 연구는 그 ‘함정’을 경고한다. 두 연구는 ‘AI for Science’가 성능 못지않게 ‘신뢰성과 방법론적 엄밀성’을 요구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함께 보여 준다.

해외 · 빅테크 · WWDC 2026

애플, ‘시리 AI’ 전면 개편 — 구글 ‘제미나이’ 품고 iOS 27 공개

애플(Apple)이 개발자대회 ‘WWDC 2026’에서 음성비서 ‘시리(Siri)’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시리 AI’를 공개하였다. 새 시리는 사용자의 개인 맥락과 화면 상황을 시스템 전반에서 깊이 이해하도록 재설계됐으며, 그 핵심 엔진으로 구글의 거대언어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 AI는 기존처럼 여러 앱을 가로질러 작동하는 동시에 ‘독립 앱’으로도 제공되며, 더 자연스럽고 개인화된 음성과 사용자가 말 속도·표현을 조절할 수 있는 대화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폰의 모든 앱·데이터에 접근·연동하되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둔다. 애플은 이와 함께 운영체제 ‘iOS 27’ 등 차세대 OS와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업데이트(사파리 탭 정리, 비밀번호 원터치 갱신, 앱 간 맥락 인식, 메시지 답장 제안, 통화 중 메일·메시지 맥락 활용 등)를 선보였다. 다만 시리 AI는 규제 문제로 유럽과 중국에서는 제공되지 않는다.

기술적 의미

이번 발표의 핵심은, ‘폐쇄적 자체 개발’을 고수해 온 애플이 음성비서의 두뇌로 ‘외부 모델(구글 제미나이)’을 채택하며 인공지능 경쟁에서 ‘실용적 협력’으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자체 인공지능 개발이 지연되는 사이, 애플은 검증된 외부 모델을 들여와 ‘기기 위의 비서’를 빠르게 고도화하는 길을 택했다. 시리 AI가 화면 맥락을 이해하고 앱·데이터를 넘나들며 ‘대신 일을 수행하는’ 방향은, 인공지능을 ‘대화 상대’에서 ‘일상의 대행자(에이전트)’로 끌어올리는 산업 흐름과 맞닿는다. 다만 외부 모델 의존은 장기적 종속·데이터 거버넌스 논란을, 유럽·중국 제외는 규제 환경에 따른 ‘기능 분절’의 과제를 남긴다.

종합 평가

‘숨은 구조’를 드러내는 과학과 ‘토대를 다변화하는’ 기술, 그리고 ‘신뢰’라는 공통 과제

오늘의 동향을 관통하는 첫 번째 흐름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는 측정과학’이다. 기초과학은 그동안 다루기 어려웠던 ‘숨은 구조’를 정량화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독일 연구진은 새 떼·세균처럼 ‘뉴턴 법칙을 어기는 듯한’ 비(非)상호적 운동을 ‘가상의 동반자’를 더해 정밀하게 계산하는 길을 열었고, 국제 연구진은 발밑에 펼쳐진 ‘곰팡이 고속도로’를 처음으로 지도화해 그 규모를 약 11경 km로 추산했다. 덴마크 연구진은 ‘영원한 화학물질’ PFAS 분해의 급소가 ‘수소 라디칼’임을 밝혔고,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에서 부는 바람을 5년에 걸친 정밀 관측으로 포착했다. 운동·생태·화학·천체를 가로지르는 과학이, 추상적 관찰을 ‘재현 가능한 측정과 모형’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두 번째 흐름은 ‘연산의 토대를 다변화하는 기술’과 ‘한국이 쥔 공급망의 길목’이다. 인텔은 ‘18A-P’로 TSMC의 2나노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기가와트급 ‘AI 팩토리’를 세우며, 완전 개방형 RISC-V GPU ‘볼텍스 3.0’은 폐쇄적 GPU 생태계에 균열을 내고, 초전도는 ‘기판 나노공학’이라는 새 경로를 얻었다. 산업의 무게중심은 한국으로 쏠린다. 삼성 파운드리는 뉴럴링크의 뇌이식칩과 구글 TPU·머스크 AI 칩까지 빅테크 수주를 넓히며 ‘제2의 파운드리’로 부상하고, 정부는 8000억 원을 들여 ‘국산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운다. 미세화·개방·내재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누가 ‘토대’를 더 다양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세 번째 흐름은 ‘형태·역할·일상으로 번지는 인공지능’과 그 이면의 ‘신뢰’라는 공통 과제다. 구글 딥마인드는 글을 ‘펼쳐내듯’ 만드는 확산형 모델로 인공지능의 ‘형태(아키텍처)’를 넓혔고, ‘네이처’ 특집은 인공지능이 수학·물리 ‘발견의 방식’을 바꾸는 ‘역할’의 확장을 정리했으며, 애플은 구글 제미나이를 품은 ‘시리 AI’로 인공지능을 ‘일상’의 비서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같은 시기, 전이학습 연구는 인공지능이 ‘익숙한 패턴’에 기대다 ‘진짜 새로운 것’을 놓칠 수 있다는 함정을 경고했고, 애플의 ‘유럽·중국 제외’는 규제와 신뢰의 벽을 드러냈다. 향후 주목할 변수는 첫째, 인텔·TSMC·삼성의 미세공정 경쟁 속에서 한국 파운드리가 ‘다(多)고객·신뢰성’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둘째, ‘AI for Science’가 속도와 발견의 개방성 사이에서 ‘방법론적 엄밀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셋째, 외부 모델 의존·온디바이스·대규모 인프라가 ‘비용·성능·주권’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 갈지다. 과학이 숨은 구조를 드러내고 기술이 토대를 다변화하는 사이, 그 힘을 ‘믿고 쓸 수 있는가’라는 신뢰의 물음이 모든 영역의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